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


2023년 5월 17일, 디시인사이드 곤충 갤러리에서 한 누리꾼이 "창문 열고 잤더니 집에 수십마리 있네요..." 라는 내용의 게시물과 함께 흰개미로 추정되는 곤충의 사진을 첨부한다. (원본 게시물 삭제됨)



전개1


누리꾼의 게시물은 순식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 일파만파 퍼지게 되었고, 

언론 보도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SBS>



https://www.youtube.com/watch?v=0L-HOrYKz_U&pp=ygUJ7Z2w6rCc66-4



<KBS>


https://www.youtube.com/watch?v=gtn71F4gQk4&pp=ygUJ7Z2w6rCc66-4


<MBC>


https://www.youtube.com/watch?v=Dlqb7169oSg&pp=ygUJ7Z2w6rCc66-4


<YTN>



https://www.youtube.com/watch?v=G2zrTRJ90C0&pp=ygUJ7Z2w6rCc66-4


전개2


흰개미 게시물을 작성한 누리꾼이 환경부에 신고를 했는지, 

환경부는 조사에 착수하고 다음과 같은 보도참고자료를 내었다.

(출처: http://me.go.kr/home/web/board/read.do?boardMasterId=1&boardId=1601930&menuId=10525)





환경부(장관 한화진)와 국립생태원(원장 조도순)은 5월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에서 발견된 외래흰개미류에 대해 5월 18일부터 19일까지 현장조사 및 긴급방제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5월 18일 발견지점 및 인근을 조사한 결과, 외래흰개미류의 사체 2개체가 추가로 발견되었으나, 외부 유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아 실내 목재 문틀(섀시) 틈에서 서식·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외래흰개미류는 국립생태원에서 현미경으로 정밀 동정*한 결과 마른나무흰개미과(Kalotermitidae) 크립토털미스(Cryptotermes)속으로 확인되었으며, 국립생물자원관과 경상대학교에서 유전자분석을 추가 진행 중이다. 유전자분석을 통한 최종 종 동정은 일주일 정도 소요될 예정이다.

 * 생물의 분류학상 위치 및 종(species)의 정보를 바르게 확인하는 작업


이번에 확인된 크립토털미스(Cryptotermes)속 외래흰개미류는 인체에 위해를 끼치지는 않으나, 전세계적으로 목재 건축물 및 자재에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외래흰개미류의 정확한 국내 유입경로는 파악되지 않았으며 추후 역학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정환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신고지점에 대한 긴급 방제조치는 완료되었다"라며, "외래흰개미류를 발견하는 경우 국립생태원 외래생물 신고센터(041-950-5407, kias.nie.re.kr)에 즉시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붙임  1. 민원 접수, 현장 조사 및 조치 사진.  

      2. 외래흰개미류 종 세부정보.  끝.





+) 추가로 읽어볼만한 내용

(출처: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insect&no=264028)

(출처: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insect&no=264767)


지금 강남 흰개미 때문에 외래종이다 집 무너진다 근들갑이다 등등 말 많은데, 현재 추정되는 종 기준으로 팩트만 정리해줌.
1, 지금 이슈가 된 흰개미의 종은?
일단 이것부터가 난리였는데, 잠정적으로는 Kalotermitidae (마른나무흰개미과) 의 Incisitermes 속에 속하는 종 중 하나로 추측되고 있음. 해당 분류군은 북미 남동부가 원산지인 마른나무흰개미임.
이 속에는 국내 서식종이 없고, 동일한 과 단위에선 통짜흰개미 Glyptotermes nakajimai 정도가 국내 유일한 기록종.
2, 그래서 저거 집 무너뜨림? 문화재 부숨?
결론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Kalotermitidae의 종들은 나무 속에 숨어지내며 먹이인 나무 밖으로 거의 나가지 않기 때문에, 질소 부족으로 군체가 많이 커지지 못함. (보통 수백에 아주 커야 수천 단위, 국내 R, speratus도 수천~수만단위는 큼). 거기다 한국 날씨를 제대로 버티지도 못할 가능성이 큰 종이라 문화재 건드릴 가능성도 생각보단 낮음.
3, 에이 별거아니네. 그래서 왜 근들갑임?
문제는 크게 두 가지임. 이놈들의 생태적 특성과 상징성.
1) 생태적 특성
이 녀석들은 먹이가 되는 나무 속에 쳐박혀서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에, 피해 여부를 식별하기 쉽지 않음. 거기다 실내환경에서 비교적 잘 적응하는 편이라, 인지하지 못한 사이 실내에서 슬금슬금 퍼지며 목제 가구 등에 꾸준히 피해를 입히게 된다. 
그러다가 세력이 많이 커지면 눈에 띄는 대규모의 2세대 군비가 발생하며 다른 건물 등으로 확산할 수 있는데, 이게 글로 올라온 군비의 상황이고, 이렇게 되면 발생 지점엔 상당히 많은 군체가 있는 상태라 현실적으로 근절은 매우 어려워진다.
2) 상징적 특성
이번 사례는 사실상 현대에 한국에 이입된 외래종 흰개미의 최초 정착 성공 사례로 보면 된다. 흰개미라는 하나의 해충군에 대한 한국 검역의 공식적인 실패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사건이고, 앞으로 뭐가 들어와서 어떤 식으로 깽판을 칠지도 예측하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는 의미.

