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나 성당, 혹은 사찰에는 신도의 대부분이 남자보다는 여자쪽이 훨씬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현실종교를 표방하는 유교를 제외하고는 모든 내세종교에서 여성신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압도적이다.

최근의 문공부 통계에 의하면 기독교의 경우, 국내에 포교된 52개 교파 전부가 여자 신도가 많다. 전체 신자 4백만명중 6할인 2백40만명이 여자다. 천주교는 전체 신자수가 1백만명으로 이중 여자가 56%, 남자가 44%를 차지하고 있다.

불교는 82%가 여자신도…기독교·천주교도 60%선 차지|감정적 요소 많아 남자보다 쉽게 심취|성경·불경의 교리도 여성생활과 조화


불교의 경우는 이같은 경향이 더욱 두드러져 가장 큰 종파인 조계종은 전체 4백25만명의 신도중 82%에 가까운 3백48만명이 여자다. 상대적으로 남자신도의 수는 76만에 불과하다.


이 같은 전체신도의 비율은 실제로 각 성당·사찰·교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국내 최대 성당인 명동성당(천주교)의 경우, 교적을 가진 전체신도가 1만6천명. 이중 6할인 9천6백명이 여자신도다. 혜화동 성당도 비슷한 남녀비율.

기독교의 영락교회(장노교)는 일요일 낮 예배 참석자의 경우 남자 8천5백명, 여자 1만1천명으로 여신도가 훨씬 많다. 새문안교회도 전체 3천5백명의 교인중 1천9백명 정도가 여성이다.

조계종의 도선사는 30만 신도중 24만명, 태고종의 봉일부사는 10만7천 신도중 7만5천의 압도적 다수가 여성이다.

이같은 뚜렷한 경향에대해 동서고금의 일반적인 현상으로 여길뿐 종교적·사회적·심리적인 깊은 연구결과는 없다. 다만 독일의 사회학자인「막스·베버」가 그의『종교전집』속에 세계의 종교를 분석하면서『여자는 감정적이기 때문에 쉽게 종교에 심취하고 그것도 히스테릭」하게 열광한다』고 기록했을 뿐이다.

여성신자가 많은 원인에 대해 종교 사회학자인 김몽은신부(명동성당)는 여성의 경우 남자와 같은 사회 성원을 영위하지 못하는 탓이라고 풀이했다. 여자는 교회나 사찰을 통해 가정밖의 사람들과 접촉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한편 여성신자인 최신덕교수(사회학·이대)는『종교가 합리적이기보다는 감정적』이라고 전제, 여성들이 교육·가정분위기·사회의 관습 때문에 남성보다 후천적으로 감정적 요소가 많아져 종교를 쉽게 믿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들이 남성보다 저교육 상태인 점도 정적인 종교에 심취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불교에 유난히 여자신도가 많은 원인을 홍저식박사 (동국대·불교대학장)는 자력문불교와 타력문불교의 예를 들어 설명했다. 자력문불교란 인간이 참선 등의 고행을 통해 스스로 성불할 수 있다는 입장. 반대로 타력문불교는 부처나 보살의 힘을 빌어야 성불할 수 있다는 계통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의 경우에도 자력문에는 남자가, 타력문에는 여성신도가 많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로 보면 여성의 의타적인 성격이 불교를 찾는 큰 원인일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여자를 주 대상으로 했던 포교방법에도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학자인 거재호교수(서울대)는『성경이나 불경에 나타난 교리가 여성들의 생활상과 서로 조화되었기 때문』이라는 교리상의 이유를 들었다.

거교수는 ▲여성에게 불리한 사회구조 ▲미망인이나 불우여성의 경우 능동적인 해결방법을 찾지 못한다는 점 ▲특수경우를 제외하고는 여성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같은 요소들이「전지전능」한 신이나「대자대비」한 부처에게 귀의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여성들이 종교를 찾는 이유가 소극적인 동기라고 해서 종교 자체도 이들을 신의 무조건적인 복종자로 만드는 식의 소극적 태도를 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학자나 종교관계자들의 일치된 의견. 오히려 종교는 이같은 이유로 교회나 사찰을 찾는 여신도들에게 희망을 주고 적극적인 삵의 방식을 갖도록 유도해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임연철기자>

[출처: 중앙일보] 여자는 왜 종교를 많이 믿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