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저물고 저녁이 되어가는 도시의 한가운데. 수많은 사람이 왁자지껄 떠드는 술집의 불이 환하게 들어온다. 외부 테이블에 앉아서 이미 술에 곯아떨어진 이미나가 헤케란과 어깨동무로 함께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언데드 퇴치의 보상으로 바꾼 돈의 절반은 그대로 그날 그들의 식사 비용으로 사용되었다.


" 그나저나 정말 놀랐습니다. "


가볍게 물을 마시면서 로버딕이 말했다. 본래는 오늘의 임무 성공을 축하하는 자리였으나 이미나가 헤케란보다 먼저 뻗어버린 후 술에 취한 이미나가 건네는 술을 거절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헤케란은 그녀를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아르셰와 로버딕, 그리고 이번 전투를 도운 트레시이만이 즐겁게 식사를 이어갔다.


" 아르셰가 마법을 가르쳐준 몇 시간 만에 제 3위계를 사용하게 되셨을 줄은. "


로버딕의 말에 트레이시가 손사래를 쳤다.


" 아니야 아니야! 내가 쓴게 아니고 지팡이에 내장된 마법이야! "


트레이시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비록 아인즈가 건네준 초보자용 지팡이지만 위그드라실에서의 초보와 이 세계에서의 초보의 극명한 차이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로버딕이 생긴 것을 자세히 볼 시간이 없어 몰랐지만, 이제라도 살펴보니 확실히 평범한 물건은 아닌 것 같다며 이 정도 물건은 이 근방에서 금화 수천 닢은 할 것이라며 지팡이를 팔고 어디 집이라도 사는건 어떠냐고 농담을 건넸다.


" 안돼! 절대로! 안 팔아! "


귀가 떨어질 것 같은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쓰러져 있던 헤케란과 이미나 마저 고개를 들었다.


" 무, 무슨일이야. 갑자기. "


헤케란에 보이는 것은 사과하고 있는 로버딕과 그것을 노려보는 트레이시였다.


" 로버딕, 그렇게 안 봤는데... 너, 손댄거냐? "


헤케란이 슬쩍 로버딕에게 기대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


"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립니까! 저를 그런 사람으로 보는 겁니까!? 많이 취하신것 같으니 그만 들어가서 주무세요. "


" ... 그럴까. "


헤케란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미나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관 내부로 들어가기전 고개를 돌려 아직 자리에 앉아 있는 테이블을 슬쩍 보았다. 아직 화가 안풀렸다는 듯 토라진 얼굴로 지팡이를 어루만지는 트레이시를 바라보며 헤케란은 아까의 일을 떠올렸다.


" 엘더 리치! "


이미나가 소리쳤다. 카체 평야는 언데드의 주요 발생지로, 언데드는 모여들수록 강한 언데드가 출몰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이렇게나 갑자기 엘더 리치의 등장은 너무 뜬금없었다. 황급히 이미나가 주머니에서 유황이 담긴 병을 꺼냈다.


" 저기까지 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어! 우리가 붙을때 까지 어떻게든 시간을 벌 수 있겠어? "


헤케란과 로버딕은 근거리 전사이며 원거리에서 싸우는 매직 캐스터에게 불리한 상성이었다. 그렇기에 이미나가 엘더 리치의 약점 속성인 화염 속성으로 공격하기 위해 유황을 꺼내든 것이다.


" 나도 알지만 여전히 멀어! 녀석이 다가오긴 해도 사거리 안까지 오진 않을거 아냐! 최대한 해볼테니까 우선... "


그러나 그때. 그들의 등 뒤에서부터 강력한 열기가 순식간에 느껴지더니 이내 그 열기는 거대한 불덩어리가 되어 자신들을 지나쳐 엘더 리치에게 날아갔다. 무슨 상황인지 모두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불덩어리는 거대한 폭발이 되어 눈앞에서 폭발했다. 자신들의 방향으로 다가오던 엘더 리치의 모습은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 아...? "


" 뭐? "


" 뭐야? "


셋이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방금 날아간 것은 틀림없는 화염구였다. 처음에는 그들도 아르셰가 자신들 몰래 새로운 마법을 습득했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며 기쁜 얼굴이었으나 뒤를 돌아본 그들이 놀랄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렇게 믿었던 아르셰 마저 놀라서 옆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 오, 됐다. "


지팡이를 앞으로 겨누고 있던 트레이시는 평범한 인간들이 최고 경지라고 느끼는 제 3위계 마법인 화염구를 사용했음에도 태평한 얼굴로 후 하고 바람을 불어 화염으로 인한 열기를 멀리 날려 보내는 시늉을 했다.


