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롱, 카, 세네 투!〕


〔멘, 보라! 알테네 나이타!〕


총을 든 적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나와 반호는 뒤를 돌아보았다.


우리 이외엔 아군이 하나도 없다.



*



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서 시간은 잠시 뒤로 돌아간다.

분명 우린 200명으로 출발했다.



"생각해 봐. 지금은 21세기잖아. 이렇게 차를 타고 횡단할 게 아니라 비행기나 헬리콥터를 타야하는 게 아닐까?"


"전임 시장이 그러려다 격추당했습니다."


"......"


"슈치페리스 사막의 제공권은 이곳 원주민들이 차지하고 있거든요."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거지!"


외부 문명과의 접촉을 철저하게 꺼리는 원시 부족이, 외부 문명의 무기 기술력만 받아들이는 게 말이 되는가?


슈치페리스 사막에 있는 원시 부족은 철저히 우리를 상대로 배타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기술력만 받아들였다.


AK소총이나, 저기 하늘에 떠 있는 샤이엔 헬기 같은 것들 말이다.

응? 저기 떠 있는?



.

.

.

"씨발 맨패즈 들어!!"



 

*



맨패즈(MANPADS).


보병 휴대용 대공방어체계(MAN-Portable Air Defense System)의 약자로, 한낱 보병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헬기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슈치페리스의 기술력이 집약된 최첨단 무기이기도 하다.



......근데 그걸 왜 사막 원시 부족을 상대로 써야 하는데.



"시장님 피하셔야 합니다."


"모래밖에 없는 사막에서 대체 어디로 피하라는 건데? 못 피해! 맞서 싸워!"


"시장님!"


"내 말 들어! 놈들 헬기에 장착된 무장은 12식 불펍이야! 불펍은 발사한 이후에도 계속 조종해줘야 하니까!"


"적 헬기에서 미사일이 발사됐습니다!"


난 횡단군들을 바라봤다.

그들의 대다수는 숙련된 맨패즈 사수들이다.


"잘 들어. 불펍 미사일은 발사 후에도 타겟 명중시까지 조종사가 유도를 해줘야 해. 그 동안은 헬기 쪽이 무방비로 있을거야."


"어차피 불펍의 명중률은 형편없어. 그러니까 헬기를 노려. 침착하게!"


아군이 스트렐라-3를 하늘 위로 조준했다.


슈치페리스의 위대한 사수라면 분명 빗맞추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다.

적 헬기는, 무방비로 수평비행하고 있다.



휘이이이이익


교차한다.

적이 쏜 12식 불펍과,

아군의 스테렐라-3.



.

.

.

쾅!!!


땅에 처박힌 불펍이 천지를 울린다.

형편없는 명중률, 다행히 사망자는 없다.


"적 하강합니다!"


고도를 낮추는 헬기.

아마도 아군의 대공 미사일을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오히려 표적의 크기를 키워주는 일에 불과하......


"기관포다! 엄폐물로 피해!"


젠장!

그렇지.


헬기가 한낱 보병과 전투하는 법은 이게 정석이지.


멀리서 미사일이나 쏴 대는 건 건축물이 표적일 때나 쓰는 방식이다.

적 입장에서 아까의 미사일은, ......뭐랄까, 환영 인사에 불과했을 것이다.




*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

위급한 상황에 발동하는 사고가속이다.


이만 생을 포기하고 주마등을 떠올리려던 찰나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30mm 기관포라면, 장갑차로는 택도 없어'


사막 한 가운데에서 엄폐물을 찾는다.

우리가 끌고 온 장갑차?

어림도 없다.


30mm 기관포라면 단번에 뚫어낼 것이다.


그렇다면, 모래언덕 너머로 숨어야 할까?

안 된다.


적은 공중에 있다.

지상의 적이라면 언덕 너머의 적을 쏠 수 없겠지만, 하늘에서 보면 전부 시야에 있는 법이다.



.

.

.

결국 숨는 건 아무 의미 없어.

적을 먼저 격추시켜야 한다.


마침, 내 발치로 굴러온 스테렐라-2가 보였다.

작동은 제대로 될까 싶은 구식 모델이다.


바닥에 엎드린 채로 적을 조준했다.

하하.

나 시장인데.


시장이 직접 대공 미사일을 쏘는 경우가 다 있네.


아니, 애초에 위험천만한 횡단 임무에 시장이 동행하는 것 부터가 말이 안 된다.

......내가 공약을 잘못 난발한 탓이지.


아마 지금쯤 지로카스트라에선 차기 시장을 미리 선출하고 있지 않을까?



*



3개.

아군이 보유한 맨패즈는 3개였다.


첫번째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명중하지 못했고,

두번째는 적이 기관포로 먼저 사격해서 불발.


그리고 마지막 하나 남은 맨패즈가 내 발치에 굴러온 것이다.


다행히, 난 이 고물같은 무기를 쓸 줄 안다.

슈치페리스는 남녀 공동 의무 복무 기간 10년이니까.


그래서 쏘는 법은 알고 있다.

쏴 본 적은 없지만.


한 발당 가격이 몇천만원이 넘는 무기를 훈련에 쓸 수 있을 정도로 부유한 국가가 아니다.

우리는.



쾅!

쉬이이이익.



미사일이 흔히 그렇듯,

한 차례 굉음을 내고 쏘아져서, 불을 뿜는다.




콰아앙!!!!



모래 언덕 위로 추락하는 헬리콥터.

그 잔해를 쳐다보기도 전에, 고개를 뒤로 돌렸다.



우리가 맨 처음 사막으로 출발했을 때,

분명 200명의 위대한 군인들과 함께 출발했던가?



......이제 1명이다.


"끄으윽! 저 살아 있습니다."

반호의 목소리.


음. 두명이군.




*



〔알롱, 카, 세네 투!〕


〔멘, 보라! 알테네 나이타!〕



그래서 다시 이 상황이다.


AK-47을 든 사막 원주민과 두명의 용사.

모험의 시작치고는 꽤나 비장하지 않은가?


지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