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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음을 수류탄 처럼 쥐고 있었지.

그는 나의 마음을 터트릴 수도 있었고 들었다 놨다 할 수도 있었지.


185의 키, 나보다 2배는 클듯한 손과 발, 잘생긴 얼굴,  중저음 목소리에 옷까지 잘 입었던 그는 3학년 선배였다. 사실 그는 영어학원에서 처음 만났다. 여느때와 같이 수업이 끝나고 빈 교실로 가서 시험을 보려는데, 그가 그의 여사친들과 함께 앉아있었다. 그의 여사친 들은 원래 어쩌다 보니 알게되어 인사는 하는 정도였지만 그는 처음봤었다. 그는 날 바라보자 먼저 안녕이라고 말을 건냈고 난 그의 덩치에 압도당하여 조심이 대답했다. 그는 그러다가 결국 수업에 들어갔다. 난 그 짧은 순간에 그에게 반하고 말았다. 그날 밤 친구(커밍아웃 했음)와 같이 길을 걸었는데. 난 그 얘한테 바로 그 선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걔는 별 말은 하지 않았고 웃으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만 보았다. 아무튼. 난 조심스럽게 그에게 페메를 건냈다. 그러면서 대화하면서 조금씩 친해졌다. 난 항상 그에게 먼저 말을 건냈고 그는 매우 느리게 답장하고, 이런식이었다. 어느날, 그가 갑자기 같이 셀카를 찍자 했다. 그래서 같이 찍는데, 그가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주었다. 그러면서 가까이에서 말을 걸어주는데, 얼굴이 너무 붉어지면서 심박수가 점점 올라갔었다. 난 계속 이렇게라고 지낼줄 알았다. 근데 어느날부터 그사람이 싫어졌다. 사실 그는 내 이상에 맞는 사람이 아니었다. 틈만나면 페북 스토리에 담베 대줄사람 이러거나 공개적으로 자기 술 마신다고 그러거나. 내가 굳이 간섭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지만 너무 이 사람한테 실망이 가고 또 정말 별로라고 느꼈다. 또한 아는 사람이 그는 여태까지 공부하면서 노력 하는 모습보다는 계속 놀다가 이제 공부 시작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가 학교에서 인사를 하거나 만날때 거의 무시하다 시피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는 멀어졌다. 난 정말 이기적이다.. 내가 무슨 조물주도 아니고 내가 항상 어떠한 인관관계의 지배자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제 방학도 했고 학원 시간도 바뀌어서 그와 접촉할 일은 없다. 아, 듣기로는 내년에 공고 들어간다더라. 이제 더이상 보고 살 사람은 아니지만 그가 나중에 뭐가 될지 참 궁금하다. 그는 결국 나와 더 사이가 돈독해지거나 한 일은 없지만 윤택해지고 지루했던 나의 삶에 잠깐이나마 이유를 만들어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난 너무 사람을 가리기 때문일까. 날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게 내가 이기적이어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오후이다.


먼 산을 바라보다보면 가끔 이런 생각들이 드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