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시절, 전교 1등이었던 친구가 있었음.

 그 당시의 이 자식은 연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때  "연애하는놈=공부 안하는놈= 미친놈" 이라는 답을 내놓는 놈이었음. 

그친구가 다른 전교1등에게 고백받고 사귐(내 친구 말로는 1학년이었던지라 올1등급이 나올 수 있었고,그게 전교에 1명은 아니어서 공동1등이었다고 했었음.)


나는 남들이 좋은 사랑하는걸 보는게 취미였던지라 내 친구가! 그것도 연애에 관심없던 친구가! 사랑의 맛을 알게되나?! 하고 들떴었음.


하지만 한편으론 이자식을 걱정했었음. 연애상대로는 영... 그랬거든. 애가 학생으로는 참 배울점이 많아서 좋은데

애가 공부만 해서 타인을 대하는 기술도 꽝이고, 고집도 쥰내 강하고, 자기중심적인지라.... 애가 잘 해낼까 걱정도 되고.

연애 시작할때의 내 친구는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였음


애가 워낙 배우는걸 교과 과목만 몰빵으로 배우던 애라 기본적인 인간 대 인간으로의 예의(?),규범(?) 같은게 워낙 미숙한 정도였음.살면서 이 능력 없으면 불편하겠지 싶은 것등 몇개는 내가 가르치는걸 시도해 봤는데 그 애가 고집과 자존심

이 워낙 세서 그걸 못 꺾고 두손 두발 다 들었음.

전교1등인데 잘생김이라는 무시무시한 겉과 ,고집과 싸가지와 눈치제로라는 다른 의미으로 무시무시한 속을 지닌 이 자식이 연애를 잘 할까 싶었음


하지만 사랑의 힘이 애를 바꿔놓더라고.

그 애 여친도 그 애가 더 나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 준 듯하고

연애초기에는 기념일을 챙겨야되는걸 모르고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 받고서는 정작 지는 준비안해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당황하는 모습도 보이고.

지 여친과 상의도 없이 나랑 급식먹어버리는 바람에 여친을  교실앞에서 계속 기다리게 하는 등( 어이없어서 아직도 생생히 기억남. 얘가 연애 시작후에는 여친이랑 밥을 먹었지만 연애하기 전에는 원래 같이 먹었기때문에, 얘가 "오늘은 너랑 먹을거임.오랜만에 같이 먹자"라길래 여친이랑 상의 한건 줄 알았는데 돌아가는 길에 애 여친의 친구가 애한테  "니 여친이 너 기다리는데 너 왜 거기서 오냐?" 라고했을때의 임팩트가 어마어마했음)


근데 이런 애가 연애를 좀 하더니 

사람을 챙기는 법을 배우고, 기본적인 예의가 갖춰지기 시작함

지 여친과의 기념일 놓칠까봐 미리 날짜 계산해서 메모장에 적어놓고 챙기고

여친이랑 시내 나가서 쇼핑하거나,영화보는 등의 일반적인 데이트도 하고(초기에는 점심시간에 밥도안먹고 도서관에서 살벌하게 공부만 주구장창하는 데이트라기보단 러닝메이트 같은 짓거리 해서 나는 얘들이 사귀는건지 전략적 제휴를 맺은건지 했다니까? 아무튼 전교권들이 엄청 독했었지.)


사실 내가 연애한게 아니라 그 애가 연애상대로서 모습이 많이 변했었지는 모르겠지만


옆에서 봤던 내가 보기엔 확실하게 사람은 많이 변했었음.걔가 연애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팀 활동 할때 지 꼴릴때 전화해서 밤에 자려고 누운사람(나)을  깨워서 과제하자고  밀어붙인후 2시까지 안재워 주던 놈이

카카오톡으로 깨어있는지 먼저 물어보고,동의를 구하는 방법을 쓰기 시작하고

공부 관련 질문을 해오던 애들에게 조금만 귀찮으먘 "귀찮아,니들이 알아서 찾아"같은 말하던 인간이

"교과서 어디어디쯤에 나와있는 내용있었으니까 찾아서 읽어봐" 처럼 친절한 답변을 하고

원래는 다같이 대청소같은거 하면 남들이 해줄거라면서 은근슬쩍 내빼던 자식이 

자기역할은 확실히 해놓고 가고.

공부만 하느라 날것 그대로던 아이가

렌즈끼고, 머리 정리하고, 옷매무새를 단정히 한다던가.


전체적으로 애가 연애하면서 사람이 됨


나 그때 엄청 놀라웠던게

남의 충고나 조언을 고집스럽게 무시하고 성격을 꺾지 않던

애가 고집이 쩔어서 내가 예의나 규범을 지켜야 한다고 말할때는 절대로 고집이 안 꺾이던, 지 고집을 지키기 위해 말다툼도 불사하던, 꺾이지 않는 뒤틀린 황천의 고집을 (실제로 보면 애가 아주 독했었음)

사랑의 힘 비스무리한 걸로 꺾었는지 애가 꺾였음.

애가 좀 더 좋은 친구가 됬음


사랑이 위대했던걸까? 개 여친이 위대했던걸까?

난 둘 다 위대하다고 생각해.

그냥 추억에 잠겨 뱉는 잡설이었어.


사랑은 사람을 발전하게 해

그런의미에서

사랑해 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