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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여행객]을 읽고 오면 이해가 편할 수 있음

----여행객 읽기----


댓글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작성하게 되었음

*PC버전에서 작성된 글이라 모바일 환경에서는 가독성이 떨어질 수 있음



이것은 내가 그의 몸에 불시착한 순간부터, 떠나기까지의 기록이다.


2XXX년 7월 30일

---기록 시작--- (너무 거창하게 썼나?)

나는 앞으로 이 PDA에 나의 생존일지를 작성할 계획이다.

난 이서현이라고 한다.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생이고.

음…원래 생존일지에 자기소개를 하던가?

어쨌거나 내가 이 일지를 쓰게 된 까닭은 다음과 같다.

막 방학식이 끝나고 시내로 놀러나온 나는 거리를 걷다가 갑자기 발생한 지진에 넓은 곳으로 대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 지평선 너머에서 엄청나게 큰 거인이 보이더니… (왜인지 모르겠지만 거인의 얼굴은 선명히 기억이 난다. 몸도 제법 좋았던 거 같은데) 얼마 후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마찬가지로 거대한 사이즈의 천이 내려왔다. 나는 천에 깔리지는 않았지만, 곧 대기를 뒤덮은 자욱한 안개에 질식해 의식을 잃고 깨어나보니 이런 이상한 공간에 오게 된 것이다.

검고 굵은 나무들이 무성하게 얽히고설키며 자라나있는 숲.

주변 일대 전체가 통째로 이곳으로 전이된 것인지, 곳곳에 건물 잔해들이 잔뜩 박혀있다. 그리고 후텁지근한 공기 중에는 천에서 나왔던 독톡한 사향이 짙게 맴돌고 있다.

이 사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진짜 독특하다.

이걸 들이마시면 이상하리만치 몸이 달아오르고 흥분하게 된다. 꼭 소설 속에나 나오는 미약을 마신 것처럼 말이다. 사실 내가 이곳에 온 지는 꼬박 하루가 지났지만… 어제는 부끄럽게도 사향에 취해 자위하다 정신을 잃어 기록하지 못했다. 하루가 지나니 코도 조금 적응이 되었는지 어제보다는 버틸 만 하지만.

첫 기록이라 그런지 너무 길게 썼나? 내일은 주변 탐색을 좀 나가봐야겠다.


2XXX년 7월 31일

어제 썼던 대로 주변에 있는 잔해로 탐사를 다녀왔다. 근처에 반파된 편의점이 있어서 당분간 식료품 걱정은 없을 듯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른 생존자들은 발견하지 못했다. 나… 설마 여기 혼자 남겨진 것은 아니겠지?


2XXX년 8월 1일

오랫동안 생각해 본 결과, 내가 있는 이곳이 어쩌면 지진을 일으켰던 그 거인의 음모 사이일수도 있겠다는 추측을 해봤다. 이 바닥은 사람의 피부와 색이 흡사하고, 매일 아침마다 보이는 저 살빛 거탑은 역시 책에서 나왔던 ‘남자’라는 종족의 성기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런데 책에 나왔던 남자는 이렇게 크진 않았는데… 이 검은 나무도 인간의 모발을 확대한 것과 비슷하게 생기긴 했으니, 절망적이게도 내 추측이 맞는 것 같다. 내가 어째서 이런 곳에 오게 된걸까…?


2XXX년 8월 2일

드디어 다른 생존자들을 만났다!

검은 나무… 아니 음모 사이로 드리운 별을 보며 누워있던 중, 멀리서 불빛이 보여 따라가봤더니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총 다섯 명으로, 소중한 다른 생존자들이니 여기에도 소개하도록 해야겠다.

