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화염의 구체가 공중을 날아 거대한 바위산에 박힌다. 거대한 불꽃이 솟아올라 그 표면을 뜨겁게 달군다. 불꽃의 시작점에는 금발의 소녀가 서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마찬가지로 붉은머리의 소녀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 후... "


아르셰가 가볍게 숨을 내뱉었다. 제 3위계 마법인 화염구가 멋지게 작렬한것에 트레이시가 박수쳤다.


" 이게 화염구. 제 3위계 마법이야.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법을 사용해 본거지만 그 전에. "


아르셰가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 당신, 마법에 대해서는 어디까지 알고있어? "


아르셰가 눈을 아래로 돌려 트레이시의 손에들린 물건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것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반짝거리는 크리스탈은 천재라고도 불려본 아르셰의 이목을 잡기에 충분했다.


" 어엄... 하나도 몰라! "


" 마법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이 그런걸 산거야? "


아르셰가 지팡이를 가리켰다.


" 응? 아아, 이건 아버지한테 받은거야. "


" 아버지? "


' 어떤 사람이길래... 유품인가... '


" 그래... 그럼 우선은 이론부터 가르칠거야. 잘 듣도록해. "


트레이시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자들에게서 조차 배울 수 없었던 마법에 대해서 처음으로 배우는 순간이다. 대충 흘려들을 수는 없었다.


" 첫째로 마법이라는건 세간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마력을 사용한다고 생각하는이가 많아, 하지만 그건 조금 달라. "


아르셰가 지팡이를 사용해 바닥에 원을 그린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람의 형태를 그려넣고 안쪽을 향하도록 화살표를 여러개 그린다.


" 그건 마법을 배우고 난 다음의 일이거든 그러니까 사람들은 첫단계가 아닌 두번째 단계만 알고있는거야. "


그려진 그림의 옆으로 일직선의 선을 그어 다시 한번 원을 그린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작은 동그라미를 여러개 그려넣는다.


" 각자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에 따라 배울 수 있는 마법의 수가 정해져있어. 그 숫자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자신외에는 별로 없지만 어차피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그건 딱히 상관 없겠지. "


아르셰는 이번에는 자신의 품에서 작은 노트를 꺼냈다.


" 그러니까 첫단계를 알려줄게. 마법이라는건 어떻게 보면 하나의 약속 같은거야. 이 대륙, 이 세계, 세상 전체와의 약속이지. 내가 이제부터 이 마법을 배우겠다, 라는 세계와의 약속. "


아르셰가 지팡이로 처음그린 사람 형태를 가리켰다.


" 이 원은 세계야. 그리고 이 사람이 너. 화살표는 마력과 배울 수 있는 마법지식이야. 즉 너라는 그릇에 마법을 담는거지. 그릇의 크기는 제각각이지만 계속 채워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


" 넘치는거네? "


" 맞아. 그렇지만 아까 말했듯 사람의 몸은 신기하게도 자신의 한계가 되면 스스로 그걸 눈치채게돼. 그러니까 넘칠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거지. "


" 그렇구나. "


트레이시는 아르셰의 말을 듣고 엔토마를 떠올렸다. 주인에게 창조되었을 때 부터 정해둔 마법을 알고 있으며, 주인으로부터 배운 마법이 아닌 마법의 사용을 전혀 모르는것이 이제야 이해가 됐다.


" 그러니까... "


"  그러니까 내가 이 마법을 배우겠다고 생각하고 마법을 배우는게 중요한거네? 내가 배운 마법만큼 다른 마법을 배우는게 어려워지거나 이내 불가능해지니까 신중히 결정하는게 좋겠구나. "


당연한것을 말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마법에 대해서 설명했다고 그것을 바로 이해하는 사람은 드물다. 아르셰가 눈으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 훌륭하네. 그렇지만 우선 처음은 마법화살을 배워보는걸 추천할게 나도... 마법 학원에 다닐때 처음으로 배운 공격 마법이거든. 우선 무엇을 배울지 보단 어떤거라도 배우는 감각을 익히는게 중요하니까. "


트레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가 배우고 싶은 마법은 따로 있었으나 지금은 배울 때. 이것저것 따지면서 배울 시간은 자신의 아버지, 아인즈 울 고운에게 없을테니까. 하루 빨리 자신은 강해져야한다. 그러니 지금은 이전보다 강해질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좋았다.


" 마법 화살! "


아르셰의 외침과 함께 작은 화살같은 빛의 형태가 여러개 나타나 바로앞에 있는 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아르셰는 작은 목소리로 좋았어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마법 화살은 마력을 한데 뭉쳐서 적에게 날리는 마법이야. 이 마법의 장점은 자신이 원하는 대상을 추적해서 확실하게 맞출 수 있지. 한번 해볼래? "


" 응! "


트레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셰가 방금 자신이 날린 마법 화살의 종착지인 나무를 가리켰다. 트레이시가 눈을 감고 자신의 지팡이를 들어 앞으로 겨누었다.


