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https://arca.live/b/reversal/103761644?p=1

2화: https://arca.live/b/reversal/103786508?p=1

3화: https://arca.live/b/reversal/103814880?p=1

4화: https://arca.live/b/reversal/103858354?p=1


이 글 보고 쓰는글임:

https://arca.live/b/reversal/103754360?p=1


현실을 위한 또 과거 서사 쌓기...


5화


진아가 학교폭력에 쓰러지고, 내가 처음으로 동생을 위해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날 이후.

우리는 이사를 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진아는 퇴원한 이후에도 한동안 중증의 트라우마로 학교에 가지 못했다. 

유일한 가장이었던 아버지는 그럼에도 일을 나가야했기 때문에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당시 6학년이었던 내가 동생을 돌봐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사람을 고용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당시의 진아는 나와 아버지의 손길을 제외한 타인은 거부할 정도로 공포증에 빠져있었다.


그렇게 나도, 진아도 한동안 학교에 가지 않았다.


당시 내 일상은 단순했다. 

진아의 일상이 단순했기 때문이다.

진아는 하루종일 잠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 때 동생의 방은 언제나 불이 꺼져있었고 나는 집에서 품새 연습을 하거나, 아니면 독서를 하는 등 혼자서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러다 밥 먹을 시간이 되면 동생을 깨워서 같이 밥을 먹고.


밥만은 꼭 마주 보고 앉아 먹었다.


당시엔 어린 마음에 그게 옳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다 어느 날 사건이 터졌다.


둘 밖에 없는 집에서 그날 진아는 샤워가 하고 싶다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는 밖에서 티비를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화장실에서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꺼이꺼이 서럽게 우는 진아의 목소리가 온집안에 울려 퍼졌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에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화장실 문에 다가가 무슨 일이 일어난거냐고 소리를 쳤다.


“넘어졌어. 비누칠하다가 넘어졌어.”


문 너머로 진아의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가 내게 전해졌다.


“오빠. 너무 아픈데,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샤워도 제대로 못하는 내가 싫어서 그래서 울었어.”


“괜찮아?”


“아니. 못 일어나겠어.”


“잠깐만 기다려봐, 너 문 잠갔어?”


“아니 안 잠갔는데- 오빠?”


나는 망설임 없이 화장실 문을 열었다.


자욱한 수증기가 우선 나를 반겼고,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벌거 벗은채로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있는 동생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부끄럽다거나, 기분이 이상해진다-같은 그런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의 나는 의무감에 사로잡혀있었다.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우울하게 변한 집안 분위기는 어린 나를 살살 옥죄고 있었다.

집안이 그렇게 된게 내 탓은 아닌데 내 탓 같았다.


그런 와중에 동생을 한 번 더 도와줄 수 있냐는 아버지의 부탁.


그건 내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임무이자 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동앗줄처럼 느껴졌다.


이번에도 동생을 지키지 못하거나, 아버지에게 심려를 끼치면 우리 집은 정말로 다신 예전처럼 못 돌아갈 것 같았으니까.


그래서 망설임없이 화장실의 문을 연 것이다.


나는 수증기 사이로 동생에게 손을 내밀었다.


“잡아, 그리고 일어나.”


습한 공기 속에서 서로의 시선이 교차하고 동생은 내 손을 잡았다.


나는 진아를 조심스레 일으키고, 이제 화장실 밖으로 다시 나가려고 했다.


나가려고 했는데,


“오빠…. "


진아가 나를 다시 불렀다.


“나 샤워하는 것 좀 도와주면 안 돼?”


“뭐라고?”


내가 잘못들었나 싶어서 다시 되물었다.


“아니, 아니야. 그냥 가.”

동생이 다시 말머리를 흐리며 자신감 없이 말했다.

바람빠진 풍선인형 같은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일까?

내가 운을 뗐다.


“씻겨줘?”

“…….”


“싫으면 말고. 네 입으로 대답해. 진아야.”


미련없이 나가려고 하니, 

“씻겨줘… .”


등 뒤에서 작지만 확실하게 들렸다.


그제서야 나는 동생을 돌아봤다.


동생은 내 시선을 피했다. 어렸던 나는 당시 왜 진아가 내 시선을 피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왜 피했던건지 알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진아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아니, 동생을 어떻게든 제대로 돌봐야한다는 의무감만 가득했다.


“그래, 빨리 씻고 나가자. 오빠 더워.”


2차 성징이 시작되지 않았던 진아의 몸은 사내의 몸과 크게 다를바 없었고

그렇게 나는 묵묵히 동생의 몸을 씻겨주었다.

내가 동생을 씻기는 동안 화장실 안에서 한 마디도 오가지 않았다.


샤워가 끝난 뒤, 진아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대로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나는 진아를 씻기면서 난 땀이 찝찝해 내가 샤워를 하고 나도 방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