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소년 채널

지구의 인간들은 알지 못하는, 먼 우주에 존재하는 한 행성이 있다.

그곳에 존재하는 인류는 지구의 인류보다 뛰어난 능력과 발전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 기술을 사용 같지만 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먼 우주에 있는 지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차원 이동 능력이나 거대화 등의 능력으로 지구를 유린할 수 있는 그곳의 인류 중 소수는, 있으나 마나의 행성인 지구를 자신들의 장난감으로 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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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평범한 시민인 여자는,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맑은 하늘과 따뜻한 햇빛. 평생 존재할 것 같이 따사로운 일상. 여자는, 아니 지구의 모든 인류는, 곧 찾아올 재앙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그때였다.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던 여자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하늘로 손가락을 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의아해 하며 창밖을 바라본 여자는, 하늘에 정체불명의 푸른 소용돌이가 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소용돌이는 몇 분 동안 유지되었다. 시민들은 매일 같았던 일상에 갑작스레 나타난 변화에 호기심을 품었다. 그것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으며, 먼 곳에 있는 이들까지 알 수 있게 인터넷에 올리곤 했다.

그렇게 거의 모든 시민들이 그것에 주목하고 있을 때였다.




천천히 모양을 바꾸던 그것은, 갑작스레 거센 바람을 일으키며 돌아갔다. 아니, 마치 물웅덩이의 물결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여자와 시민들은 갑작스런 움직임에 당황스러워 하더니, 그곳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한다.

위험함을 느낀 몇 시민들이 자리를 박차며 달려간다. 그곳에서 최대한 먼 곳으로 향하려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콰아아아아앙-




"으응.. 아야, 여기가 그 소인들의 행성인가?"




소용돌이가 있던 그곳이 새하얀 살색으로 뒤덮인다. 여자의 시선으론 그곳을 덮은 살색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엄청난 충격이 도로를 뒤흔든 후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것이 여자와 다름 없는 '사람'이란 존재란 걸 깨닫게 했다.




"아, 안녕. 너희들은 모르겠지만, 난 우주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놀러왔어."




그게 무슨 말인가. 어떻게 인간이 아무런 장치도 없이 우주를 횡단한단 말인가. 아니, 아까의 그 수상했던 물체에서 튀어나왔다 해도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었단 말인가.

무엇보다도, 인간이 어찌 저렇게 거대할 수 있는가.




여자는, 시민들은 공포에 질렸다. 고층 아파트와 맞먹을 정도로, 아니 그것을 넘을 정도로 거대한 모습의 소년이 어떠한 행동을 취할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소년은 이미 자신의 아래에 있던 시민들을 모두 학살했지 않는가. 물론 소년이 의도한 일은 아니었지만.




"으음, 원래도 알았지만 너희는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구나?"




그의 목소리엔 비웃음이 섞여 있었다. 소년의 목소리는 귀를 터트릴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시민들은 본능적으로 소년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작은 다리를 움직이며 도망친다.

소년은 도망치는 소인을 보며 비웃음을 짓는다. 그러곤 자신의 앞에 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벌벌 떨며 그를 올려다보는 소인 한 명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콰아앙-




그의 발에 밟힌 소인의 피가 튀긴다. 순식간에 한 명의 인간이 죽어버렸다. 도망치는 시민들은 그의 발이 땅에 닿은 충격으로 인해 앞으로 고꾸라진다.




"와, 내 발에 밟혀서 죽은 거야? 오늘 처음 본 남자애한테 밟혀 죽는 인생이라면,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이유가 있긴 해?"




그에게서 도망치는 소인들을 바라보며 비웃는다. 소년은 충격에 넘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소인을 향해 다시 발을 향했다.




"자, 내 발에서 도망가지 않으면 짓밟을 거야? 빨리 도망가라고."




소인들에겐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최대한 빠른 속도로, 무엇도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소년의 거대한 모습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발을 구른다. 소년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질주하는 차로 인해 도로가 아비규환에 빠졌고, 지하철과 버스엔 그곳에 타기 위해 발버둥치는 시민들이 가득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년은, 피식 웃음을 짓는다. 그러곤 여전히 자신의 앞에 쓰러져 있는 소인을 향해 발을 내린다.




그의 발엔 벌써 두 명의 피가 흥건하게 묻는다. 물론 소년의 시선으로 보기엔 그저 조금의 물방울로 이루어질 정도의 액체였지만 말이다.




여자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현실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평화롭던 도시에 나타난 포탈에서, 인류의 몇 백 배는 될 듯한 크기의 거인이 나타나더니, 자신의 눈앞에서 인간을 짓밟고도 아무런 죄책감 없이, 도망치는 소인들을 쫓아간다.

그의 모습이 너무나도 두려웠고, 자신이 앉아있는 이곳을 발견해 파괴할까 두려웠다. 그가 언제 사라질지 몰랐고, 그가 어떤 존재인지도 몰랐기에 여자는 그저 두려운 시선으로 소년을 바라보며, 제발 이곳에서 떠나달라고, 들리지 않는 기도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