" 빛의 덩어리, 마력을 한곳에 뭉친다는 느낌으로 날려봐 처음에는 힘... "


"  마법 화살! "


아르셰의 말이 끝나기도전에 이미 빛의 화살은 트레이시로부터 생성돼 나무를 향해 날아갔다. 처음 배워본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능수능란하게 성공했다.


" 그런...! "


아르셰가 깜짝 놀라 나무에서 시선을 떼고 트레이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 하나... 지만, 성공한거지? "


지금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는 건가, 같은 표정으로 아르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법을 배우려면 최소 몇 주에서 몇달은 걸린다. 그것은 배우는 것에 일가견이 있던 자신조차도 그러했다. 그런데 그러한 마법을 단 몇 분 만에 성공한 것이다.


" 어때? 잘 된거지? "


" 아, 응! 굉장해! 마법을 이렇게 빨리 배우는 사람은 처음이야! "


" 정말? 고마워! 그렇지만 아직 미완성일까, 하나밖에 안 나갔어. "


아쉬워하며 지팡이를 어루만지는 트레이시에게 아르셰가 크게 여러번 고개를 저었다.


" 그렇지 않아, 마법 화살은 원래는 제 1위계의 마법이지만 나처럼 그 이상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 마법을 강화하는 것이 가능해. 그렇게 하면 그 숫자가 늘어나지. 실제로는 한 개가 맞아. 이처럼 어떤 마법은 스스로 원한다면 위계를 높여서 사용할 수 있는데 너도 사용할 수 있는 위계가 높아지면 가능할 거야. 아니, 너라면 분명 가능해. "


아르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아까운 재능을 가진 존재가 한낱 돈 때문에 마법 학원도 가지 못하고 재능을 펼치지 못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그녀라면 어쩌면 정말로 플루더 파라다인을 능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 고작 돈 때문에...! '


" 왜 그래? 뭔가 잘못한건가? "


트레이시가 물었다.


" 아냐... 아무것도. 돈이 없다는것이 한스러웠어. "


" 돈이 없는거야? 역시 어제 준 돈이 모자랐구나. "


" 그런거 아니야! 너가 준 돈은 상상 이상으로 많았어! 그냥 나는 당신이 안타까워서... 이 세계에선 돈이 없으면 받을 대접을 받지 못 한다는게... 아니, 됐어 여기까지 하자. 나는 너에게 마법을 가르치는 것이 업무지 이런 얘길 하는게 아니니까. "


" 있지 아르셰. "


트레이시가 아르셰의 손을 두 손으로 부여 잡았다.


" 하고 싶은 말이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자신 있게 해. 자기 자신을 속여봤자 상처받는건 너 뿐이야. “


말문이 막힌 아르셰에게 트레이시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있지... 만난지 아직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너의 힘이 되어주고 싶어, 힘들 때 언제든지 옆에 있어 줄게. 그러니까 마음껏 이야기 해. “


" 됐어. 내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야. "


' 해결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긴 하지만... ‘


" 그러니까, 이야기만이라도 들어주겠다는 거야. 어제도 그렇게 해서 기분이 나아졌잖아? "


" 왜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건데? “


"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


얼굴이 붉어진 아르셰가 황급히 트레이시의 손을 뿌리쳤다.


" 무, 무, 무슨 소리를...! 나, 나는... 그런... 그런건... 당신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알고 있어? "


" 응. 좋아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는거야. 안돼? “


' 너무 성급히 들이댄건가? ‘


클라임을 놓쳤을 때를 생각하며 트레이시는 이 다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클라임의 경우엔 시기를 놓치고 너무 뜸을 들여서 놓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너무 빨리 그녀에게 다가간 것은 아닐까.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한 자신이 한스러웠다. 적어도 여러 방면으로 지식이 많은 데미우르고스 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았을지 모른다.


' 하지만, 이미 한번 얘기 한거니까... 여기서 멈추면 의미 없겠지. ‘


" 아르셰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


" 그건... “


아르셰는 어렸을 때부터 워커로 활동하여 현재에 이르기까지 고된 삶의 연속이었다. 쉴 시간 따윈 없었고 자신을 위한 물건을 사본 적도 없었다. 그렇기에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과의 교제도, 연애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라면 마법 학원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동급생과 이야기를 몇번 나누어 본 것일까. 그마저도 아르셰의 빠른 성장에 모두가 거리감을 두었을 때쯤 멈추었었다. 하지만 떠오르는 사람은 있다.


" 내 동생들... “


" 동생들? “


" 내 부모들이 계속해서 사채를 끌어 쓰고 있어. 이대로 가면 가문이 몰락하는 건 금방... 아니, 이미 몰락했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내 동생들 우레이와 쿠데는 죄가 없어! 그 아이들은... 그 아이들 만큼은 내가 지켜줘야 돼... “


아르셰는 동생을 떠올리며 손을 작게 떨었다. 자신이 내몰린 상황에서는 이렇게까지 그녀가 동요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동생들의 이야기를 생각할 때마다 자신을 주체할 수 없었다.