" 굉장하잖아... 아르셰 말고도 제 3위계의 마법을... "


그러한 일을 떠올리며 헤케란이 무언가를 다짐하듯 이미나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



***



" 하아... "


자신의 방에서 크게 한숨을 내쉰 것은 해골의 이형, 아인즈였다. 방금 전까지 바하루스 제국에 모몬으로 위장해 나베랄과 다녀온 아인즈는 얼마 전 데미우르고스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침대에 엎드려 베개를 뼈로 이루어진 두 손으로 꽉 쥐었다.


' 작전을 눈치채고 있기는 무슨! 무슨 논리냐고! 제국의 워커를 이용하는 계획을 시행해도 좋겠습니까 라는 말에 모른 척할 수도 없으니 아 그거라면 좋다. 하고 넘기기는 했는데 말이지! 뭔가 또 어디서부터 잘못된걸까. '


제국을 손에 넣기 위한 계획을 실행하겠다던 데미우르고스는 자신의 작전을 일절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자신이 입을 열어 무슨 계획이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진퇴양난에 빠진 아인즈가 데미우르고스의 한마디인 『이제 자연스럽게 제국에 다녀와 주시면 됩니다.』 라는 문장 하나만으로 추측한 결과가 이것이었다.


' 분명 제국에 관한 정보는 보고하고 있지만 계획의 전모는 말해주지 않고 있고... 모험자 길드에 들렀던게 맞았던걸까? '


칠흑이 바하루스 제국의 모험자 길드에 들어섰을 때 기다렸다는 듯 종업원이 칠흑을 정성스럽게 맞이해 주었다. 주변에서도 술렁거리는 목소리와 함께 에 란텔과는 다른 분위기에 아인즈도 약간은 즐기는 마음을 가지고 싶었으나 그런 그에게 찾아온 것은 지명의뢰였다. 내일 있을 한 여행객들의 무리를 호위하기 위해 아다만타이트 모험자를 고용하고 싶다는 제국 귀족의 의뢰였다.


' 딱 맞아떨어져서 데미우르고스의 계획이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호위 임무라고? 뭐 귀족의 호위 임무는 이전에 기간트 바실리스크를 잡았을 때도 있긴 했다만... 인원수가 너무 많은거 아냐? '


모몬이 받았던 종이에 적혀있던 계약서의 내용에는 수십 명분의 신분이 적혀있었다. 그러나 딱히 읽어볼 필요도 없던 이유는 그들의 직업이 전부 워커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아인즈는 워커를 이용한 계획이라는 데미우르고스의 계획에 대한 힌트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


' 대체 이들은 내일 어딜 가는 거지? 워커라면 모험자 처럼 당당하게 할 수 없으니까 뒷공작을 치겠다는 말이잖아. 제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위장해 테러라도 일으키려는 건가? 그런 일이라면 끔찍한데... '


얼마 안가서 밝혀질 끔찍한 진실을 알아내지 못한 채 아인즈의 방문을 누군가가 다섯 번 두드렸다. 두 번까지는 메이드, 네 번은 알베도, 다섯 번은 섀도우 데몬으로 정해둔 아인즈의 규칙이었다.


' 이렇게 하면 적어도 누군지 묻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지. '


" 들어와도 좋다. "


아인즈의 말에 밖에 있던 메이드를 통해 아주 살짝 문이 열리고, 섀도우 데몬이 잽싸게 방으로 들어왔다. 아인즈는 그가 들어오기 전부터 자세를 고쳐잡고 섀도우 데몬이 들어오자마자 메이드에게 손짓해 방문을 빠르게 닫게 했다. 이 섀도우 데몬은 아인즈가 트레이시에게 붙여둔 요원중 한 명으로, 그녀의 수련에 방해가 될지도 몰라 그녀에게는 존재를 밝히지 않은 정보 전달 요원이었다. 매일 원격 거울로 그녀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있었으나 그녀가 하루일과를 마칠 때나 중요한 사건에 휘말렸을 때 그것을 보고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 음... 그런가. 훌륭하구나. 다음 교대때도 부탁하마. "


섀도우 데몬의 보고를 들은 아인즈가 고개를 끄덕였다. 섀도우 데몬이 재빠르게 다시 밖으로 나가 아인즈의 방에서 자리를 뜬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만 보고하도록 교대제로 그들을 사용하고는 있으나 무언가 다른 방법이라도 있었다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던 차에 훌륭한 소식이 들려왔다.


