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 가기 전에 짧게 만날 사람들 모집!
-저요~
우리는 여름 휴가 가기 전, 짧게 모이기로 했다.
왜냐고? 그건 나도 모른다. 갑자기 우리엘이 자기 시간 남는다며 모이자고 했다.
염룡이랑 제천대성이 말렸지만, 놀러 나오려는 우리엘을 막을 수 없었다나 뭐라나
나는 물론 안오려고 했다.
***
"형 무조건 올거죠?"
"아저씨 안오면 재미가 없는데.."
"아... 나 좀 바빠ㅅ-"
***
그때 긴고아만 안 당했어도 자연스럽게 넘어가는건데.
근데 이제 슬슬 긴고아도 적응이 되야 하는데 늘 새롭단 말이야..
"김독자아"
"왜"
"이제 슬슬 준비해야 하는거 아니야?"
뭐했다고 벌써 1시냐.
"알았어... 먼저 씻는다.."
"오키~"
***
"보일러 끄고 나와~"
"알았어..."
오랜만에 외출이라 그런진 모르겠지만,
한수영이 굉장히 신나하고 있는게 눈에 너무 잘 띈다.
"오늘따라 왤케 신났어?"
"어? 아~ 그냥~"
절대 그냥 기분 좋은게 아니다.
뭔가 있을것이란 긴장감을 가진 채,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형! 여기!"
[독자야!]
우리엘과 길영이가 제일 먼저 보였고,
그 뒤에는 우리 김독자 컴퍼니의 멤버들이 보였다.
"이정도면 짧게 만나는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수영씨~ 오랜만이에요?"
한수영과 이설화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고,
내 앞에 있는 두명은....
"아저씨!"
"형! 오랜만이야!"
언제 봐도 귀여운, 우리 막내들이 보였다.
"너희들 오늘 학교 안갔어?"
"중간고사 보고 왔어!"
아, 벌써 중간고사 타이밍이구먼.
"벌레, 넌 점수가..."
"닥."
대충 봐도 길영이는 망했고, 유승이는 잘 봤구먼.
"내가 요리를 해 왔다."
뭐? 그 유중혁이?
놀라 멍하게 있던 나의 곁으로 이지혜가 다가와 속삭였다.
"설화언니가 부탁해줘서 사부가 만든거야..."
"아.. 유중혁이 갑자기 이러길래 놀랐네."
그래도 요즘 들어 유중혁이 좀 친절해진 것 같긴 했다.
갑자기 나한테 먹을걸 주지 않나,
선물을 사주지 않나.
설마 다 이설화씨가 부탁해서 해준건 아니겠지?
"날씨도 더워지고 해서. 빙수를 만들어 왔다."
저 산더미 같은 큰 빙수를 어떻게 만든건진 모르겠지만,
[냉기저항]의 효과도 약해진 이 시점에 저걸 먹는다면.
머리를 유중혁이 한 대 친 느낌일 것이다.
"ㅈ...중혁씨? 저걸 다 먹으라는....?"
"인원은 많으니, 충분히 다 먹고도 남는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너무 많아...]
오랜만에 맞는 말을 하는 우리엘과,
눈을 반짝거리며 거대한 빙수를 보고 있는 막내들을 보니, 먹기는 해야겠다.
스윽-
푹-
냠-
"오?"
"잠만..."
"맛있다..."
수많은 긍정적인 감상평들 사이에,
우리는 빙수를 다같이 먹기 시작했다.
"역시 유중혁이야! ■맛있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입니다..."
다 맛있게 먹고 있던 그때, 막내 둘이 다투기 시작했다.
"아오...머리아파..."
"벌레, 고작 그정도 먹고 머리 아프다 하는거야?"
"아니거든..."
"아프면 그냥 그만 먹고~"
라고 하는 유승이의 얼굴에는 승리감의 미소가 묻어있었다.