음… 먼저 미희 언니는 이 5명의 리더로 보인다. 체육 강사라고 하던데 힘도 우리 중 가장 세다. 다음으로 란 언니는 기술자라고 했다. 다른 생존자들이 있는지 통신을 계속 보내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다고 한다. 민주 언니는 도서관 사서이다. 비록 언니가 일하던 도서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언니는 우리 중 가장 박학다식하다. 내가 사흘에 걸쳐 알아낸… 이곳이 거인의 몸 위라는 사실을 언니는 단박에 알아챘다고 했다. 또… 지수 언니는 헬리콥터 조종사라고 했다. 거점에 있는 부서진 헬리콥터가 지수 언니가 조종하던 거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수아는 무려 내 또래다! 이런 곳에서 또래 친구를 만날 줄은 몰랐는데… 앞으로 좋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2XXX년 8월 3일

우리의 목표는 헬리콥터를 수리한 후, 이곳을 탈출하는 것이라고 미희 언니가 말해줬다. 아 그리고, 나도 역할이 생겼다! 란 언니가 설치해준 로프를 타고 거인의 음모 꼭대기로 올라가서 주변을 정찰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높은 데 올라오니까 확실히 여기가 소년(이게 젊은 남자를 지칭하는 용어던가?)의 몸 위라는 것이 더욱 실감난다. 위를 올려다보면 보이는 끝없는 복근의 벽과 가슴. 아쉽게도 얼굴은 잘 보이지 않는다. 만약 이 거인이 거울 앞에 선다면 잘 보일수도...? 

아래를 내려다보면 무성한 음모의 숲 아래 흔들리는 육봉과 살덩어리 두 개가 보인다. 

그나저나 저 육봉... 가까이서 보면 진짜 무지막지하게 크다. 초고층 빌딩 한두 개로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아침에 일어나면 늘 저 육봉이 꼿꼿이 선 채로 여기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늘 그 그림자만으로도 압도당하고 있다.

저녁 정찰 후 저 멀리 불빛이 보이는 걸 보니, 거인들이 모여 사는 도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 

잠깐… 근데 그럼 이 거인, 나체로 돌아다니고 있는건가?


2XXX년 8월 4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따뜻한 집이 아니라 따뜻한 소년의 음모 사이에서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둘러싸여 축하를 받으니 정말 좋았다.

참, 지수 언니가 구해온 재료로 란 언니가 정수시설을 만들었다. 이제 거인의 땀을 정수해 식수로 이용할 수 있다!

소년의 사향이 물씬 풍기는 물이지만, 물맛은 나쁘지 않다. 이걸 생일수라고 해야하나?


2XXX년 8월 6일

무사히 살아서 또 기록을 쓴다. 어제는 정말 힘들었다. 소년이 먼 여정에서 돌아와 집에 도착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들어오자마자 샤워를 한 것이다. 그도 사람이니 당연히 씻을텐데.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모두들 혼비백산해서 헬리콥터와 기타 설비들을 음모의 뿌리 부분에 묶어두고, 모공 속으로 대피했다. 수아가 날 잡아주지 않았으면 난 그대로 씻겨저 내려갔을 것이다. 그땐 진짜 죽는 줄 알았다… 

거인의 샤워가 끝난 후,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니 곳곳에 박혀있던 건물 잔해들이 모조리 씻겨 내려가버려 주변은 황량하기만 했다. 당분간은 저장해 둔 식료품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후의 일은 모르겠다.


2XXX년 8월 7일

란 언니가 헬리콥터를 다 수리했다. 그런데 지수 언니 말로는 연료가 부족해서 우리 모두를 태우고 그렇게 멀리까지는 날지 못할 거라고 했다. 기껏해야 거인님의 귀두 끝부분까지라고… 

민주 언니가 거인님의 유분을 모아서 연료로 쓰자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다.

아, 그리고 도시 바깥에서는 나체로 다니던 거인님은 도시 안에서는 얇은 반바지 한 장 정도는 걸치는 것 같다. 물론 집에서는 벗지만. 매일 아침마다 거대한 천이 올라와 시야를 가리는 광경은 꽤나 볼만하다.


