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전투기 한대가 있다. 이 전투기의 이름은 F-22A 랩터. 미 공군만이 운용하고 있고, 운용할 수 있는 세계 최강의 전투기다.

이 전투기의 강점은 적의 레이다에는 매우 작게 감지되서 마치 없는 것과 같은 행세를 할 수 있으면서 자신은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먼저 레이다로 탐지하고 격추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바로 이 레이다가 보통 레이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F-22A의 레이다인 AN/APG-77(v)1이다. 이 레이다는 한번에 한 가지의 주파수만 내면서 상대방에게 뭘 하고 있는지 광고하는 꼴인 보통의 레이다와는 달리 1956개에 달하는 개수의 레이다 소자(저 평면에 박혀있는 것들)가 각기 다른 주파수의 전파를 발생시키는데, 이는 격추 대상은 랩터가 자신을 조준하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생물 채널에서 왜 갑자기 무기 이야기냐고?


여기에 이걸 생체 기관으로 비슷하게 구현하는 놈이 있기 때문이다!


모양 부터가 괴기스러운 앨퉁이목 스토미아스과의 쥐덫고기 되시겠다.

아래턱뼈는 피부가 없어서 겉에 그냥 노출되어 있고 길이도 더 길다. 먹이를 잡는 하악치는 잡은 먹이가 도망 못가게 붙잡는 상악치보다 더 길고 날카롭다. 특이하게 눈이 붉은 색인데, 이는 후술할 특징과 연관이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사냥 모습을 상상한 일러스트(위)와 실제 물고기의 발광기관(아래). 

보다시피 양눈 밑에 총 4개의 발광기가 있는데, 작은 두개는 녹색 빛을, 더 크고 길쭉한 두개는 붉은 빛을 낸다. 이렇게까지 본다면 그냥 평범한 심해어와 뭐가 다르겠냐 생각하겠지만, 그건 오산이다.

대다수의 심해어는 붉은 빛을 볼 수 없지만, 이녀석은 그럴 수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선 파장이 긴 붉은 빛은 본래 물 분자에 의한 레일리 산란으로 눈에 도달하지 않기 때문에 심해어들은 붉은색을 볼 수 없다. 반면 이녀석은 저 붉은 빛으로 요각류를 유인해 잡아먹으므로써 붉은 빛을 보는데 필요한 클로로필 유도체(체내 합성이 불가능.)를 얻는다. 

그렇게 해서 쥐덫고기는 미세한 붉은 빛도 볼 수 있는 저 큰 눈과 다른 물고기에겐 보이지 않는 붉은 빛을 내는 발광기관을 레이다 삼아 먹이를 찾아서 잡아먹는 바다의 스텔스기가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