속명: Cryptotermes
분류학적 위치: Kalotermitidae > Cryptotermes
분포: 전 세계의 열대~아열대 지역, 이입시 실내에서 증식
방제학적 분류: 건재흰개미 Drywood Termite
피해 규모: C, brevis 1종이 미국에서 1억 달러/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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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근연종
Kalotermitidae
Glyptotermes nakajimai 통짜흰개미 - 남부 섬지역 서식
이 종의 성장규모는 40~150 정도로, 주요 해충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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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놈임?
흰개미아목>Kalotermitidae에 속하는 마른나무흰개미 일종으로, 전 세계에 71종 정도 분포함. 앞가슴이 크게 발달한 것이 특징이며, 병정개미의 머리는 특수하게 발달해 굴을 막는 데 사용됨. 전 세계의 열대와 아열대 지역에 걸쳐 자연서식하며, 성숙한 군체의 규모는 C, secundus 기준 300마리 이내 ~ C, flavicollis 기준 500~1000마리 안팎 정도로 편차가 크나 대체로 타 흰개미 종보다 작은 편.


2, 위험한 종임?
한마디로 정리해주겠음. Kalotermitidae 해충력 1짱. 외래 유입된 경우 주로 실내에서 자리잡고 번식하는 특성이 있으며, 건조물 안의 나무로 된 물건들(책장, 침대, 액자, 문짝 등)을 갉아먹어 결국 망가지게 만듬. 속 전체에서 가장 외래유입이 심하고 해충 활동이 강력한 C, brevis의 경우, 미국에서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힘.


3, 못 잡았다는 말이 있는데, 어떻게 된 것임?
환경부 측에서 방역조치를 하긴 했음. 한참 부족해서 그렇지. 보통 이 녀석들은 먹이가 되는 나무 속에서 거의 나오지 않고 쳐박혀 생활하는데, 집 밖으로는 보통 지름 1~2mm 정도의 구멍만 남기고, 그곳으로 부스러기 같은 똥(Fecal Pellet)을 버리며 살아감. 은밀하게 살아가는 탓에 일반적인 살충제만을 이용한 방역은 일시적인 군비 처리일 뿐, 거의 듣지 않음.
거기다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음. 2번에서 설명했듯 이놈들은 실내 적응력이 우수한데, 실내에서 눈에 띄지 않게 세력을 늘리다 군체 수가 늘면 대규모의 2세대 군비가 발생함(이번에 제보된 경우). 문제는 2세대 군비가 확인되었을 정도면 완전 근절은 사실상 불가능한 데다, 제대로 된 방역에는 어마어마한 비용 (1층 단독주택 기준 약 500만원) 이 든다는 것, 미국의 경우 대규모 연립주택에 피해가 확인될 시 방역을 포기하기도 함.


4, 한옥, 궁궐 다 ㅈ된 거임?
아님. 이 녀석들은 한국의 겨울을, 심지어 일부 종은 여름도 견디지 못하는 분류군이기 때문에, 냉난방을 하지 않는 곳에서는 생존하지 못함. 문제는 박물관의 수장고, 가정집, 생활시설물 등 냉난방이 이루어지는 곳에선 바퀴벌레다운 은밀하고 끈질긴 생존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고, 피해가 확인될 경우 이미 때는 늦어있다는 점이지.


5, 검역본부는 무슨 똥꼬쑈를 한거임?
못 잡는 게 당연한 것이고 상식인 분류군임. 목재 속에 쳐박혀서 서식 흔적도 거의 남기지 않고 은밀하게 살아가는 녀석들인 데다, 살충제를 이용한 일반적 방식의 방역은 거의 듣지 않음. 이론상 이놈들을 완벽히 잡아족치려면 해외에서 들어오는 나무란 나무는 가구고 박스고 전부 부스러기로 갈아버려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하고.


6, 국내에 비슷한 녀석이 있음?
남해 섬 지역에 분포하는 통짜흰개미 Glyptotermes nakajimai 정도가 유일한 근연종임. 통짜흰개미도 마른나무흰개미 일종이지만, 성숙군체 규모가 40~150마리 정도로 매우 작고 완전히 마른 목재는 먹지 못함. 애초에 학계에서는 이놈이 속한 속, 그러니까 Glyptotermes 자체를 해충으로 보지도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