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채널 (비)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있고, 각종 이슈와 사건들로 진영간 대립이 나날이 첨예해지고 있습니다.


본래 이런 날씨와, 이런 주제와, 이런 상황에서 '분노'를 제어하기란 참 어렵고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자리를 빌어, 바로 그 '분노'에 대해서 두 가지 정도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첫 번째는 다름 아닌 토론 중의 '욕설'에 대한 것입니다.


제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계신 부분이겠지만, 토론 중에 욕설이 나오게 되면 누가 먼저 욕설을 했는지는 큰 관계 없이, 욕설을 하는 만큼 욕설을 하신 분들 개개인이 이미 토론과는 관련이 없는 감정적인 사고의 흐름에 따라 논지를 전개하게 되신다는 점을 여러분들은 기억하고 계신가요? 좀 더 직접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욕설'을 시작한 시점에서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욕설을 하신 여러분이 '토론'에서는 일단 그만큼 지고 들어가고 계신 겁니다. 왜냐하면, 설령 상대방의 주장이나 인식을 변화시키겠다는 목적의 공격적인 토론이라 할지라도(사실 이러한 공격적인 스탠스의 토론 형태 자체가 '토론'에 적합지 않다고 보는 것이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욕설'이 시작된 시점에서 상대방의 이성적인 의견 수용 능력은 정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 상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데 있어 설득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토론하는 와중에 습관적으로 욕설을 섞어 쓰는 것인지 생각해 보았는데, 그것은 시작 단계에서 이미 토론을 목적으로 발언하는 것이 아닌 평소 자신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 진영에 대하여 평소에 누적해 두고 있던 분노를 일방적으로 쏟아내고자 하는 목적으로 발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토론은 어렵고 귀찮고 힘든 일입니다. 그리고 정말 재미있는 부분이지만, 상기한 목적의 감정 표출을 목적으로 발언하시는 분들에게 '토론'은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란 것도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평소에 생각하고 있던 걸 그대로 감정과 함께 쏟아내는 건 매우 쉬운 일이거든요. 상대의 반응을 살피지 않고 한번 일방적으로 쏟아내면 끝이기 때문에 굳이 토론에 있어서 '판정'으로 작용하는 논거의 우열을 따질 필요도 없어요. 한번 쏟아내고 나면 후련해지거든요. 그 이후엔 상대가 뭐라고 반응하든 그건 그런 분들에게 중요한 일이 아닙니다. 어차피 그 상대가 뭐라고 반응하든 여러분의 평소 의견은 그대로고, 상대의 의견 역시 마찬가지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한 번 여쭙고 싶습니다.


그게 과연 여러분들에게 유익한 행위일까요?


여러분들은, 평소에 논리적으로 어떤 집단의 의견에 가까운 쪽인지를 막론하고, 상대편에 해당하는 의견집단에 대해서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해보셨을 겁니다.


'저 사람들은 말이 안 통해'

'왜 이렇게 생각이 한 쪽으로 치우쳐져 있지?'

'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는 건 시간 낭비야'


이건 여러분들도 상대 의견집단에 대하여 그만큼의 답답함을 느끼고 있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상대 의견집단이 자기 집단의 중심이 되는 오피니언에 대하여 신성불가침적인 무오를 설정해 두고,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모든 다른 의견집단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상대 의견집단도 여러분이 속한 의견집단에 대하여 '똑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서로 똑같이, 한치의 물러섬도 없이, 이러한 대립 상태가 계속 유지 되는 것, 가끔씩 정말로 불편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으신가요?


정말로 재미있는 것-그러니까 의견이 다른 사람에게 평소의 불만과 스트레스를 욕설로 쏟아내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정치적인 견해나 의견이 달라도 친구는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사람의 성격이나 인품은 정치적 견해와 의견과는 생각보다 관련이 없는 것이거든요. 감정적으로 격앙이 되면 그 'XX'들에게 무슨 인성이 있고 인격이 있냐고 말씀하실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머리를 식히고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정말 의외의 부분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즐거움을 아시게 되면 단기간에 욕설을 내뱉고 스트레스를 푸는 즐거움과는 비교도 안되는 즐거움을 누리시게 된다고 저는 '감히' 여러분께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토론의 진짜 즐거움이죠!


물론,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반문하시는 분들 있을 겁니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을 거구요. 하지만 그렇더라도 욕설을 꺼내기보다는 키보드에서 잠시 손을 떼고 숨을 고르신 뒤에, 여러분이 가진 '이성'을 최대한 이끌어 내 보세요. 긴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하나, 둘, 셋. 3초만 세면 됩니다. 그런 이후에 여러분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이성과 지성을 피력해 보세요. 이미 댓글을 달아버리셨다고요? 괜찮습니다. 수정하세요. 이미 단 댓글도 3초 동안 심호흡 하신 후에 한번 읽어보시면 어 잠깐 이건 지나쳤다, 라는 것이 딱 보입니다. 정말이에요. 누구나 가능해요.