'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건가. 그렇지만 엘더 리치를 공격 한 번에 쓰러뜨리다니 불 속성의 상성 차이 때문인가? 하기야, 이전에 리자드맨의 공격에도 치명상 이긴 했다쳐도 이그바는 쉽게 죽었었지. 그렇다면 이제 전언을 가르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지팡이에 들어간 데이터 크리스탈에는 레벨에 상관없이 하루에 두 번 화염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데 그게 정답이었어. '


" 아. "


제국, 워커, 계획. 자신이 놓친 무언가는 어쩌면 트레이시가 아닐까 하고 아인즈는 떠올렸다. 만약 그렇다면 이전 데미우르고스가 중얼거렸던 이야기가 어림짐작으로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계획 『거미줄』에서 그녀가 하는 일, 그리고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아인즈는 깊게 고민한 끝에 한가지 답을 내놓았다.


' 음, 전혀 모르겠어. '


알 턱이 없었다. 강해져야 하기에 가르쳐 주었다. 마법을 배우고 싶어 하길래 제국으로 보내 마법을 배우게 도와줬다. 이 이상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한단 말인가.


' 애당초 제국이랑 트레이시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건데? 마법 학원에 보낸 건 맞지만 결국 들어가지도 않았고, 마법은 다른 인간 한 명한테 배웠다며? 단순히 우연 아니야? 그리고 나는 뭘 하면 되는 거야! 정말로 호위 업무만 하면 되는거냐고. '


고민에 빠진 아인즈를 기다려주지 않겠다는 듯이 방문에 두 번 노크 소리가 울렸다. 정해둔 시간이 되면 알리도록 메이드에게 지시해둔 결과다.


" 이런, 시간이 됐나. "


현재의 일을 적어두고 있던 노트를 인벤토리에 넣어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어 밖으로 나왔다. 내려둔 명령을 이행해 시간 맞춰 대기 중이던 나베랄과 알베도가 고개를 숙여 아인즈를 맞이했다.


" 임무 시간이 된 것 같구나. 가자, 나베랄. "


" 네. "



***



아르셰와 함께 그녀의 집에 들어와 자신의 방 침대에 앉은 트레이시가 헤케란에게 받은 동전을 꺼내 세어보았다. 언데드를 퇴치해 얻은 전리품을 팔고, 그렇게 얻은 돈을 균등하게 나누고, 그중 절반은 모두의 동의로 식사 비용으로 해결하고 남은 돈은 고작해야 은화 아홉개였다. 물론 고작이라고 부를만한 금액은 아니다. 일반인이 한 달하고도 보름을 일해야 얻을 수 있는 급료 수준으로 하루만에 벌어들인 금액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허나 엘더 리치를 쓰러뜨린 것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금액이기에 그날의 벌이가 더 컸을 뿐이다. 실제로는 이것보다도 적게 번다며 헤케란이 이야기 한것을 떠올렸다.


" 괜찮으십니까? "


걱정하는 표정으로 자류스가 물었다. 어딘가 몸이 불편한 것인지 아까부터 고개를 숙인 채인 그녀를 이대로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 아니, 그런건 아닌데... "


" 또 그 돈이라는 게 신경 쓰이십니까. "


사슬류의 말에 트레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 녀석들 겨우 이런 것때문에, 목숨을 거는 거야? 돈 이라고 하는 물건이 없으면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거야? 너희들은 이런 물건 없어도 살았잖아. "


" 확실히, 저희 리자드맨들은 그런 물건 같은 걸 사용한 적은 없습니다만 생선에 비유하면 이해가 갑니다. 저희 리자드맨에게서 식량이란 곧 삶이며 힘입니다. 그것을 건네는 대신 다른 것을 받는다. 당연한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진보한 결과가 그 화폐라는 물건이 아닐까요. "


자류스가 막힘없이 이야기했다. 여행자로 세상을 돌아다녀 여러 지식이 풍부했던 그는 동전에 대해서 처음 받았을 때부터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지성체가 모여 사회를 형성하면 그 사이에서 자신들만의 약속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화폐라는 물건 또한 그들만이 체결한 약속. 동전 몇 개와 생선을 바꿀 수 있는, 마법 같은 신기한 물건이 아닌 그들 사이에서 약속된 물건인 것이다.


