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머릿속에는 벌레가 살고 있습니다.

새끼손가락의 마디 하나만큼 작디 작은 벌레지만

무언가에 집중 하고 있을때엔 사뿐사뿐 돌아다니며 머릿 속을 간지럽히거나

괜시레 화가 나고 짜증이 날때는 함께 날개를 퍼덕여주기도 하고

별의별 생각에 잠겨 멍하니 하늘을 보고있으면 조용히, 잔잔히 울어 저의 마음을 달래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졸리운 눈을 비비며 침대에 들어가 내일을 기약하려 할때면, 이 벌레는 요동을 칩니다.

한번은 조용히, 하지만 확실히 고막의 옆에서 찌르르 거리며 머리를 울렸고,

한번은 날개를 쉴 새 없이 퍼덕이며 화가 났던 기억들을 쏟아내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은 사뿐사뿐 걷던 낮과는 달리 머릿속 벽과 바닥을 긁으면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벌레는 당신의 잘자콘으로 잠재울 수 있습니다.


자려고만 하면 쉴 새 없이 난동을 부리는 벌레에 잘자콘을 보여주면, 그 벌레는 난동 부린 것이 언제냐는 듯이 잠잠히 제 잠에 들어갑니다.


부디, 저의 머릿속 벌레와 저에게 잘자콘을 달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