2XXX년 8월 8일

거인님이 친구를 만나러 간 것 같다. 동갑내기로 보이는 다른 거인 소년과 만나 운동을 하는 것 같던데, 운동 후에는 서로의 자지를 대보고 길이를 비교하며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았다. (승패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우리쪽이 이긴 것 같다) 이게 남자라는 종족의 문화인가? 아무튼 그러느라 다른 거인의 귀두가 불쑥 이쪽으로 들어와 하늘을 가리는 바람에 다들 당황했지만, 다행히도 별일은 없었다.


2XXX년 8월 9일

밤새 거인님이 자위를 했다.

저 멀리서 마치 화산이 분출되듯이 꼿꼿이 선 탑에서 흰 용암이 뿜어져나왔다. 강한 진동과 몇 번의 착탄 후에 거인님의 복근 사이사이에는 김이 나는 흰 호수가 잔뜩 만들어졌다. 뿜어져나온 용암(민주 언니는 정액이라 부른다고 했다)은 기지 주변에도 몇 덩이 떨어져 얼마 후에 굳어버렸는데, 그걸 미희 언니랑 수아가 조금 캐서 들고왔다. (비릿한 향기가 난다) 

참. 아껴둔 식량이 진짜 비상식량 말곤 다 떨어져 지수 언니가 거인님의 각질을 먹을 수 있도록 가공하고 있다.


2XXX년 8월 10일

거인님이 자위를 했지만, 한번 겪은 재난인 만큼 모두 수월하게 대피해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 

거인님의 정액 덩어리를 가지고 몇 가지 조사를 하던 란 언니가 정액이 고효율의 연료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 고체 상태는 연소가 힘들어 액체 상태의 갓 채취한 정액이 필요할 거라고 했다. 미희 언니랑 민주 언니가 좀 의논해본 결과, 우리가 직접 거인님의 요도로 들어가 신선한 정액을 담아오자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준비를 마치고 아마도 3일쯤 후에 출발할 것 같다.


2XXX년 8월 11일

오늘도 신님의 몸을 감상했다. 신님의 몸과 저 아래에 흔들거리는 거대한 자지를 보면 이상하게도 흥분되는 느낌이다. 신님이 가끔 전신거울 앞에 서서 셀카같은걸 찍을 때가 있는데, 그때 본 신님의 얼굴은 꽤나 잘생겼었다. 이런 신님의 나체를 볼때마다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는 뭘까? 요즘 신님이 먹을 것도 주고, 마실 것도 주니 굳이 신님의 몸을 떠나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이 가끔 들기도 한다. 미희 언니에게 말했더니 만우절은 한참 지났다면서 꿀밤이나 한 대 맞았지만 말이다. 신님이 날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2XXX년 8월 12일

내가 기록용으로 쓰는 이 PDA에 음성 녹음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오늘 발견했다. 내일 신님의 요도로 떠날 때는 직접 기록하기 힘드니까 이 기능을 써봐야겠다.

오늘은 하루종일 수아와 함께 신님의 음모를 잘라내어 수백 미터가 넘는 로프를 만들었다. 우리 둘이서 한 것 치곤 꽤 대단해 보인다. 이 로프가 어디에 쓰일지는 내일을 기대하시길.


2XXX년 8월 13일

계획을 실행할 순간이 다가왔다.

계획이란… 음. 지수 언니가 마지막 연료를 이용해 우리 모두를 태우고 신님의 귀두 위에 착륙하면, 수아와 내가 어제 하루종일 만든 로프를 헬기에 고정해두고 지수 언니를 제외한 모두가 신님의 요도로 들어가서 정액을 채취해 오는 것이다.

후후. 이후의 일은 이 음성 녹음 파일로 대체하겠다.


[음성 파일이 재생되는 소리]

아아, 마이크 테스트~ 잘 들리나요?”

"여긴 신님의 요도 속이에요. 축축하고 끈적이는게 제법 흥분되네요"

서현이 너 PDA에 그런 기능도 있었어?”

