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는 왜 올리는 걸까. 확실한 것 하나 없는 세상에서 자기가 누군지 확인을 해보고 싶은 마음은 알만하다. 관리자가 공지에 테스트를 올려 놓은 것도 이해가 간다. 사챈은 병신들이 병신들의 병신짓을 지적하는 병림픽의 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소한 지가 지 멱살 쥐고 찔찔대는 상병신이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최소한 일관적 병신이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뭘 좀 읽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뭘 좀 읽어보려면 최소한 뭘 구글해야할지는 알아야 한다. 제대로 책 읽을거면 병신이 아니겠지. 여하간, 그러므로 자신이 어떤 병신인지를 알아야, 그 병신스러움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고, 그로써 훌륭한 사챈의 모범적인 병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병신같이 병신질도 제대로 못해서 다른 병신들한테 병신소리나 듣고 다니는 병신이 되고싶은 병신은 없겠지?

 

 

그런데, '내가'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는 필요는 아-주 빠르게 '너도'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는 욕망, 즉 '너 내가 누군지 알어?' 하는 꼴갑이 된다. 이런 현시욕은 인간에게 보편적인 것이므로, 누가 한마디 했다가는 인터넷망상 명예훼손과 명예훼손 판례가 몹시 궁금해지는 삶을 살게 할 수 있는 높으신 분들에게도 있는 것이고, 사챈에서도 병신취급받는 병신같은 병신들 역시 비슷한 조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사챈에 있는 병신들이니 사챈 이야기에 집중하자.

 

사챈의 모범이 되는 병신다운 병신과, 사챈에서도 병신인 병신같은 병신. 모두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고 싶다. 전자의 경우는 그 길이 열려 있는데, 이 병신들은 아는 것 좀 있고 말빨도 좀 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병신들은 뭔가 아는 것, 내지 할 말이 있는 이야기를 보면 찾아가서 지식과 말빨을 자랑한다. 다만 얘들도 마냥 사챈의 귀족처럼 살지는 못하는게, 병신들은 자신과 다른 병신을 용납하지 못하기 때문이고 우리 사챈의 병신들은 비추라는 죽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분'의 지지자처럼, '그분'이 욕을 먹는데 반박할 논리가 없으면 이를 악물고 통한의 비추를 하는 것이지. 아 물론 '그분'이 503인지 달님인지는 여러분이 판단할 문제다. 여튼 얘들은 나름 수단이 있긴 하다.

 

다만 사챈에서도 병신인 병신같은 병신들(이하 3병신이라 칭하자)은 그렇지 않다. 이 3병신들은 상병신이라서 뭔 역량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들이 겸손해지는 것은 아닌데, 모르면 용감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애초에 인간의 원초적 욕망은 그 인간이 병신이라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튼 아는 게 없으니 얘들은 논쟁이 두렵다. 그러나 사챈에서 훌륭한 병신이 되려면 정치적 식견을 보여야 한다. 다만 얘들이 진짜 논쟁에 끼였다가는 위에서 말한 똘똘한 병신들의 먹잇감이 되어버리고 끝이기 때문에, 이들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혹시, 한 10분 투자해서 예/아니오 대답 몇십개를 누르면 자동적으로 멋진 타이틀을 달아주는 그런게 있다면 이 친구들은 아마 그런 타이틀을 딴 다음 그걸 자랑할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인터넷 게시판에서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이다' 하고 인식이라도 되는 것은 완장이라도 차지 않는 한 어렵다. 일단 나름 지명도가 있어야 하고, 여러 분야에 발이라도 담그고 한 마디 할 생각이 있어야 하며, 말빨까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는 수많은 병신들과 싸워서, 그나마 뭘좀 아는 병신들 사이에서 평판을 따내야 한다. 간단히 말해서, 니가 ~주의자라는 타이틀을 따고 싶으면 경제, 정치, 사회, 철학에서 그런 모습을 일관되게 보이며 3병신들을 물리치고 훌륭한 병신들과 싸워서, 리스펙을 얻어내야 한다. 근데 그건 힘들지.

 

그래서 정치성향테스트는 매력적이다. 일단 뭘좀 아는 병신들은 ㅅㅂ 아무것도 모르는 병신들 붙잡고 이야기하느니 저런 객관적이어 보이는 뭔가나 던져주는게 편하다. 나아가 3병신들에게 이건 꿈에도 못꾼 타이틀을 너무나 간단하게 딸 수 있는 수단이다. 드디어 '나 이런사람이야' 하고 다닐 수가 있다. 너무나 간단하게 나를 반박하는 사람을 '나의 정치적 견해를 인정하지 못하는 꼴통'으로 몰 수가 있다. ~주의자라는 이름만 있으면 내가 마치 그 사상의 일대종사가 된 것 같다. 그러니 논쟁에도 한층 자신감이 있어진다. 물론 여전히 무능해서 추상적 사상과 구체적 사안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지는 못하지만, 그건 문제가 안 된다. 상대방이 '나의 ~주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자위하면 되니까.

 

그렇게 오늘도 구름에 미세먼지가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