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행정구역도를 보고 있자면 할 말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영암군은 서해에 접한 고을이면서 해남현 너머 남해에 수많은 섬들과 해안 지역을 갖고 있었다. 현재의 해남군 옥천면, 북일면, 북평면, 송지면과 완도군 노화읍, 보길면, 소안면, 청산면, 그리고 제주시 추자면이 과거 영암군의 월경지에 해당한다. 안동대도호부 또한 북쪽에 완전하게 접하고 있던 예안현 너머의 산골들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이 영역들이 현재의 봉화군 영역의 대부분을 자치한다. 오리지널 봉화현은 봉성면과 그 주변을 거느리던 작은 고을. 또한 오늘날 대전광역시의 중심축인 유성온천-둔산신도시-은행동-산내동 라인은 대전군의 전신인 회덕현도 진잠현도 아닌 공주목의 견아상입지였으며, 동북부에는 청주목 월경지까지 있었다. 또 진도군이 내륙 지역에 땅을 갖고 있다거나, 무안 운남/해제반도와 신안군 지역을 영광, 광주, 나ㅅ주, 함평 등이 사이좋게 갈라먹는 등 상상 초월의 땅따먹기의 향연을 대동여지도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년 전에 정약용도 이걸 두고 경세유표에서 매우 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