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소년 채널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한 나라의 대도시에서 갈색의 폐허가 된 그곳엔, 소인의 기록이 담긴 스마트폰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거인의 모습을 전부 담은 스마트폰이.







영상이 시작되자 거대한 소리가 들려왔다. 점차 땅이 흔들리던 그때부터, 창밖을 보자 거대한 인간의 형체를 한 무언가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도시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멀리서 본 그는 인간임을 알 수 있을 만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몇 초의 시간 후, 영상을 촬영한 소인의 도시에 도달했을 땐 그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걸, 그들이 범접할 수 없을 존재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도시를 한 번에 짓밟을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불행하게도 그는 간단히 짓밟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욕구를 해소 시킬 도구로 이 도시를 선택했다.




목이 아플 정도로 올려보자, 하늘은 그의 모습으로 뒤덮여 있었다. 살짝 올라간 입꼬리, 소인의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거대한 눈의 모습. 저 크기라면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산도 짓밟을 수 있지 않을까. 영상을 보던 이는 자신이 존재하는 이곳에 거인이 오지 않았다는 걸 다행이라 여겼다.





거인의 손이 점차 하강했다. 바람이 미친듯이 불어오고 대지가 흔들렸다. 소인들의 도시는 아비규환이었다. 찬장이 흔들리고, 도망치던 사람들은 앞으로 고꾸라졌으며, 건물의 창은 잔뜩 깨지고 있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 수 없지만, 영상을 촬영하던 소인은 거인의 손가락 사이 틈새에 존재했기에 죽음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거인의 손이 땅에 닿은 그 충격으로 진도 7을 거뜬히 넘길 지진을 경험해야만 했다.





거인은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더니, 숨겨왔던 자신의 거대한 성기를 드러냈다. 고층 아파트보다 훨씬 거대한 높이의 자지를 문지르던 그는 신음 소리를 냈다. 부끄러운 소리를 몇 백 만 명의 소인 앞에서 내던 그는 곧 절정으로 다다르더니, 하얀 색의 파도를 일으켰다. 거대한 사정음을 내며 소인들의 도시에 정액을 마구 뿜어댔다. 거인의 손바닥과 지진에서 겨우 살아남았던 소인들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정액 쓰나미에 덮쳐져 허우적대며 죽어갔다. 비명을 지르고 눈물을 흘렸지만 거인이 그걸 볼 수 있을 리가 없다. 소인 몇 백 만 명과 거인 한 명의 운명을 비교한다면, 압도적으로 거인의 운명이 우월할 것이다. 그런 우월한 존재의 일부에 닿아 죽는다는 건 소인에게 있어선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영상을 찍던 소인은 아직 살아 있었다. 이젠 살았다고 안심하는 소인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창밖을 보니 하얀 정액 파도와 무너져내린 건물, 소인들의 사체와 크레이터가 보였다. 정말 그들만 살았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지진이 일어났다. 욕구를 전부 풀어낸 그는 유희를 멈추고 다시 몸을 일으켜 자신의 세계로 향할 생각이었다.




아니 그런 줄만 알았다.




"뭐야, 아직 살아있네? 운이 좋구나, 너희들?"




거대한 말소리에 다시 경직된 상태로 거인을 올려다본 그들은,

하늘을 가득 덮은 살색의 배경, 즉 자신들을 향해 하강하는 발바닥을 마지막으로 죽어버렸다.




그리고 거인의 침공을 담은 영상은 그것을 마지막으로 끊겼다.




"...끔찍하다.. 우리 도시까지 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영상을 보던 소인은, 자신이 서 있는 크레이터에서 벗어나 집으로 가려 했다.




몸을 돌려 차에 타기 직전, 익숙한 땅의 울림과 콧노래가 들리기 전까진.




덜덜 떨리는 눈을 돌렸을 땐, 산을 짓밟을 수 있을 만한 거대한 인간이 그곳을 향해, 거대한 다리를 움직여 망설임 없이 오고 있었다.

또 다시 수백 만 명의 소인들을 소비해 자신의 유희를 즐기기 위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하나의 세계를 멸망 시키기 위해.

아니, 자신보다 훨씬 우월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거인의 한 몸이 된다는 건 영광인 걸까.




소인은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채, 점점 강해지는 지진을 온 몸으로 받은 채 눈을 감았다.






좋아하는 표현 잔뜩 넣어서 써봤는데 너무 짧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