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차원에서 힘을 모으고 이번에야말로 네놈들에게 멸망을 선사하마!!"


전신에서 피를 흘리는 상처투성이의 마왕이 악에 바친 음성으로 소리쳤다.

뒤쪽에서 다급하게 달려드는 용사 일행을 뿌리치고 마왕은 눈 앞에 열려진 게이트로 몸을 던졌다.


미지의 영역인 차원이동술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마술을 익혔다는 마왕에게도 뒤가 없는 도박 중의 도박.

온 몸이 뒤틀리는 충격과 함께 극심한 멀미를 느낀다 생각한 순간


비틀렸던 시야가 순식간에 되돌아왔다.


마왕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돌로 만들어진 수많은 조형물들.

마치 왕국의 성벽을 축소시킨 모양새의 돌벽들이 여기저기 늘어져 있었다.


"에츄!"


몸에서 한기가 느껴졌기에 몸상태를 점검하자 차원이동의 충격 탓인지 입고있던 갑옷이 걸래짝이 되있었다.

마력 또한 극심하게 소모된 상태였으나 그것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럼 거기서 만나는거지? 지금 가고있...억!"


그때 한쪽 길목에서 요상한 네모나게 생긴 것을 들고있는 존재가 나타나자 마왕은 순식간에 그에게 접근해 멱살을 틀어쥐고 손톱을 치켜들었다.


"이 차원에서 살아가는 존재 중 처음으로 이 몸의 양식이 되는것을 영광으로 알거라."


"잠깐..."


뭐라 말하기도 전에 마왕의 무자비한 일격은 그의 명치에 직격했고, 결국 이름 모를 인물은 명치 쪽에 주먹만한 구멍이 뚫려 피를 흩뿌리며 무참하게 절명했다.


챙강!


"어?"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마력이 낮아졌다곤 해도 어지간한 오러 유저의 검기조차 두부처럼 썰어버리는 수준으로 마력을 둘렀건만 마왕의 손톱은 허무한 소리와 함께 반토막이 났다.

당황한 체 자신의 손을 바라보고 있을 때, 순간적으로 온몸에 부유감이 느껴지는 순간.


꽈앙-!!


"크흐어억—"


단단한 돌바닥에 패대기쳐진 마왕은 그대로 대자로 뻗어 벌레처럼 꿈틀거렸다.

흔들리는 시야에서 찔렸던 명치를 문지르던 존재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이런 씨발 옷에 구멍났어! 왠 미친년이 시비를 처걸고."


'오...옷에 구멍....?'


"이봐요! 누군진 모르겠는데 제명에 곱게 살고 싶으면 얌전히 살아!"


험한 욕설을 쏟아부은 존재는 그대로 연신 욕설을 내뱉으며 사라졌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굴욕감에 마왕은 입술을 짓씹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런...빌어먹을 놈들...!! 네놈들도 모조리 죽여버리겠어...!"


그후 마왕은 타깃을 바꿔 얌전한 얼굴의 처녀에게 덤벼들었으나 가방에서 꺼내들은 철제 너클에 안면을 가격당하고 기절했다.


다시 정신을 차린 뒤엔 앳된 청년에게 덤벼들었으나 각도가 기이하게 꺾이는 발차기에 목부근을 가격당하고 기절했다.


다시금 일어선 뒤엔 노인에게 덤벼들었으나 지팡이에서 검을 뽑아든 노인에게 반으로 갈라지기 직전 혼신의 힘을 다해 도망쳤다.


결국 기세가 한풀 꺾인 마왕은 어린아이를 노리고 덮쳤으나 살아생전 본적없는 기이한 마술에 전신을 희롱 당하고 고통과 굴욕에 기절하기 전에 비참하게 도주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자존심을 내려두고 짐승을 잡아먹으려 했으나 덩치큰 들개에게 전신을 물어뜯기고 조금 남은 갑옷조차 박살난 뒤 거적때기만을 둘러 걸친 체 공터에 무릎을 끌어안고 쪼그려 앉아있었다.


"...흐윽."


서러움에 눈물이 주륵 흘러 나왔다.



이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들이 하나하나 터무니없이 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