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소년 채널

수만 인구가 왕래하는 어떤 대도시의 다운타운 구역

그날도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부산한 움직임을 재촉하던 도시민들은

그들의 머리 위로 펼쳐진 하늘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큰 패닉에 빠지게 되는데...


그들의 머리 위로 펼쳐진 것은 다름 아닌 넓고 평평하게 생긴 검은 고무판

더욱 충격적인 것은 시민들이 발을 딛고 서 있는 땅조차 평소와 달리 물컹하고 푹신했다는 것

그리고 몇몇 지각력 있는 사람들은 그들의 도시가 매우 그릇된 곳에 이전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됨

그곳은 다름 아닌 '삼선슬리퍼'의 깔창, 정확히 말하면 오래 신은 탓에 발가락 모양이 움푹 패여 있는 곳에 도시가 이전해버린 것


그들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슬리퍼 깔창이라면, 그 슬리퍼의 주인은 얼마나 거대한 존재란 소리인가

그 사실을 깨달은 소인들은 초현실적인 상황에 형용할 수 없는 공포와 경외감을 느끼게 되는 거지

도시는 혼란으로 뒤덮히고 소인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시를 탈출하려 애썼지만 결국 부처님 손바닥, 아니, 거인의 발바닥이었겠지


그런데 거대한 발소리와 함께 도시를 뒤덮는 거대한 그림자... 정확히 말하자면, 슬리퍼 깔창 위에 드리운 거대한 그림자겠지

그 그림자의 정체는 앳돼 보이는 한 소년이었고, 그 소년은 슬리퍼 깔창을 내려다 보며 사악한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거야 

마치 깔창에 빽빽하게 깔려 있는 회색 빛깔의 물체가 무엇인지 이미 간파한 것처럼...


소년은 "이런 곳에 도시를 지은 벌레들이 있다니, 멍청해도 너무 멍청한 거 아냐?" 하면서 낄낄대며 조소하더니

이윽고 맨발을 슬리퍼 안에 밀어넣으면서 소인들에게 '최후의 심판'을 안겨다 주기 시작...

슬리퍼의 끝부터 시작해서 소년의 발이 깔창을 훑고 지나가자 도시들이 하나 둘 쓸려가기 시작하고

슬리퍼 코 부분에 있던 소인들은 소년의 거대한 발이 그들에게 다가오는 것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며 패닉에 빠지겠지 


소년은 그저 당연하다는 듯 슬리퍼를 신는 거겠지만 깔창 위에 있던 소인들에게는 피할 수조차 없는 일방적 파멸일 테지..

게다가 그 소년의 발에는 약간의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약간의 발냄새까지 나서 

소년이 슬리퍼 속으로 발을 밀어넣으면 밀어넣을수록 아직 파괴되지 않은 부분의 소인들은 

그들이 사랑하고 아껴왔던 모든 것을 앗아가는 거대한 발에 대한 공포, 그리고 방울방울 떨어지는 짜디짠 땀과 발냄새에 따른 육체적 고통을 동시에 호소해야만 할 거야 


그러다가 슬리퍼를 거의 다 신었을 무렵 소년은 발가락을 깔창 위에 내려놓지 않고 소인들 머리 위에서 꿈틀거리며 그들의 가냘픈 생존욕구마저 농락하는 거야


"헤헤, 이제 진짜 신이 누군지 알겠지? 살고 싶다면 내 발에 대고 열심히 빌어봐 봐. 내 발을 신으로 잘 모시겠다고 맹세하면, 너희들만큼은 살려줄 수도 있을텐데~"


그 말을 들은 소인들은 장난끼 어린 소년의 목소리에 황망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알량한 자존심 따위 무슨 소용이겠어. 소인들은 소년의 발을 향해 무한한 경외심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몇몇은 아예 소년의 발에 영혼을 내놓겠노라고 맹서하기까지 하는 거야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소년은 가소롭다는듯이 "이야, 내 발을 신으로 섬기라고 했더니 그걸 진짜로 섬기네? 다른 것도 아니고 내 발을? 진짜 하찮다 하찮아 ㅋㅋㅋ" 하면서 조소, 대적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파괴신 앞에서 생명을 구걸하던 소인들의 실낱같은 희망을 완전히 부숴버리는 거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년은 슬리퍼 바닥 위로 다섯 발가락을 살포시 안착시키고 그 후에는 있는 힘껏 발가락을 꼼지락거려 틈새에 살아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소인들을 모조리 발에 달라붙은 지박령으로 흡수해버리는 거야


그러고서는 샌들을 내려다보면서 "그러게 내 발을 진작 신으로 잘 모셨어야지~ 최소한 밟혀 죽으면서 내 발에 구원이라도 받을 수 있었을 거 아냐, 헤헤" 하고 최후의 일성을 남기고 소년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일상을 즐기는 거야 




그러니까 젭알 필력 좋은 누군가가 나서서 이거 단편소설로 써줬으면 좋겠다

문장 솜씨가 후달려서 전개를 못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