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정치 풍향계는 광주 전남과 조금 다른 구석이 있다. 광주 전남은 전북에 비해서 의원 수도 많고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역사로 인해서 민주주의의 성지(聖地)라 불리며 한국 정치에 끼치는 영향도 남다르다.

하지만 전북도 같은 호남이다. 신당세력이든 더민당 세력이든 호남민심을 누가 얻느냐에 따라서 앞으로의 총선과 대선에서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에 호남에 기울이는 정성은 남다를 수밖에 없고 경쟁 또한 피를 튀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된 정책과 방향에서 오는 도도한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력을 들이는 거라면 문제가 없겠다. 하지만 기교와 이벤트로 유권자를 호도하는 정치, 얼토당토않은 음해와 공작으로 상대 죽이는 정치가 넘쳐나고 있다.

지난 며칠간에 벌어진 모 언론사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에 가해진 근거 없는 말은 수십 년 동안 쌓아올린 정치적 신뢰에 금이 가도록 하는 흑색선전의 결정판이었다. 이에 정동영 전 의원 측은 임종인 전 의원을 통해서 반박성명서를 내고 고소고발 등의 강력 대응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워낙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안 가는 보도라서 그런지 해당 신문의 기사는 현재 내려진 상태다. 하지만 작금의 사태를 통해서 혼탁하고 수준미달인 한국의 정치풍토가 금도를 넘어 사회 전반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우려할 상황이기에 몇 가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특히 전북출신의 한 국회의원에 대해서다.

지난 1월 18일 전북 출신 김춘진·최규성 전북도당 공동위원장과 이춘석, 김윤덕, 이상직, 김성주, 전정희, 강동원, 박민수 의원 등 국회의원들 9명은 전북도의회에서 더민주당에 남겠다며 기자회견을 하는 자리에서 정동영 전 의원에 대고 “복당하라!”는 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한 결 같이 정동영 전 장관에게 “야당과 우리나라를 위해서 큰 정치를 하실 분이다”라고 추켜세운 다음 “복귀 문제는 조건 없는 재입당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앞세웠다. 이를 뒤집어 해석하면 자신들이 속한 더민주에 와서 협조는 하되 정동영 본인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요구인 셈이다.

정 전 의원이 복당을 하면 더민주당은 각계각층으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받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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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이들은 정동영 전 장관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상징자산은 아낌없이 취하되 상대는 내놓기만 하라는 논리이다. 특히 정동영 전 장관이 출마를 할 경우 지역구가 겹치게 되는 전주 덕진구의 현 김성주 의원은 정 전의원이 ‘전북과 전주 무엇으로 먹고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하는 25일에 맞불기자회견을 열어 정동영 전 장관에게 짐짓 충고 아닌 충고까지 하고 나서는 등 그 정도가 심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일은 어제(2월4일)도 벌어졌다. 더민주당 전북도당 의원들은 긴급 성명을 내고 또다시 ‘정동영 복귀’를 요청하는 일방적인 성명전을 펼쳤다.

김성주 이하 전북출신 국회의원들이 되뇌는 주장을 종합해보면 ‘정동영 전 의원은 전북이 자랑하는 큰 정치인이다.’ ‘큰 정치인은 큰 길을 가야한다.’ 그러므로 ‘큰 정치인인 정동영 전 의원은 지역구 출마를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김성주 의원과 호남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왜 정동영은 자신들에게 도움 되는 일만 해야 하는지, 왜 정동영은 친노들에게 공천학살을 당하고서도 친노패권을 위해서 호남 표를 얻는데 무료봉사만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이런 계산법은 누구를 위한 계산법인가?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제세구민하고 국태민안을 위해서 힘써야 하는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는 망각한 채 금배지 획득과 패권정치 구현에만 눈이 어두운 모습이라니! 이토록 편협한 외눈박이 짓에 그 누가 비애감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을까 싶다.

그래서다. 정동영 전 장관에게 ‘너만 죽어!’라는 식의 무례한 요구를 한 김성주 이하 아홉 명의 전북 국회의원들에게 묻는다. 자신들부터 정치 대선배인 정동영 전 장관에게 인간적인 예의부터 갖출 순 없겠는가하고 말이다.

박정례/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