" 있지, 아르셰. 원한다면 얼마든지 의지해도 좋다는 이야기는 그냥 한 말이 아니야. 내가 사는 곳은 여기서 조금 떨어진 장소지만 아르셰가 원한다면 와서 살아도 좋거든? 그러니까 만약 너희가 살곳이 없어진다면 언제든지 와도 좋아. “


" 무슨... “


아르셰는 말문이 막혔다. 만나게 된지 하루밖에 안 된 사람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나, 살곳이 없어지면 자신에게로 오라고 하지 않나. 마치 동화 속에서만 보던 백마 탄 왕자님 이야기였다.


"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수 있어? 나는 너를 모르는 사람이야! 너도 나를 잘 모르잖아! 당신이 성군이라도 된다는 거야? “


" 좋아하니까. 좋아하는 사람한테 무엇이든 해주고 싶은건 당연하잖아. “








그렇게 말하며 트레이시는 살며시 아르셰를 껴안았다. 어째서일까 그녀의 딱딱한 갑옷은 느껴지지 않고 그녀의 품 안이 따듯하고 포근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마음 한구석에서 느껴지는 동생들에 대한 불안한 감정을 상자에 가둬, 그것을 자물쇠로 겹겹이 잠그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트레이시의 양팔이 자신의 등을 감싸고 있었으나 반대로 자신의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따스함을 느껴본 것이 실로 오랜만이었다. 아르셰는 천천히 그녀에게로 빠져들었다.


" 아아... 아아... 고마...워... “








그 자리에서 돌처럼 굳어버린 아르셰를 껴안은 채, 그녀를 바라보는 트레이시의 표정은 날카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승리를 확신하는 어린아이의 표정. 아니, 그보다는 더 어두운 표정이.


" 그렇지만, 아직은 아니야... 좋아해주는건... 고마워. “


자신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장갑으로 스윽 닦아내고 아르셰가 트레이시를 힘을 주지 않고 밀어냈다. 그녀의 얼굴에는 싫어하는 표정이나 그러한 감정은 보이지 않았으며 오히려 더 그러고 있지 못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이 담겨져 있었다.


" 왜냐하면... 지금은 너에게 마법을 가르쳐 줄 때야. 그리고... 나는 아직 스스로 해결할 수 있으니까. 남에게 의지하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까, 기다려 줘. 내가 당당히 떳떳하게 되면 그 때 너를 다시 만날게. “


아르셰에게서 떨어진 트레이시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듯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 어... 고백... 받아준거야? “


" ... 그래. 아! 이, 이상한 생각은 하지마! 아직은... 친구... 니까... “


부끄러움에 팔과 다리를 배배꼬으며 아르셰가 자신의 양 손으로 두 볼을 탁 하고 쳤다.


" 자! 이제 마법에 대한 기초는 알았지? 어떤 느낌이었어? “


" 어? “


아! 하고 트레이시가 자신의 원래 목적을 떠올렸다. 그리고는 빛나는 눈동자로 변해 아르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 신기해!!! 있지! 나 아까 전까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말이지! 마법 화살을 배우려고 하니까 네가 말해준 그릇과 약속이라는 의미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같아! 뭔가 마음속에서... 그러니까 내 생각과 기억들 사이에서, 없었던 것이 생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던 것 같은 감각이야. 마법 화살 이라는 마법을 이 가슴속에 새겼어! 그리고... 무언가 다른 마법도 말이지... “


" 응, 다행이네. 그것이 마법의 기초야. “


아르셰가 작게 미소를 띄웠다.


" 자, 내일부터는 내가 아는 마법을 하나씩 가르쳐 줄 테니까 원하는 마법이 있으면... "


" 어이! 아르셰! “


헤케란의 목소리였다. 중앙이 뻥 뚫린 나무의 옆을 지나서 헤케란이 나타나 아르셰를 불렀다. 무성히 자란 풀을 지나쳐 둘에게로 다가와 팔에 묻은 풀잎을 털어냈다.


" 무슨일이야? “


" 수업중이라서 부르긴 좀 뭐하지만 의뢰야. 언데드 퇴치 임무인데 가자. “


" 응. 아! 그렇지. “


헤케란을 바라보며 아르셰가 트레이시의 손을 붙잡았다.


" 있지. 트레이시도 같이 갈래? “


" 어? “


" 헤케란! 그녀의 마법 수업을 겸하고 싶어, 데려가도 괜찮을까? “


" 어? 어어... 그렇지만 위험할텐데... “


" 그녀의 마법 실력은 천재야! 분명 나 이상의 존재가 될 것이 분명해! “


" 음... 아르셰가 그렇게 말한다면 괜찮겠지. 물론, 그쪽에서 허락 한다면. "


헤케란이 트레이시를 바라보았다.


" 물론이지! 얼마든지! “


" 기백이 좋네. “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르셰랑 후타나리 야스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