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인간을 대체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기계이자, 새 시대의 신인류라 하는 그것들은, 어찌 해도 개인적 수준에서, 예를 들자면 누군가의 차고에서, 만들 수 있는 부류가 절대 아니다. 실리콘으로 살결을 빚어낸, 이런 인공적인 생명체들의 운명은 기업의 공장에서 생성되어, 기업의 폐기장에서 끝을 맺게 되어 있다; 혹은 쓰레기 처리장일수도 있다-따지고 보면 그 쓰레기를 처리하는 공기업도 기업이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어찌 되었든! 매우 불쌍한 것들임에는 틀림 없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전쟁으로 인해 집을 잃은 난민보다 이런 붉은 피의 영혼 없는 것들을 더 동정한다면 말이다. 어차피 나도 후자에 속하는 사람인지라, 당신을 질책할 수는 없다는 것은 나도 안다.

누가 당신의 애인보다 몇백 마일 떨어진 곳에서 전쟁을 피해서 온 면상도 본 적 없는 나그네를 더 사랑하겠는가,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Je nommerai désert ce château que tu fus--


기업 얘기가 나온 김에, 좀 사족을 붙이자면 나는 할 말이 아주 많다. 일단 모든 부품, 모든 너트, 모든 볼트와 스크류는 기업에서 생산이 되며, 거의 모든 기업들은 대부분 상술한 요철이 있는 결합 나사들을 제외한다면 필수적인 부품들을 모두 독자규격으로 만든다. 그런 멍청한 행동은 로봇을 참 애호하는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될, 참으로 환장할 노릇이다-부품을 모으고 마음대로 붙이고 떼는게 얼마나 재미있는데! 결합부가 보이면 뭐 어때, 난 그게 있더라도 마다하지 않고 그 로봇을 잭슨 폴록의 작품처럼 만들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그것이-아니, 그녀가-허가한다면 말이다. 더는 안-아니, 못-해주겠지만. 애초에 운동 결합부에 액체가 들어가는 것도 부품 수명에 그리 좋지도 않고.


각설하자면 그렇다. 뭐 그런 거다-결국은 그것들 모두 대형 기업들의 횡포, R&D 부서들에서 고안해낸 ‘어떻게 하면 내가 수백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동력장치가, 다른 기업에서 쓸 수 없게 할 수 있을까?’라는 헛소리같은 질문에 답한, 터무니없는 대책일 뿐이다. 이 독자 규격이라는 거, 참 싫다-특히나 싫어질 때는, 그 기업이 도산한 후에, 그 기업이 생산한 인형을 돌볼 때다. 망할 Planned Obsolescence-다른 말로 하면 계획적 노후화-를 적극 도입한 이 대기업들이, 그것들의 연구 부서가 자신들이 도산할 거라는 건 예상을 안 해 뒀는지, 그리고 그것에 더해 독자규격으로 만든 걸 까먹을 정도로 작은 금붕어의 뇌를 가지고 있었던 건지, 부품의 추가 생산분은--구하기 힘들다. 상당히 말이다.


Je détruis ton desir, ta forme, ta mémoire--


음, 그래; 사실 좀 심한 말도 많이 듣곤 한다-기계를 사랑하는, 인간과 도구를 구별하지 못하는 새끼라고; 하지만, 결국 신이 죽은 이래로는 쭉 그래왔던 것이 아니었나? 우리는 우리의 부끄러움을-우리의 죄를-모두 알고 있는 신의 존재가 껄끄러웠다. 그렇게 신은 죽었다. 그러자 인간의 죄의 탓은 더 이상 전지전능한 존재에게로 으로 돌릴 수 없었다, 인간는 우리의 탓을 하는 법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배웠고, 사피엔스의 죄에는 우리의 책임이 따르게 되었다. 사람은 서로를 인간으로서의 가치로 보지 않고, 여태 몇백년 동안 도구적 가치로만 서로를 판단해 왔던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나? 

그래서 난 헌 도구를 새 도구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 딱히 거부감이 들질 않는다. 애초에 나도 도구인데, 뭘-휴머니즘의 상실, 민주주의의 무의미화, 국가의 구분이 희미해졌지만 기업들은 그 반대인 상황이라는 인류 최대의 혼란 속의 세상.

 


Conversion de la pensée


아주 솔직하게 말하겠다. 

나는 참 멍청한 놈이다. 

내가 방금 전에 한 말도 솔직히 말해서는 거짓말이다-이 글을 보는 모두가 나에게 헛소리나 하지 말라고 한마디씩 해 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헌 도구를 새 도구로 바꾸는 것에 대해 많은, 그것도 아주 상당한 거부감이 든다. 


나의 연인은-63년식 안드로이드, 제품번호 164415이다. 지금이 몇년인데 63년식을 쓰고 있냐고 묻는다면, 내가 사랑하는 년이니까 쓰는거다. 이 시대에서 참 우스운, 닳디닳은, 그 정열마저 식어 차가운 재가 된 사랑 때문에 그녀의 제조사가 파산한지 7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나는 그녀를 버릴 자신이 없다. 그녀의 안구 파츠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서 검게 꺼지고, 일부 피부 파츠에는 바느질을 해서 기운 탓에 알록달록 우스꽝스러운 손가락이 하복부의 결합 유닛이 떨어져 나갈까봐 간신히 버티면서, 낡은 의자 위에서 평안히 잠을 자는 듯이 눈을 감은 그녀를 보면은 참 안쓰러우면서도 괴로울 뿐이다. 

차라리 그녀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것이 나을까 싶으면서도-흰 옷의 소녀가 반대한 탓에, 그녀의 몸은 고문을 견디는 것 같은 신음을 내며 삐그덩삐그덩 이 세상을 표류하고 있다.


