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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화부터 다시 현실로...!

과거 회상 내가 봐도 개같네.......


동생을 씻긴 날 이후로 나는 주기적으로 진아의 목욕을 도와주었다.


하지만 이건 맹세할 수 있다.


당시의 나는 동생에게 아무럼 감정도 품지 않았다. 그저 오빠로서, 보호자로서 내 동생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감정 제외하고는.


또 달라진 게 있다면 진아가 가끔씩 내 침대에 들어와 같이 자게 되었다는 점이다.


처음 목욕을 도와줄 때 처럼, 하루는 잠이 오지 않아 한밤중에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와 재워줄 수 있냐고 물어본게 원인이 되었다.


졸려 죽겠는데 동생을 재우기 귀찮았던 나는 같이 자자고 내 옆 공간을 내주었고, 그렇게 우리는 그날밤 한 침대에서 잤다.


다음 날, 내 방 침대에서 같이 나온 우리를 보곤 아버지는 별 말씀 없으셨다.


그 이후 진아는 잠이 오지 않는 날이면, 종종 내 방으로 왔고

나는 그녀가 요청을 하면 그녀의 목욕을 도와주었다.


그런식으로 동생을 도와준지 몇개월정도 됐을 때, 나는 중학생이 되었고 아버지의 말에 따라 이젠 멀쩡히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진아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학교를 나가자, 자신도 이제 학교에 나가고 싶다고 스스로 아버지에게 고한것이다.


아버지는 그날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고, 나 역시 그간의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고생했다고, 진아를 꽈악 끌어안아 주었다.


그렇게 또 다시 시간이 흘러, 그 때가 온다.


진아의 성장기가 시작한 것이다.

마치 무협지에서 환골탈태를 하듯, 진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갔다.


키가 커지고, 가슴이 봉긋해지며, 앳돼다 못해 미숙했던 얼굴은 살짝 어른스러워졌다.


그러나 가장 바뀐 것은 분위기였다.


어딘가 위축되어 보였던 이전에 비해 지금은 우아하다는 느낌이 풍겨왔으니까.

중학생과 우아함이라니.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있을 수 있나 싶지만 바뀐 진아는 그렇게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실제로 진아와 같이 홍대로 옷사러 갔을 때, 그녀가 캐스팅 받는 것도 봤었으니까.


성장이 끝난 중학교 1학년 이진아는 그런식으로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외모도, 성격도,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그리고 나는 그녀에게 고백을 받는다.





봄에서 여름으로 바뀔려고 하는 5월의 어느날.


중학교 1학년 이진아는 그 날 지금까지의 고마움을 운운하며 내게 단 둘이서 대접을 하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나를 홍대로 불러냈다.


이전에도 진아와 몇 번 둘이서 옷을 사러 나간다던지, 밥을 먹는다던지 해왔기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나갔다.


그리고 당황했다. 

동생은 누가 봐도 데이트를 위한 복장을 입고 나왔었으니까.


어깨가 시원하게 드러나는 하얀색 오프숄더 탑과, 그녀의 하얗고 길쭉한 허벅지가 무릎위로 보이는 그레이색 테니스 스커트. 좀 더 성숙한 분위기를 풍기게 하는 검은색 가죽 부츠와 새하얀 목과 어울리는 얇고 검은 초커까지.

내 동생의 외모를 너무나도 잘 활용한 옷차림이었다.


“오빠 나 안 이상해?”


진아가 어딘가 부끄러운듯 내 눈을 살짝 피하며 그렇게 물었던 것 같다.


당황해서 어버버하는 나를 아랑곳하고 진아는 활짝 웃으며 내게 팔장을 끼며 나를 리드했다.


이후  같이 밥을 먹고, 연극을 보고, 편집샵을 돌아다니며 우린 홍대 전역을 쏘다녔다.


그리고 그 날의 마지막 일정은 마포 한강공원에서의 예정된 불꽃축제.