" 그러면 말이지... 왜 그들은 이런걸 만든거야? 왜 돈을 만든거야? "


" 노력의... 노동력의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


" 노력? "


" 저희를 예를 들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생선 한 마리를 사냥해서 갖고 있다고 합시다. 그리고 눈앞에는 모종의 이유로 생선을 사냥할 수 없는 배가 고픈 누군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그것을 선뜻 남에게 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제가 노력해서 얻은 생선이니까요. "


" ... "


트레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러니 그 생선을 주는 댓가로 『빚』을 만들어 두거나, 혹은 다른 것을 받는 겁니다. 생선은 갖지 못하지만, 대신 그가 나무에서 따낸 과일이라던가 혹은 사냥에 성공한 동물이라던가. "


" 어째서야? "


" 네? "


트레이시가 침대위에 동전을 던지며 일어섰다. 사실 그녀도 이미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다. 거래라는 것은,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마음속 깊이에서는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무언가를 잃어야 하는가,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가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었다.


" 왜 사람들은 그렇게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사는건데? "


" 어째서 라고 물어본다면 그것은... "


자류스도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살아가는 것에 이유가 필요한가. 자류스 또한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질문이었다.


" 아가씨, 무엇을 물어보시고 싶은 겁니까? "


뜸을 들이는 자류스 대신 사슬류가 답했다.


" 죽고 싶지 않다. 살고 싶다. 이러한 것을 설명하길 바라시는 겁니까? "


" 그게 아니야, 노력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거야? "


트레이시가 약간 눈을 찡그렸다. 불쾌함의 표현이었다. 그런 모습에 자류스와 사슬류 둘 다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라면 자신들 둘 뿐만 아니라 리자드맨 전체가 나자릭의 눈 밖에 나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헤집었다.


" 있지, 얼마 전에 클라임이라는 인간을 보았는데 정말로 마음에 들었거든 그래서 갖고 싶었는데 갖지 못했어. 지금의 아르셰라는 인간도 마찬가지야, 그 녀석이 엄청나게 갖고 싶거든. "


" 그렇다면 아인즈 님께... "


" 그게 아니야! 내 힘으로 갖고 싶은 거야! "


트레이시가 발을 크게 굴려 바닥을 내리찍었다. 자류스가 침을 꼴깍 삼켰다. 갑옷의 무게가 더해져 힘에 의해 바닥이 약간의 파손된 것이 눈에 들어왔지만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 너희 둘도 마찬가지였어! 갖고 싶다고 해서 받았는데 마음속에 무언가가 전혀 채워지지 않았다고! 내 스스로 쟁취하고 싶은 거야! 그리고... 그 방법을 이제 알 수 있어... 느껴진다고...! "


" 그렇다면 아가씨께서 터득하신 그 방법대로... "


" 지금 얘기하려는 건 그게 아니야. 그 다음의 이야기야. 난 그 아르셰라는 인간이 너무 사랑스러워...! 갖고 싶고 보살펴주고 싶고...! 또 영원히 내 밑에서 살게 하고 싶어! 그렇다면 말이지... "








트레이시의 고개가 천천히 들어 올려져 둘을 향했다. 그녀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있었다.


" 살려고 발버둥 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제나 오늘 보였던 모습처럼 그렇게 힘들어하는 모습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아! 노력 같은 거! 안 했으면 좋겠다구!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겠어? "


자류스와 사슬류가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말은 질문 따위가 아니었다. 그녀에게서 다음에 들릴 말은 둘의 입을 계속해서 다물게 하기엔 충분했다.


" 아버지가 맞았던 거야! 내가 강해지면 돼! 강해져서 모든 것을 갖고, 또 억지로라도 지배하면 그만이야! 내 밑에 있는 애들은 노력 같은 거 안 해도 살 수 있게 해줄 거야! "


자류스는 말문이 막혀, 동공이 흔들렸다. 그간 보아온 모습은 영락없는 소녀라고만 생각했으나 지금 보이는 모습의 그녀 또한 확실히 나자릭의 인원이었던 것이다. 자신들과 같은 평범한 사고방식과는 다른, 따라잡을 수 없는 어딘가가 뒤틀려있는 모습에.


" 그러니까 때가되면... 시험해볼 거야... "


강렬한 빛을 내뿜는 마법진을 손에서 발하며 트레이시가 고개를 돌려 벽을 바라보았다. 두 리자드맨은 그것이 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너머를 보고 있음을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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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를 더 작게 해봤더니 광기보다는 겁에 질린거 같아서 적당히 타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