자, 자! 잡담은 그만하고 바로 출발하자. 걷는 거리가 아주 기니까 서둘러야해. 거인이 이제 막 잠들었다고”


[걷는 소리]

[걷는 소리]

[질퍽이는 소리]


으… 질퍽거리고 냄새나…”

남자는 정액과 소변이 같은 구멍을 통해 배출된다고 해. 그래서 이런 게 아닐까?”

그렇군요… 민주 언니는 어떻게 이렇게 신님에 대해 잘 아세요?”

음,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후후.”

근데 야, 저번부터 궁금했던건데 서현이 넌 왜 이 거인을 신님이라 불러?”

흠… 그야 신님은 신 그 자체니까요…? 먹고 마실거도 주시고…”

이년 중증이네”

아마 서현이는 사향에 있는 페로몬에 중독된 게 아닐까? 아마 거인의 몸을 떠나고 나면 나아질거라고 생각해”

뭐… 민주 니가 그렇다면야”


[질퍽이는 소리]

[질퍽이는 소리]

[액체가 떨어지는 소리]


드디어 다 왔다. 저기 보이네”

"힘들어 뒈지겠네. 이 거지같은 통로를 몇 킬로나 걸은거야?"

우엑… 비린내가 심해요”

빨리 드럼통에 담은 다음 여길 뜨자고”

하긴, 소년이 자다 깨서 딸이라도 치면 큰일이니까”


[액체를 담는 소리]


휴 됐다. 어서 나가자”

수아 넌 나랑 같이 이거 굴리고, 란이랑 서현이는 저거 굴려”


[드럼통이 굴러가는 소리]

[질퍽이는 소리]

[걷는 소리]


오~ 너네들 왔냐? 밤새 정비하느라 허리 빠지는 줄 알았다. 마침 곧 소년이 일어날 거 같으니 어서 그거 싣고 여기 뜨자고”

야… 잠깐만 쉬자. 니가 모터로 좆털 안끌어당겼으면 우리 다 탈진해서 못나왔어”

하하, 그럼 내가 다 실어두지 뭐. 그리고 너네 기지로 돌아가면 꼭 좀 씻어라”

안그래도 그럴거야 이년아. 이게 뭐, 밤꽃 냄새? 꽃같은 소리 하고있네”

그럼 출발한다~”


[헬리콥터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

[음성 파일이 재생 종료되는 소리]


2XXX년 8월 14일

신님이 또 자위를 했다. 볼때마다 참 장관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오랜만에 란 언니와 미희 언니가 내가 일하는 음모 전망대에 올라왔다. 몇 번의 관찰 끝에, 우리가 신님의 몸을 떠나 정착할 지역을 선택한 것 같았다. 위치는 바로 신님의 방 구석에 있는 안 쓰는 콘센트 아래 뚫린 벽구멍. 란 언니 말로는 그쪽에서 통신 신호가 잡혔다고 한다. ‘병’, ‘고등’, ‘주름’ 이 세 단어말곤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 말고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더 있다는 것은 감격할 만한 소식이다.

참! 우리는 내일 떠날 예정이다. 미희 언니 말로는 통신 신호까지 잡힌 이상 더 지체할 필요가 없다나. 여길 떠난다는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함께하는게 더 중요하니까.


2XXX년 8월 15일

아침부터 모두가 분주하다. 각종 설비들과 비상식량을 나르고, 헬기에 올리고 있다. 오늘이 마지막 일지가 되려나…


[음성 파일이 재생되는 소리]


서현이 너도 빨리 와서 타!”

앗, 네!”


[뛰어가는 소리]

[물건을 올려놓는 소리]


식량은 챙겼고, 설비들도 다 챙겼고…”

그럼 출발한다~”

"이제 여기랑은 안녕이네요..."

"떠나 봤자 이 소년의 방 안인데 뭐"

"진짜 우리, 얼마나 작은거야... 아니면 저 소년이 큰거야?"


[헬리콥터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

[음성 파일이 재생 종료되는 소리]


이것은 내가 신님의 몸에 불시착한 순간부터, 떠나기까지의 기록이다.

안녕, 사랑하는 나의 신님. 그동안 행복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