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을 가야 한다.


U사 부서가 큰 조직끼리의 대규모 계약이 파투 나서 난리도 아니라고 한다. 지금 그쪽은 고래 등 사이의 새우 꼴이라고 하더라.


둥지에서도 서로 죽고 죽이며 난장판이라고 하는데... 가면 죽을 거 같지만 나한테 선택권이 있겠는가.


끼어 죽기 전에 최대한 중제를 하던, 아니 최소한 우리 회사는 발을 빼야 한다. 어떻게든 살길을 열어줄 인제가 필요하단다.


그래서 내가 가는 거지만... 이거, 도시에서 능력 좋은 아랫사람이 어떻게 이용당하다 죽는지의 너무 전형적인 모습 아닌가.


... 아무튼, U사 둥지로 가야 한다.


지금은 둥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지만. 가야 한다.


그래도 왜인지 걱정은 안된다. 왜일까.


"세실리아."


내 옆에 1급 해결사만큼 강한 사람이 있으니까?


"네."


"저 U사 둥지 가요."


"아..."


"따라올 거죠?"


"네."


회사에서는 표를 내 거만 줘서 따로 자리를 잡았지만.. 뭐 어떤가.


"여행이라도 가는 건가요?"


"아니요."


"바다 보고 싶어요."


"힘들 거 같은데..."


"...."


아, 또.


세실리아가 나를 지긋이 쳐다본다.

그리고 나는 곧 눈을 피한다. 오래 눈을 마주치고 있기가 힘들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바다 가고 싶어요."


"... 네."


그리고 그다음에 오는 부탁을 도저히 거절하질 못하겠다. 기분이 막... 이상해진다. 혹시 눈에 무슨 시술을 받은 건가?


"수영복 사줘요."


"제가요?"


"아, 그쪽 꺼도 같이 사고요. 그리고 준비할게 또 뭐가 있으려나..."


... 안 듣고 있네.


***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거절하지 못했고. 출장 가는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복장,

업무차 가는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양의 짐을 챙기고 말았다.


아 진짜.. 왜, 안된다. 싫다. 이 한마디를 뱉기가 힘들까.


아무튼 U사로 가는 열차를(W 열차는 아니었다. W사 열차 예약까지 잡아둘 정도로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라 아무거나 막 잡았다고 한다) 기다리고 있었다.


"업무차 가는 거, 맞죠?"


자기 돈까지 써가며 차려입고 짐 싸더니.. 업무 때문에 가냐고 말하는 그 모습이 너무 예ㅃ- 아니, 우스웠다.


검지 대행자처럼 입었을 때랑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제는 신혼여행 가는 신부처럼 생겼다.


아 이러면 누가 봐도 여행 가는 커플 같잖아...


"맞아요? 딴생각 중이신가요?"


"아... 예."


"아무튼, 그래도 하루 정도는 시간 내줄 수 있죠?"


"그렇게도 바다가 보고 싶어요?"


"아니요. 꼭 바다일 필요는 없고... 어디든지 놀러 가고 싶었어요. 하루든 몇 시간이든."


"왜요?"


"그래 본 적이 없으니까요. 이게 첫 여행이네요."


"그럼 첫 여행 치고는 굉장히 실망스럽겠어요. 애초에 놀러 가는 거부터가 아니니까."


"상관없어요. 저한테는 지금도 의미 있으니까."


"지금이요? 열차나 기다리는 지금이 왜요?"


".. 그야, 옆에 당신ㅇ-"


-저희 열차를 이용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이 열차는, U사. U사로 향하는...-


"아, 왔네."


"... 네. 왔네요."


"빨리 짐 들어요. 왜 이렇게 쓸데없이 많이 싸서는..."




-----------------------------------메타-----------------------------------


여기서부터가 이 챕터의 하이라이트.

위기 - 절정 - 결말까지 가는 부분의 시작.


이 부분은 기본적으로 큰 틀은 잡아놨지만 역량 부족으로 인해 내용이 산으로 가거나 너무 오래 걸리거나 너무 길어지거나 스토리가 억지거나 오히려 너무 짧아질 수도 있다만... 그래도 잘 봐줬으면 좋겠다. 항상 봐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