본인이 얼마나 이성적으로 대응하든 상대는 계속 욕설을 할 텐데 그러면 내가 손해를 보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위에서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욕설은 '하지 않은 쪽'이 더 감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것이 이미 제가 언급한 의견이고, 그것을 바탕으로 상대방이 '여전히' 유지 중인 욕설에 대해서도 그 감정적인 우위를 스스로 지키실 수 있습니다. 지키세요. 익숙해지면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상대가 욕설을 멈추지 않았더라도, 이미 그 시점에서 여러분이 이기고 있는 겁니다.


왜냐하면 욕설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기 이전에 자신의 감정을 먼저 상하지 않고는 할 수가 없는 것이거든요!


첫 번째 주제에 대하여 간단하게 정리해 드릴게요.

1. 정사챈 이용자 여러분, 욕설보다는 논거로 자신을 보여줍시다.

2. 상대가 욕설을 멈추지 않아도 마주 분노하기 보다는 상대를 불쌍히 여깁시다. 그 사람은 이미 자신의 감정을 상하고 있습니다.

3. 의견과 관점의 차이가 있어도,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사회의, 국가의, 세계의 변화는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 서로 인정하고 상대방의 관점을 들여다보면서 시작됩니다!


두 번째로 간단히 말씀 드릴 것은 논쟁과 관련이 없는 상대방의 신상과 주변인물-특히 직계 존속 및 비속-에 대한 조롱과 공격입니다. 간단하게 줄여서 '인신공격'과 '패드립'으로 칭해지는 행위인데요, 근본적으로는 제가 첫 번째로 말씀드린 '욕설'의 기반문제에서 시작하여 연장되는 심화 문제입니다.


이 부분은 아무리 이성적으로 노력하려고 해도 이성적으로 대응하기 매-우 어려운 부분입니다. 제가 이 게시판에서 자주 논하는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의 끝판왕 격에 해당하는 문제로서, 일베몰이든, 종북몰이든, 이성 혐오적인 문제든 어느 허수아비 공격의 오류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극단적인 행위에 해당합니다.


아무리 좋게 보아도 이런 행위들은 상대방의 감정을 무너트려서 거기서 자신이 감정적 이득을 취하겠다는 목적으로 밖에 볼 수 없으며, 담론의 형성과 의견의 피력 및 함의를 전달하는 것에 있어서 매우 치명적이고도 비열한 결과를 가져다 줍니다.


여러분, 단도직입으로 말씀드립니다. 하지 마십시오. 특히나 '패드립', 하지 마십시오. 백해무익합니다. 그 공격을 내뱉는 순간 여러분들은 잠시 잠깐의 감정적 이득을 목적으로 여러분의 '인간성'을 버린 겁니다. 토론을 일종의 '경기'로 비유하면 여러분들은 금지 된 '도핑'을 한 것이고, '전쟁'으로 보았다면 전쟁터에다가 생화학 무기를 쏴버린 겁니다. 절대, 정당화 될 수도 없고, 정당화 되어서도 안 됩니다.


길고도 지루했던 장문에 결론을 맺겠습니다. 제가 부국장 직위에 착임한지 이제 18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있습니다. 여러 많은 사람들이 이 직위에 앉아서 각종 논란과 사건과 분쟁의 중심이 되는 것을 보면서 많은 반면교사를 얻을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직권을 행사하는 것에 있어서도 항상 신중함과 객관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을 우선으로 중시하려고 노력할 것을 여러분들에게 약속드리고자 합니다.


상호 욕설에 대해서는 제가 딱히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이 각각 스스로 선택한 감정표출의 방법에 대하여서까지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제가 느끼지 않을 뿐더러, 그러한 사안에 대하여서는 제가 조금씩이라도, 특정 인물 쪽에 감정적인 동조를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어느 쪽이 먼저 시작한 욕설이거나, 어느 쪽이 더 많은 욕설을 사용했거나 하는 판정을 떠나서 서로 비속어를 포함한 욕설을 주고 받은 사실이 있는 경우에 모두 공통적으로 적용되니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


그러나,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는 경우는 먼저 제가 감정을 식힐 것을 권유 드릴 겁니다. 그래도 식히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최소 5분에서 최장 30분 정도까지 '처벌'이 아닌 '냉각'의 의미로서 욕설을 시전 중이신 분에게 조치 해드릴 수 있음을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토론 당사자 본인이 아닌 토론 당사자의 주변 인물 밑 가족, 특히 직계존속에 대하여 비방하거나 조롱하는 경우는 게시판의 풍토 밑 건전한 담론 형성에 지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초회 '7일', 그 이후 회차부턴 '30일'에서 점차적으로 최대 '6개월'의 차단을 시행할 예정이니 이용자 여러분들께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백모래 @윤파란 이 모든 처벌 기준은 제 개인의 견해이며, 국장님과 다른 부국장님의 견해 또한 존중합니다.
또한, 이 게시글 이전에 작성된 게시글 및 댓글에 대해서는 본 게시글에 명시 된 조치 대상에 소급 적용 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