야경을 수놓는 화려한 불빛 아래에서 내 동생 이진아는 나한테 고백했다.

부끄러운지 몸을 베베 꼬며.

하지만 진지한 목소리로.


“오빠, 나 오빠 좋아해. 아니 사랑해.”


처음 그녀의 말을 들었을 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흔히 남자는 오감을 넘어 육감(the sixth sense)이 발달했다고 한다.

사실, 최근 이진아가 나를 바라보는 끈적한 눈빛과 오늘의 옷차림, 그리고 나를 기어이 불꽃놀이에 데려왔을 때 나는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예상을 실제로 확인하는 것은 또 다른 충격이었다.


어이가 없었던 나는 내가 제대로 들은게 맞는지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야속하게도 이진아의 키는 그 때 이미 나를 훌쩍 뛰어넘었기에 그녀를 올려다봐야 했다.


“……. 진아야, 이진아.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오빠. 아니 이진영, 너를 사랑한다고.”


“너, 너. 하아.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건지 알아?”


자신이 원하는 답안을 듣지 못해서일까?

진아의 말이 빨라졌다.


“오빠, 나도 속으로 백번 천번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야. 3년전에 오빠가 그 양아치 년들로부터 나를 구해준 날, 오빠가 내게 히어로처럼 느껴진거 알아? 내가 어렸을 때부터 마블에 빠졌던 거 알지? 따돌림으로 불우했던 내 인생에서 마블은 유일한 도피처였어. 그런데 현실에 영웅은 없었지. 그런데 영웅이 나타난거야. 그날. 오빠는 내 인생을 구해준거야.”


흥분한건지 그녀의 목소리가 커진다.


“처음엔 나도 고민했어. 어떻게 가족을 좋아할 수 있지? 속으로 끙끙 앓았어.”


“그건 네가 어려서 고마움을….”


“고마움을 애정으로 착각한 거라고?”


진아가 날카롭게 내 말을 가로채갔다.

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두운 가로수 아래에서 주변엔 폭죽이 팡팡 터지고 있었기에 아무도 우리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런데 내가 그 생각도 안 해봤을 것 같아? 다 해봤어. 내가 오빠한테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말이야! 내가 병신처럼 살았어도 지능까지 병신은 아니야! 오빠가 나 처음 씻겨준 날, 내가 느낀건 부끄러움도, 수치스러움도 아니였어. 두근거림이었다고! 오빠 품 속에서 자게 된 날, 사실 나는 잠도 못잤어. 그날 새벽까지 오빠 얼굴만 감상했지. 두근대서 잠을 도저히 이룰 수 없었으니까!”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소름이 돋았다.


“진아야,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이건 진짜 아니야. 어떻게 남매가 ….”


내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우리 남매야. 피 섞인 남매라고…. 아버지가 아시면. 우리 아빠는 어떻게 살라고….”


시선을 흐리며 자조하는 내 목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아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

그리고 내 얼굴을 천천히, 그러나 힘있게 잡아서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만든다.


“오빠, 아빠는 모르게 하면 돼. 조용히. 오빠가 나 씻겨준것도 지금까지 한번도 걸리지 않았잖아?”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니 그 곳에선 아버지의 얼굴이 보였고 내 얼굴이 보였다.

아마 얼굴은 모르지만 우리 어머니의 얼굴도 나타나있겠지.


그런데 이진아의 눈빛. 그 눈빛은 우리 가족 누구에게서도 한번도 보지 못했던 눈이다.

어딘가 질척한 집착이 느껴지는 그런 눈빛.


갑자기 참을수 없을 정도로 역한 기운이 몰려온다.


“씨발 이거 놔. 이진아.”


나는 그녀를 화악 밀쳐버렸다.


내 저항에 그녀는 내 얼굴을 놓아줄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동생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고했다.


“따로 갈테니까. 너 알아서 늦지 않게 들어와. 이건 못 들은 걸로 할게.”


“오빠!”


그녀의 대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돌아서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