세상에는 ’이상‘-ideal로서의 이상-이 존재한다. 이 이상은 사람마다의 잣대가 되기도 하고, 사람이 닮고 싶어 하는 존재의 기준을 마련해준다. 사람은 이에 닿지 못하여서 절망에 휩싸이게 되고, 이 이상에 가까워지려고 발버둥치나 계속 멀어지는 과정이 삶 동안 계속 반복되게 한다. 


분명히 말할 것이 있다면, 그녀의 이상은 이런 다다미가 썩어가는 육첩방과도 같은 것이 아니였을 것이다. 


Mourir est un pays que tu aimais.


나는 기계가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생식 기능만 빼면은-젠장, 섹스가 없다면 그 기계들은 무슨 맛으로 살 지 모르겠다; 화성인들도 분명 자기 보존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 있을 텐데, 왜 심지어 생명가능 지대에서 태어난 로봇에게는 없는걸까. 참 밥맛없는 일이다. 


뭐, 고등 인공 지능에겐 그런 게 필요가 없는 것인가, 애초에 자기를 보존하고 싶다면 카피를 만들면 되는 것이니. 

그래도 그 카피만 있는 세상은 참으로 지루할 것이다. 단 하나의 시스템, 단 하나의 변종만이 있는 세계. 모든 것이 똑같고, 새로운 것이 나올래야 나올 수가 없는 계 아닌가! 고급중학교에서 배운 물리에서의 고립계가 이런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였겠지만, 참으로 그것도 악수를 받지 못하는, 악수를 권할수도 없는, 애초에 악수를 할 수가 없는 아주 고립된 상태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인류가, 아니, 아데닌 사이토신 구아닌과 티민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생명이 모두-이토록 화려하고 놀랍게 발달한 이유는 나는 이것에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변종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균을 예로 들어보자. 어느 세균은 쎼뀬!으로부터 감수분열을 해서, 원래 쎼뀬!으로부터 없는 새로운 성질을 돌연변이로 얻게 되었다. 그 덕에 그 세균은 ’당신의 몸‘이라는 계가 쎼뀬!은 무조건 죽는 항생제를 복용하거든 살아남을 수 있는 몸이 된 것이다. 그 쎼뀬!과 세균으로 이루어진, 세균의 군집이 돌연변이라는 행동을 통해 그 군집의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어느 정도의 정체성을 유지하게 되었다. 이 과정이 계속 반복될수록, 아무리 항생제가 독해져도, 그 세균들 중 일부는 그렇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녀는-나타샤는, 흰색의 소녀는, 이런 우화같은 이야기를 동경했다. 아니, ’갈망했다‘ 라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를 일일 듯 하다. 


단순한 자신의 카피를 만드는 것이 아닌, 계를 유지하면서도 안전해지는, 인간과 그 이상의 것의 통합. 그런.......터무니없는 꿈을 믿었던 것이다.


 그 탓에, 나는 그녀와 몸을 몇 시간 동안이나 섞은 적이 있다-두 몸을 포개고, 서로를 느끼고, 체액과 체표 냉각용분비물이 섞이게 둔 채로(날 무슨 파충류나 어류랑 착각이라도 한 것일까? 사실 모르겠다-이런 걸 물어보면 지금 청각 모듈을 활성화하기도 어려운 판에 그런 부끄러운 걸 물어보냐고 또 잔소리를 들을 게 뻔해서), 천진난만한 아이의 놀이처럼 해맑은 표정으로 ‘생식’을 하는 그녀의 꿈을, 참 끔찍하기도 한 동심을 짓밟을 수 없었기에, 나는 그냥 그대로 두기로 했다. 


사실 인간과 인공지능의 아이를 만들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이후론 개쳐맞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생식기는 구멍에 끼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얼굴이 홍당무가 된 채로 아랫배의 충전 포트를 열면서 지은 부끄러운 얼굴은 참으로 값졌기에, 그 ’개쳐맞음‘에 대한 보상을 미리 얻은 것으로 생각하기로도 했다.


Mais, pourquoi?


그러게-나는 왜 그녀를 좋아했을까, 그녀도 왜 나를 좋아한 것일까? 


사실 인간이 가지는 호감은 첫인상으로 사실상 결정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인간이 아니다! 나같은 비참한 존재가 아니란 말이다. 그녀의 나에 대한 호감은 내가 단순히 그녀의 외모에 반한 것 때문이 아니랄 것이란 말이다. 


내가 그녀를 처음 봤을 때의 그녀는 확실히 누군가의 사진인 듯, 아름답고 미려한 형상을 가지고 있었다. 

탄환을 삼킨 듯이 창백한 피부, 화려한 옥과 같은 눈동자. 나비의 체중에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질 듯 하면서도, 속은 강인한. 


그러나 아쉽게도 그것을 물어볼 수는 없게 되었다.

내 활자에는 그녀의 살결 내음새가 섞여 있다. 

나라는 책의 제본에는 그녀라는 인두의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그 어떤 강렬한 향수와도 헷갈릴 일 없는, 그녀가 어느 날 죽게 되었다. 


결국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녀의 곁을 지켜주지 못한 채로, 그녀를 방치한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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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서 새드앤딩 나는거 

난 이런거 보면 되게 찜찜하고 달달한건 하나도 없고 


뭔 이해 못할 말만 써놓은 주제에 철학적인 척 

뭐 아는 거 있는 척 하는데다


만연체로 쓴 거 때문에 내용은 이해는 좆도 안되고

무엇보다도 재밌지도 않으니


작가 납치해서 해피엔딩으로 내용 바꾸고 

강제 반 타의 반으로 장편연재하게 한 뒤에 

만화로 그리게 하고 싶지 않냐? 


난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