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카 도럼프가 발언한 대립이 줄고 1, 2세계간의 구분이 약해지며 화합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세계가 점차 다극화되고 점점 더 많은 극단주의적 사상과 그 추종자들이 득세하기 때문이며, 이는 장차 세계에 더 큰 충돌과 불안정을 가지고 올 것이다. 세계가 다극화되어간다는 것은 더 많은 갈등을 불러올 것이고, 유라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우리의 영향권에 둘 수 있는 국가와 지역이 점점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 2세계 간의 구분이 약해지고 대립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그저 착각에 지나지 않으며 유라시아를 비롯한 1세계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세계 각지의 분쟁 지역에서 친1세계 세력을 보호하는 책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스리카 전쟁의 경우를 보면, 유라시아와 아스칸디아가 결국 직접 개입을 하지 않으면서 2, 3세계 세력에게 큰 피해를 입고, 일부 1세계 국가들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친1세계 정권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렇게 1세계 친화 정책을 펴는 국가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차후 많은 국가들은 유라시아와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이며 이는 유라시아 안보와 외교에 심각한 타격이다. 1세계와 2세계 사이의 빈자리로 지난 세기에 몰락했던 제국주의와 군국주의 망령들이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미 도럼프 행정부의 외교공백이 불러일으킨 부작용이 표면화되고 있다. 박수 소리는 반드시 두 손이 맞부딪혀야 우리 귀에 들린다. 도럼프 행정부는 충돌하러 빠르게 다가오는 루세티아의 손에 대항해서 똑같이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손을 뒤로 피해서 소리를 내지 않는 보신주의적 정책만 반복하고 있다. 비굴하게 구걸한 평화는 반드시 미래에 대가가 되어 돌아온다. 진정한 평화를 지키고 싶다면, 우선 그렇게 할 수 있는 힘부터 가져야 한다. 그것을 위해 동맹과의 연대와 협조는 반드시 필요하다. 재정 절약을 실리라고 포장하며 같은 1세계 국가들을 팔아먹는 도럼프 행정부는 지난 세기동안 유라시아가 축적한 안보적, 외교적 자산들을 단 8년만에 총체적으로 붕괴시켰다. 도럼프와 입장을 같이 하는 친도럼프 인사가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면 8년간 이어져온 국제 사회의 문제에 대한 방기가 또 이어질 것이다. 아방카 도럼프는 민감한 외교 현안에 대해 아는 것도 없으면서 타인을 비난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도럼프 행정부가 보인 정책은 절대 실리주의로 포장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