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채널 (비)

https://d.kbs.co.kr/news/view.do?ncd=4249630


어제 나왔던 이 기사 보면 알겠지만 실질적으로는 완전히 국뽕 자극용 기사다. 이걸 가지고 다들 우리가 이겼네, WTO가 우리편이네 그러고 있다만은 나무위키에서도 인용되고 있는 로이터 통신의 반응은 싸늘하다.


GENEVA (Reuters) - South Korea’s bid to garner international support in a row with Japan by airing its case at the World Trade Organization brought no visible dividend on Wednesday, as no other countries took the floor to support either side, a Geneva trade official said.

South Korea is protesting against Japan’s plan to remove it from a list of countries that face minimum trade restrictions, and brought the issue to the WTO’s General Council. After Japan’s ambassador rejected Seoul’s complaint, no other countries weighed in, the official said.


이는 이번에 한국의 전략적 목표가 국제사회의 앞에 일본의 수출통제의 부당함을 설득하고 WTO에서 국제적으로 화이트리스트 배제 철회 지지를 받아내는 것이나, 반대로 일본측의 전략적 목표가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어디까지나 국가 안보 및 수출물자 관리 문제이니 WTO와 국제사회의 개입을 막거나 최소화하여 한국과 일본간의 문제로 국한한다는 현상유지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본이 고지대를 점유한 상태에서 한국이 고지를 탈환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는데 실패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의 말대로라면 다른 나라들은 한일간에 싸우건 말건 "그건 느그들 일이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고 WTO는 한일관의 통상갈등을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국내의 언론들은 이렇게 싸늘한 외신들의 반응을 뒤로 한 채 마치 우리가 WTO에서 일본을 격파 하였고, 우리 불매 운동이 일본 경제에 치명타를 입히고 있으며 이제는 전세계가 일본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본쪽 반응에서는 이 때문에 일본의 경제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로지 국내 언론들만이 "전세계가 일본의 부당함을 알았으며 궁지에 몰리고 있다. 우리는 불매운동과 정당성을 바탕으로 이 싸움에서 승리를 거머쥐고 있다"고 떠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외신들이 "지나치게 민족주의에 의거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 같은 질문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오로지 대한민국은 정당하며 전세계가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있다고만 한다. 이런 행태는 인지부조화나 마찬가지다. 전세계가 무관심하지만 우리의 상상 속에서 대한민국은 강대한 적을 거침 없이 무찌르는 정의롭고 강력한 용사인 셈이다.


이런 것은 망상이라고 하고 마약이라고도 한다. 그들이 말하듯 이것이 전쟁이나 마찬가지인 대위기의 상황이라면 진정으로 이기기 위해선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하지만 현실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보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별 의미 없는 수사와 행동 몇 개를 가지고 그것이 우리에게 전세가 기울었다고 선전할 뿐. 역사를 통틀어 이렇게 허파에 바람이 잔뜩 든 상태로 싸워서 이긴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망상 하에서 이미 상반기 성장률은 2%를 밑돌고 19년의 성장률은 2.2%도 지키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 되고 있지만 이미 그들에게서는 그런 건 무의미한 모양이다. 이렇게 온 나라가 망상에 빠져 있다. 손자는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 백번 전부 위태로울 일 없다고 했고, 나도 모르고 적도 모르면 백번 싸워 항상 위태로울 것이라 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상황도 모르고 적의 상황도 모르며 세계의 반응은 더더욱 모른다. 안다 해도 눈을 돌리고 입을 다문다. 오로지 필승의 구호만이 떠돈다. 이런 상황에서 이길 수 있다면 그것이 기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