"저런거로 싸우냐 ㅋㅋ"
"아직 얘들이잖아요~"
"나름 사귀는 사이 아니였-"
유상아가 입을 때자마자 놀란 이현성은 숟가락을 떨어트렸고,
한수영은 빙수를 겨우 삼키고 입을 열었다.
"어? 뭐라고?"
"방금은 말실수였네요...?"
"아 상아누나...말하지 말라고...."
우리 귀여운 친구들이 연애한단 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다.
"연애 할 수도 있지~"
"■발.... ■놀랐네..."
아직도 놀란 한수영이 욕을 내벹었지만, 다 그런갑다~ 하고 넘어갔다.
아, 물론 난 오늘 밤에 길영이한테 물어볼거다.
***
"으겍.."
빙수를 먹다, 드디어 띵해지는 사람이 나타났다.
아까부터 머리아프다 말하던 길영이가 땅바닥에 누웠다.
"난... 모옷머억어...."
그걸 놓치지 않은 유승이가 웃으며 말했다.
"고작...이정도ㅇ-"
물론, 유승이도 한계에 다다른 듯 했다.
"야...잠만...좀만 옆으로...가봐...."
"너도 똑같구먼..."
그걸 보고 싱겁게 웃는 유상아도 말했다.
"저도... 더 먹으면... 머리 아파 죽을 것 같아요..."
"나도 동감..."
한수영도 띵해진 듯이, 내 무릎 위에 누웠다.
[■발... 난 차가운 음식은 잘 안맞아...]
라고 말하며 우리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염룡이랑....제천이가 걱정하겠다... 먼저 가볼게.."
"잘가라."
"다음에 또 봐요~"
저 커플은 뭔 차가운 걸 저렇게 잘먹어..
"이제 거의 다 먹었는데.. 독자씨는 머리 안 아프세요?"
"김독자는 저 정도로 약하지 않다."
"중혁씨... 이건 약한거랑은 좀 많이 별도에요..."
물론 나도 슬슬 한계긴 하다, 어떻게든 버티고는 있건만...
"사부, 나 먼저 가볼게... 과제 남은게 있어서...."
"그래, 먼저 가라."
이제 안 쓰러지고 남은 사람은 저 둘과 나 하나 뿐이다.
"다 먹었군."
"유중혁... 다음부턴 좀만 덜 만들어와라.."
"뭐가 문제지? 다 먹었잖나."
저거 아무리 봐도 싸패에 가까운데? 라고 생각하던 찰나,
유상아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길영이랑 유승이는 제가 데려갈게요... 먼저 들어가세요..."
"그래주시면 고맙죠... 감사합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막내들의 보호자나 다름없던 유상아가 둘을 데려갔고,
유중혁과 이설화는 평화롭게 집으로 가고 있었다.
"김독자...."
"왜?"
"안 무거워...?"
한수영을 업고 가고 있는 나는, 다시 입을 땠다.
"하나도 안 무거워."
"거짓말쟁이."
"진짜야."
"....."
지금 뒤를 볼 수 없지만, 한수영의 숨소리가 편안해짐을 느꼈다.
"수영아."
"왜?"
"사랑해."
"나도."
늘 하던 말이 오늘은 새로운 느낌이다.
***
"...."
오늘 밤은 더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길영아... 오늘 유승이 방에서 물이 새네?"
"그래요?"
"오늘만 둘이 같이 잘래?"
"어....그러죠....뭐...."
그냥 거절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은데.
"야 신유승."
"....왜?"
"너무 가까운거 아니야?"
"더 옆으로 가면 떨어진다고...."
심장은 점점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이길영. 잠만 나 봐봐."
"어? 왜?"
나는 신유승의 얼굴을 쳐다봤다.
젠장, 조명은 왜 이렇게 은은한데.
"우리 나름 사귀는 사인데.. 이렇게 좋은 기회를 날리게...?"
"자- 잠만 유승아...?"
"아오 고자■끼... 이리 와..."
유승이의 얼굴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그냥 가만히 눈을 감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오늘 밤은 더욱 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