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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한 예비고등학생 아들이야.


집이 꽤 사는 편이라 부족함 없이 자랐고 아플 때면 아픈 대로 기쁠 때면 기쁜 대로 부모님 애정도 부족함 없이 받았어. 특히 나는 몸이 약해서 병원도 많이 갔고, 키랑 피부 콤플렉스도 되게 심해서 클리닉에도 돈을 엄청 쏟아부었거든... 엄격하면서도 부드럽게 잘 키워주셨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잘 자라온 거라 생각해. 그래서 항상 부모님께 감사하면서도 죄송하지


그런 마음으로 성적도 열심히 노력해서 상위권을 이탈해본 적도 없고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서 남 부럽지 않은 학생으로 살아왔거든? 근데 요즘에 '노력 잘해서 성공을 해봤자 뭐해'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부모님께선 내가 번듯한 직장도 얻고 아내 잘 만나서 결혼하고 손주 보는 게 꿈이라 하셨는데 나는 게이이기 때문에 그럴 수가 없잖아.


여느 40대 부모와 같이 부모님은 약간 호모포비아이셔.


과연 내가 게이라는 사실, 결혼을 하고 정상적인 가정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을 아시고도 나를 사랑하실 수 있을까,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고... 또 혹시 알게 되시면 그 정성과 사랑과 돈이 너무 아깝진 않으실까 하는 두려움도 있어.


딱히 중압감 같은 거에 피곤한 게 아니고, 자발적으로 불편한 거야. 그냥 그 아낌없이 받았던 사랑이 게이로서 나에게 너무 과분하고 받으면 안 될 것 같고 죄송한 건데


또 피하려고 이 세상을 떠난다거나 사라진다거나 그러는 건 더더욱 안될 것 같아. 딜레마 그 자체야.


횡설수설하는 글 봐줘서 정말 고맙고 댓글로 조언이나 멘트 날려주면 큰 도움 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