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풍속이 존재하긴 존재하는데, 우리 집만 믿고 다른 집들은 대부분 행하지 않는 거의 사장된 풍속 말이야


요즘도 이런 집 있나 모르겠는데 구정에 야광이라는 잡귀가 신발 훔치고 돌아다닌다고 해서 신발 숨기는 풍습이 있거든

그거 신발 도난 당하면 1년 내내 재수 없다구

옛날이야 문 밖 디딤돌 위에다가 신발을 올려놓으니 야광이가 집 밖에 있다가 신발을 훔쳐갈 수가 있는데 이젠 문 안 현관에 신발이 다 있으니까 그럴 수도 없게 되었지

내가 생각해 보면 그냥 명절을 노려서 명절특수 노리는 도둑들 때문에 이런 게 생기지 않았나 싶음


아무튼 현대에는 아무 쓸모짝에 없는 이 풍습을 단순히 재밌어서 즐기는 집이 우리 집임

집에서 출발해서 친가 갈 때 상자 하나씩 들고 가는데 밤이 되어서 자기 전에 신발상자에 신발 넣어놓고 집 안 여기저기 숨겨놓음

그리고 현관문 앞에 체 하나 걸어놓고


애들은 야광이 얘기하면 진짜 믿지

그 다음 날에 애들이 깨서 자기 신발상자 찾으면 없음

그러면 아침부터 야광이가 들어와서 내 신발 훔쳐갔다고 나는 이제 망했다고 애들이 울고 불고 난리인데

사실은 애들 잘 때 집안 어른들이 애들 놀려먹을라고 숨겨놓는 거임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