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뒤 2년 반 더 복무하다 전역한 김정원씨… PTSD 치료 제대로 못 받은 생존자들

그래도 뭐 괜찮은 편이네요. 그 정도는 버텨야죠.”

김정원 하사는 2010년 천안함 폭침을 겪고 몇 달 뒤 군 병원을 들렀다 군의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그는 폭침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생겨 자살 충동까지 느끼는데, 군의관은 그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군 내부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를 제대로 받기 힘들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증언이다. 다른 군의관에게서는 심지어 “(겉보기에) 아픈 데도 없는데 왜 왔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뿐이 아니다. 군의 인사장교는 폭침 뒤 불과 6개월 만에 김정원 하사를 다시 배에 태우려 했다. 이미 전역할 작정이었기에 싸우고 버텼다. 또 군에서 교육받던 중 교육사령관에게 “나약하고 방심한 정신 상태로는 천안함처럼 당한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현재는 민간인인 김정원(29)씨가 겪은 일들은 군이 천안함 생존 장병을 어떻게 대했는지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군 내부는 밖보다 더 지옥이었다.


천안함 출신이란 이유로 따돌림

<한겨레21>과 <한겨레>,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대 교수팀(김승섭·윤재홍)이 최근 진행한 ‘천안함 생존자의 사회적 경험과 건강 실태 조사’(천안함 조사, 전역자 24명 응답)에서 나온 결과도 이와 비슷했다. 천안함 생존자 대부분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고생했고, 이들은 군 내부에서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으며, 패잔병이라는 말을 들었다. 천안함 출신이란 이유로 따돌림을 당한 사람도 있었다.


“아들 낳으면 군대 안 보냅니다”

정원씨는 군에 할 말이 많았다. “군 윗분들이 책임져야죠. 어뢰 탐지도 안 되는 배를 백령도 근해에 출동하라고 명령했잖아요. 우리가 가고 싶어서 간 것도 아니고. 어뢰를 맞아서 46명이 돌아가시고 58명이 힘들게 살아가는데 비난하면 안 되죠. 자기들이 보냈다면 자기네가 책임을 져야지 왜 자기 살려고 함장님한테 뒤집어씌웁니까.”

그는 “우리나라 군대는 망한 것 같다”고 했다. “제가 아들 낳으면 군대 안 보냅니다. 필요할 때만 우리 아들이고, 다치면 너네 아들인데, 이딴 군대라면 안 보냅니다. 정부에서 저희한테 영웅이라고 했잖아요. 그에 맞는 대접을 해줬으면 좋겠네요.”

※편집자 주: 한국 사회에서 천안함 사건의 원인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단어 하나도 민감하다. <한겨레21>은 그동안 천안함 ‘침몰’이라는 용어를 써왔다. 이번 기사에선 생존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이들의 주장을 바탕으로 한 부분에선 ‘폭침’이라고 썼다. 그렇지 않은 경우엔 천안함 ‘사건’ 등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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