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의 폭풍 채널

독일연방공화국 라마스도르프, NATO 정보사령부 벌써 며칠 째 모든 기상 조건이 공군의 작전에 불리했다. 제공권을 장악한 NATO군도 이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전 유럽 상공에서 가장 우수한 레이더 플랫폼인 E-3 센트리 조기경보기가 독일 상공에 떠 있었지만 650km 떨어진 전선 후방에서 대규모의 항공기가 발트 해를 향하는 것은 탐지할 수 없었다. CFT(외부연료탱크)를 달고 전선을 초계 중인 F-15 이글 전투기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와 구름 속에서 싸우게 되었다. 만약 이런 날 공중전이 벌어진다면 NATO 공군이 자랑하는 공대공 미사일을 통한 원거리 공격이 불가능하다. 대신 구름 위에서 나타난 적기를 끈질기게 추격하며 서로 미사일과 기관포를 갈겨대는 도그파이팅이 될 것이었다. NATO 항공군 사령관은 방 안의 모두가 정신없이 들뜬 중에 불안한 눈빛으로 지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았다. "좋지 않아..." 발트 해 꼬리날개에 붉은 별이 뚜렷이 찍힌 IL-76 수송기 46대가 발트 해 위를 낮고, 느리게 날고 있었다. 이 수송기 편대의 지휘관은 고양이가 발끝으로 눈밭을 걷듯이 나름 조용히 침투하려고 했지만, 구식 제트 엔진은 그의 의지와 달리 시끄럽기 그지없었다. 6월은 이 북방의 바다가 맑은 하늘 아래 검푸른 빛을 내보이는 시기였지만 북해의 찬 공기와 대륙의 따뜻한 공기가 만나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고, 수면 가까이에는 싸늘한 안개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거대한 수송기 편대의 300피트 위쪽에는 소련의 최신 전투기인 MiG-37과 Su-23 편대가 언제, 어디서 수송기를 요격하러 달려들지 모를 NATO군의 전투기를 경계하고 있었다. 이 전투기는 한 번에 너무 많이 도약한, 진화가 아닌 혁명적인 전투기였다. 소련의 항공 산업은 베트남 전쟁 이후 20년 동안 줄곧 서방에 열세였다. 하지만 록히드 마틴사와 맥도넬 더글러스사에 침투한 스파이들이 가져다 준 정보를 응용하여 설계한 MiG-37과 Su-23은 이 열세를 곧 극복할 수 있게 할 전투기였다. MiG-37과 Su-23은 미라주와 토네이도는 물론 F-15, F-16 전투기보다 훨씬 앞선 선회력과 조종성, 그리고 기동성으로 도그파이팅에서 큰 우위를 가지게 될 것이다. 소련 공군은 아직 120대밖에 생산되지 않았지만 이 전쟁에서 공중전을 통째로 바꿔놓을 전투기들을 오늘 선보인다. 지금 소련에서 가장 훌륭한 공수부대원들을 태우고 있는 거대한 수송기들은 800피트의 저공에서 46대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날아가고 있다. 이들은 동독 상공에서 발진한 전투기가 덴마크에 있는 NATO군의 레이더를 교란하고, 발트 함대에서 이함시킨 Yak-38 전폭기와 Tu-22M 폭격기가 덴마크의 통신망, 항만, 비행장을 파괴하는 동안 NATO가 지배하는 창공에 깊숙이 침투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덴마크 상공에 부대원들, 전투 장갑차와 공수 자주포를 떨군 후 바로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것이 작전이었다. 니콜라이 체르냐빈 중위는 대원들을 다독였다. “오늘, 우리는 다시 한번 소비에트 연방의 힘을 보여줄 것이다. 이건 전쟁이다. 이 전쟁에 조국의 운명이 달렸고 지금도 독일에서 분투하는 동지들의 생명이 달렸다. 나는 동지들이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어 마지 않는다. 그러니 아직도 정신 못 차린 나토 애새끼들에게 싸움이 뭔지 가르쳐주자!” 덴마크, 에스비에르 덴마크에 군대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이다. 덴마크군은 독일은 물론 이웃 나라 스웨덴과 노르웨이에게도 크게 밀리는 군대였고, 1866년 이후 덴마크군의 실전 경험은 단 6시간이었다. 어제 독일 해군의 호위함과 연료가 바닥난 토네이도 전투기가 잠시 들르기는 했지만 북해와 접한 작은 항구 마을인 이곳은 전쟁의 참화를 거의 면하고 있었다. 철모를 쓴 노레스코프 일병은 2차 세계대전 때처럼 철골로 쌓아놓은 높은 망루에 올라 쌍안경으로 서쪽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이곳에서 수상함이 보인다면 독일군의 초계함이나 호위함이겠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순간 귀를 찢는 듯한 굉음과 함께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소련군 폭격기, 32U PF 동거 87699 북거 32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