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역시나 냉전에 빠진 세계가 너도 미치고 나도 미치고 쟤네도 미치고 우리도 미치는


그런 광기의 시대는


군사 기술 발전을 이룩하게 하는 하나의 기폭제로서 작용했다


이 광풍에서 서독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바로 7.62mm 탄약을 사용하는 G3 전투소총이었다


기술의 집합체였던 G3는 표준적인 전투소총보다는 무게가 덜 나가고


반동도 덜 강한 H&K의 노하우를 이용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뭔짓을 해도 전투소총은 전투소총


7.62mm 탄환을 그냥 때려박아 쓰려니 길이가 길었고


표준적인 전투소총보다 반동이 적고 무게가 덜 나간다 해도 최근 트렌드였던



이런 소구경 소총보다 반동이 크고 무게가 더 나가는 것이 현실이었다


결국 트렌드가 변하는 것은 서독군도 예외는 아니었던지라


1960년 말 서독은 H&K에 신형 돌격소총 개발을 요구했다


이번에는 잠탱이.. 아니, H&K에서 만들었으나 한순간에 망해버린 소총


G11을 소개한다



[ N_FALLS의 무기 소리 #2 : G11 ]



| G11의 서막 - 어째서 무탄피총?



실 H&K는 무탄피총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근데 일반 소총으로 만들면서 서독 양반들이 부탁한 30발 이상의 장탄 수


걸리적거리지 않는 탄창, 고연사, 고3점사를 구현하려 했더니만


구조가 복잡해 탄 걸림이 밥먹듯이 일어날 뿐 아니라 내구성이 박살이 나버렸고


결국 H&K의 연구자들은


"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면 무탄피총으로 만들어버려! "


를 시전하게 되었으니 그것이 전설의 시작이었다



구조가 이미 야전 분해는 때려쳐야 할 정도로 더럽게 복잡해서


이물질이 들어왔을 때 고장이 나기 쉬웠고 탄피로 인한 잼과 무게 문제도 있던 터



하필 자원 조달 문제로 탄피의 주요 재료인 황동 가격이 치솟아 오르니


무탄피탄을 채용할 이유가 충분했고 일리도 있었다


그러나 세상이 그렇게 쉽게 쉽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니


무탄피를 채용함으로서 벌어지는 문제도 만만치 않았는데


탄이 비 등에 젖기 쉽고 그러면 바로 불량탄이 되어버린다는 점


그리고 특히나 과열이 쉽다는 점이었는데


일반 소총의 경우 탄피를 배출하면서 발사열과 그을음이 포함된 연소가스가 같이 배출됐는데



무탄피총은 그런 연소가스를 배출할 탄피 배출구가 없으니


가스가 약실을 계속 맴돌면서 총열이 더러워지는 것은 물론이고


총을 아주 빠르게 과열시키는 문제가 생겼다


총의 과열은 곧 쿡 오프 현상으로 이어졌고



쿡 오프가 굉장히 위험하다 보니 H&K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벨 사와 손을 잡고 돈을 떄려부어서 


열에 강하고 그을음을 최소화하고 약실 내부에서 완전 연소가 되는 전용 플라스틱 장약을 만들어


그 장약을 탄피 형태를 빚어서 탄을 만들어버렸다




|| 탄은 만들었으니 이제 총을 만들자 - G11의 등장



직히 G11의 구조를 뜯어보면


시계 장인이 만들었거나 외계인을 고문해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아주 정교한 회전 노리쇠를 적용했는데


외부적인 조작이 가능한 곳이 탄피 배출구 문제를 해결하면서 잼이 걸려


발사되지 않는 탄을 간단히 제거할 수 있는 배출구 정도만 만들어서


전에 비해 구조가 단순해진 편이었다



급탄 방식도 회전 노리쇠가 돌아가며 급탄 과정을 반복하는 구조인지라


이상하게도 빠른 속도로 완벽히 작동하여


G11의 고속 3점사 기능은 2,200RPM이라는 정신 나간 속도를 자랑하게 되었다



아직도 고속 점사계의 끝판으로 남아 있는 AN-94의 연사속도가


1,800RPM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G11은 일반적인 총이라 부를 수 없는 부분으로 넘어가 버렸다


G11의 발사 속도는 첫번째 탄두가 총열을 나가기도 전에 이미 3번째 발이 발사가 된 수준이었고


순식간에 적의 방탄복에 3발을 후두둑 꽃아넣어버리니 


방탄복이 무색하게 관통되어 유효타를 날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G11은 전장을 줄이기 위해 불펍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탄창이 이상하게도



총열 위에 꽃아 넣는 형식이다


서독 양반들이 말한 걸리적거리지 않는 탄창 문제도 그랬고 급탄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독특한 형식으로 만들어졌는데 탄창 용량이 50발이었다!


결국에는 탄창이 굉장히 길었는데 보병이 휴대하고 다닐 정도가 아니라


총 뒤에 탄창을 꽃아 넣고 다녀야 해서 탄창 보관 공간을 만들고


조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준경을 달고 반동 흡수용 완충 스프링을 달아


총열과 노리쇠가 왕복하는 요상한 구조를 지니게 되었는데


그래서 디자인이 굉장히 뭉툭한 방망이처럼 되어 버렸다



||| 평가 - G11이 망한 이유



래서 서독군에 넘겨진 것은 헤일러 운트 코흐에서 개발을 시작한지 20년이 지난


시점에 만들어진 G11K1이었다


독일군 내 평가는 상당히 우수한 편이었는데


복잡한 구조에도 상당한 내구성과 우수한 관통 능력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특히나 가볍고 작은 탄 덕에 소지 가능한 탄 수가 2배가 늘어나는 꽤 획기적인


이점도 얻게 되었다


물론 개발을 오래한 만큼 총과 탄이 더럽게 비싸다는 단점이 있긴 했는데


탄은 발 당 700불 선으로 미쳐날뛰었지만 대량 생산하면 어느정도


해결될 문제로 여겨졌고 H&K는 총기계의 혁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 하였다



그러나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990년 독일이 통일을 이뤄 냉전이 끝나가기 시작했다


통일 직후 서독 정부는 막대한 통일 비용을 지출해야 했고


결국 군부가 순식간에 " 있던 거 써 "라는 입장으로 돌아서 버리니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치 않았던 G11은 한방에 채용 거절을 당하고


그렇다고 안 팔면 회사가 망할 판이었던 H&K는 ACR 프로젝트에 구경을 늘린



G11K2를 출품했으나



미군 역시나 " M16 백년천년 굴려먹자 "는 입장으로 ACR을 취소해 버리니


H&K는 개발비로 쏟아부은 막대한 연구 비용을 전부 부채로 떠앉게 되었고


순식간에 재정이 박살, 이 재정난으로 오드넌스 사에 흡수되는 굴욕을 겪게 되었다



겨우 오드넌스 사에서 탈출한 H&K는 안전 노선만 택하며 G36, HK416 등을 생산하면서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