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스형 탄창에 조금 더 친절한 형태의 탄

이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8mm 르벨 탄약이다.

보시다시피 외형이 굉장히 못생긴 탄이고 그래서 프뽕인 필자마저도 굉장히 싫어하는 탄이지만 사실 여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일단 르벨이 나오던 시절에는 박스형 탄창이 그리 흔하지 않았다.


물론 이때에도 박스형 탄창이 있긴 했으나,개발 일정 등의 문제로 르벨의 탄창은 튜브형으로 결정되었는데 문제는 튜브형 탄창은 뒤쪽 탄약의 탄두가 앞쪽 탄약의 뇌관을 찌르는 연쇄 격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 부분을 잘 보면 탄피의 경사가 바뀌는 지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참고로 이걸 double taper,즉 이중 경사라고 부른다.)

(탄피 특유의 이중 경사 덕분에 탄약이 탄창 내에서 아래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채로 놓여있다.)


그래서 8mm 르벨탄은 일종의 "이중 경사"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이 덕분에 어찌저찌 연쇄 격발 문제는 피할 수가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 "이중 경사" 구조가 박스형 탄창에는 그리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쇼샤 경기관총인데,안그래도 림드 탄이라 탄창의 경사가 급한데 탄피 형상까지 지랄맞으니 고작 20발밖에 안되는 장탄수임에도 불구하고 탄창이 반원에 가까울 정도로 급격하게 휘어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물론 연쇄 격발 문제를 해결한 점 자체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이런 근시안적인 설계 때문에 -사실 1차적인 원인은 수개월만에 신형 총기 내놓으라고 닦달한 병신 국방장관 때문이긴 하다- 프랑스는 1930년대 중반에 신형 림리스 탄약을 개발할 때까지 박스형 탄창을 사용하는 자동화기 설계에 애로사항을 겪었으니 참으로 애물단지인 물건이라 할 수 있겠다.


2)좀 더 발전된 형태의 탄창


사실 프랑스도 처음부터 튜브형 탄창을 쓰려고 했던건 아니었다

프랑스는 무연화약을 사용할 신형 총기를 개발할 때 참고하기 위해서 여러 총기들을 시험해 보며 이들 설계의 장단점을 각각 평가하고 있었는데,그중에서 프랑스군이 눈독들였던 물건 중에 M1885 Remington-Lee 소총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참고로 이 소총은 나중에 여러 개량을 거치며 게이들이 잘 아는 리엔필드 시리즈로 발전하게 된다.


즉 프랑스는 잘만 하면 최소한 리엔필드급의,어쩌면 리엔필드를 능가하는 급의 볼트액션 소총을 개발했을 수도 있었다는 소리다.




.....물론 이 병신 국방장관이 없었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저 국방장관은 최대한 빨리 자국의 병사들을 무연화약을 사용하는 소총으로 무장시키기를 원했고,이에 소총의 개발기간을 수개월로 단축시켜 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르벨 소총의 개발자들은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고,결국 자국 내에서 이미 어느정도 사용되던 크로파첵 소총을 거의 그대로 베낀 자칭 "신형 소총"을 내놓게 된다.

(프랑스군에서 사용되던 크로파첵 소총.르벨과 기본적인 구조는 차이가 없다.)


문제는 크로파첵 소총은 튜브형 탄창을 사용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그렇게까지 단순한 물건은 아닌데다 나중에 나올 스트리퍼 클립 등을 적용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지속 사격에 매우 불리하다는 것이다.(잘 이해하기가 힘들다면 레밍턴 870에 5발을 장전하는 것과 게베어 98에 스트리퍼 클립을 이용해 5발을 장전하는 것 중에서 누가 더 빠른지를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튜브형 탄창의 본질적인 문제들을 제외하더라도,크로파첵 소총은 노리쇠를 너무 세게 당기면 탄창에서 약실로 올라오던 탄약이 총기 밖으로 튀어나가는 문제가 있는 등 총 자체로 봐도 그렇게까지 좋은 총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촉박한 개발 일정은 새로운 타입의 급탄기구를 개발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고,결국 르벨은 영원히 병신같은 탄창을 달고 살아가는 운명이 된다


프랑스 무기 덕후인 필자 입장에서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