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 아이비리그에서 시작해 캠퍼스 전역으로 들불처럼 퍼진 가자전쟁 반전 시위가 유럽과 중동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중동과 전 세계에서 대학생들이 펜을 내려놓고 수업을 중단한 채 친(親)팔레스타인 연대시위에 합류하고 있다"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쿠웨이트와 레바논, 이집트 등 중동 각국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행정수도 라말라 등지의 대학들에선 전날부터 이틀째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튀니지 대학생들은 일주일간 수업중단을 선언한 채 전국 각지에서 거리를 행진하며 반전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현지 대학생들은 6개월 넘게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초토화한 전쟁을 끝내라고 촉구하면서 학교 측에 이스라엘 유관 기업과 관계 단절을 요구했다.


29일에는 프랑스 소르본 대학 캠퍼스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하던 대학생 수십명이 경찰에 연행되는 등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참가자 일부는 미국 대학생들에게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반전시위에 나섰다고도 말했다.


레바논에 있는 베이루트 아메리칸 대학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를 조직한 학생 알리 타이야르는 "(미국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일이 아니었는데도 팔레스타인과 관련해 우리보다 많은 것을 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꼈다. 우리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쿠웨이트대학 캠퍼스에는 '쿠웨이트대 학생들이 컬럼비아대 학생들에게 : 우리는 그대들과 함께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기도 했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에서 민간인 희생이 속출하면서 미국 대학가에서도 반전 시위가 이어져 왔으나, 지난달 18일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번졌다.


당시 미국의 친이스라엘 행보에 반대하며 텐트 농성을 벌이던 컬럼비아대 학생 중 100여명이 해산 명령에 불응하다 무더기로 경찰에 연행된 것을 계기로 미 전역 대학가로 이스라엘 규탄 시위가 들불처럼 번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반유대적 흥분'이라고 규정하고 나치 집권기였던 "1930년대 독일 대학들에서 벌어진 상황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했으나 오히려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만 더욱 키운 것으로 평가된다.


런던정경대학의 국제관계학 전문가인 파와즈 게르게스 교수는 대학생 시위가 확산되는 건 "(전 세계 젊은이들이) 가자지구에서 계속되는 유혈과, 전쟁을 멈추지 못하는 서방의 지배층 엘리트들에 신물이 났다는 걸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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