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한국에서의 일제에 대한 담론은 근본적으로 아귀가 안 맞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흔히 일본을 '전범국'이라고 부르며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촉구하지만, 정작 전범국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실제로 문제삼는 것은 바로 식민지배이지 전범국 문제가 아니다. 중일전쟁이건 태평양전쟁이건 한국에서는 단지 "한국을 식민지배한 일본"이 밖에서'도' 벌인 사건 정도로만 받아들이며, 따라서 식민지배에 곁들여진 사소한 에피소드일 뿐 중요한 관심사는 아니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식민지를 가졌다는 이유로 범죄국으로 보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에서 보듯이 실제로 문제삼는 것은 '전범국'이라는 점이고, 따라서 한국에서도 '전범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전범국'이라는 이유로 비난하면서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하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로 이 점에서 주장이 아귀가 맞지 않게 된다. 한국에서는 '전범국'이라는 이름에 일제의 모든 것을 묶으려고 한다. 그러나 '전범국'은 어디까지나 전쟁 범죄를 저지른 나라라는 뜻이지 식민지배를 한 나라라는 뜻이 아니다. 단지 일제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전범국의 상징이 되지는 않는다. 


이 점이 바로 욱일기를 문제삼는 사람들이 거론하는 하이첸크로츠와의 비교에서 드러나는데, 나치라면 치를 떠는 유럽인들이 문제삼는 것은 어디까나 나치의 상징인 하이첸크로츠다. 당시 독일이나 독일군에 속했다는 이유로 금지하지 않는다. 독일군의 상징인 철십자 문양은 지금까지도 독일군의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일제에 대해서는 이러한 차이를 납득하지 못한다. '일제'의 상징은 곧 '전범국'의 상징이라는 시각에서는 일제의 깃발일 뿐 군국주의의 상징이 아니므로 전범기가 아니라는 것은 말장난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국제사회서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지 않는 것은 일본이 강하고 우리가 힘이 없기 때문이라는 식의 피해망상만 횡행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 핵심적인 문제는 욱일기가 하이켄크로츠에 해당된다 것을 납득시키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일이다. 욱일기는 군국주의의 상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의 상징이다. 욱일기를 반대하려면 반대하는 논리를 내세울 수는 있다. 유럽에서 철십자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우리도 그러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다면 앞으도 말이 되는 주장을 만들지 못하고 IOC가 일본에 돈을 먹었네 어쩌네 하는 말로 자위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일본에 대한 비난이 국내정치용이 아니라면  그보다는 나은 전략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