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벽람항로의 캐릭터 하루나가 주인공인 단편 소설입니다.




세이렌 출현 이후, 격동을 예상했던 인류의 삶은 의외로 큰 변화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학교를 가고, 다 자라면 직장을 다니고, 운없는 몇몇은 칸센이나 지휘관 예비자원이란 명목으로 국가의 부름을 받는,


그런 아무래도 좋을 일상들이 이어질 뿐이었다.


그건 나도 크게 다를 바 없었고, 이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적당히 어느 이름모를 공장에 취직해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 함께 늙어가는, 그런 삶을 예상했다.


그녀석이 그렇게 되기 전까진….


"나, 멘탈큐브 적성이 있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녀석의 고백에, 난 무어라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정촌은 커녕 현에서도 매년 하나나 둘 정도 나오면 많이 나온다던 칸센 예비자원이 지금 내 옆에 있다니.


"그것도 생각보다 높다고 하더라."


그 사이, 또다시 침묵을 깬 것도 녀석이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 녀석 얼굴은 묘한 기대감에 차있었고, 그제야 눈에 들어온 칸센 예비자원 등록 신청서에는 녀석의 이름 넉 자가 바르게 적혀있었다.


"잘, 잘됐네."


당장 떠오르는 말은 그것 뿐이었다.


녀석과 함께 해온 시간이 10년을 넘었어도 국가로부터 선택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녀석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상투적이다는 수식어조차 아까운 짧은 격려였다.


"훈련은 다음달 1일부터래."

"당분간 바빠지겠네."


감정을 감추기 위해 억지로 쓴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말투에 섞인 서운함까진 지워낼 수 없었다.


지금껏 녀석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꿈을 꾸어왔는지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이런 감정이 드는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어린 놈이란 증거겠지.


"안 붙잡아?"

"내 꿈보단 네 꿈이 더 소중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녀석을 붙잡을 순 없는 노릇이다.


녀석은 수업 도중 칸센 얘기라도 나오면 어김없이 눈을 반짝이던, 그런 아이였으니까.


나 자신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그 꿈을 짓밟는 건, 너무도 잔혹한 처사였다.


"그렇구나."


나의 그 말에 녀석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한 마디를 쥐어 짜내기 위해, 내가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심정으로 마음을 굳혔는지, 과연 녀석은 알고 있을까.


지난 10여년 간 으레 그래왔듯, 서로의 집앞에서 인사를 주고받고 현관으로 향하는 녀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난 마지막에 녀석이 지어보인 미소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기만 하고, 어느덧 녀석과 함께하는 마지막 주말이 다가왔다.


그간 왕래가 없던 건 아니었지만, 가족끼리 모인 자리에서 둘만의 감정을 논할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고, 별 성과 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우연을 가장하기 위해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고 기다린 것도 두 시간, 현관의 유리창 너머로 막 바깥을 나서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마음이 바꼈어."

"뭐?"


갑자기 말을 걸어온 탓인지 녀석은 살짝 당황한 듯한 낯빛을 띠었고, 한걸음씩 다가갈수록 난 녀석이 정확히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아직까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진 않고 있다.


그렇다면,


"널, 보내고 싶지 않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평소엔 절대 하지 않았을 법한 나의 그 말에 녀석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그리 답했으나, 지금의 내겐 그런 분위기를 신경 쓸 심적 여유가 없었다.


"계속, 너와 함께 하고 싶어."

"..."


그 어색한 웃음마저 사라진 녀석의 얼굴엔 아주 잠시 동안 기쁨 섞인 미소가 떠올랐다가 이내 진지하기 그지 없는 기색으로 얼굴을 굳혔다.


이제 됐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전했으니 설령 그것을 거절당한다 해도 후회는 없다.


"…미안."


그러나 녀석의 그 말을 듣자 마자, 굵직한 눈물 한 방울이 왼쪽 뺨을 타고 흐르는 게 느껴졌다.


아직은 마음을 부정당했을때 표정관리를 할 정도로 성장하진 못했나보다.


"그래도, 오늘 하루 정도는 곁에 있어 줄 수 있어."


그리고 이어지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그 말의 의미를 되물을 겨를도 없이 녀석의 손에 이끌린 나는, 그대로 녀석의 집 안으로 끌려들어갔다.


미처 눈물을 닦지 못해 안으로 들어섰을 때, 그런 날 보고 처음엔 당황한 표정을 짓던 녀석의 부모님은, 지금 내 손을 이끄는 녀석과 같이 장난스런 웃음을 지어보였다.


"오늘 하루 동안은, 네 여자친구로 지내 주겠다고."


자신의 방문을 걸어 잠근 녀석은 마치 관대한 아량을 베푼다는 어조로 그리 선언했고,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한 나는 조심스레 녀석의 입술을 향해 얼굴을 맞부딪히려 했다.


"미, 미안, 역시 아직 마음의 준비가.."


막 서로의 입술이 겹쳐지려던 순간, 녀석은 내 어깨를 밀어내며 말끝을 흐렸고, 그러는 동안 나도 나름대로 녀석의 방을 둘러보며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다.


개인적으로 녀석의 방에 들어오는 건 거의 3년 만이었다.


중학생 때 시 주관의 체육대회에서 400미터 계주에 나가 받은 은상, 소학교 시절 같이 머리를 맞대어 한 달만에 투박한 도색까지 해서 진열장 안에 넣어 둔 전함 모형, 유치원에서 발표회를 할 때 찍었던 단체사진까지...


또래 여자아이들과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녀석의 방 안에는, 지난 십여 년 간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제 그런 녀석이, 내일이면 내 곁을 떠난다니,


지금 드는 이 감정이 사춘기의 치기 어린 변덕인지, 진실된 사랑인지 분간하기엔 머리의 피가 충분히 마르지 않은 나이였지만, 지금은 그저 눈 앞의 녀석을 꼭 끌어안아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뭐, 뭐야 갑자기."


품에 안긴 녀석은 조금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으나, 크게 거부하려는 기색을 보이진 않았고 그렇게 이어진 나의 두 번째 시도는 내 입술로 하여금 절대 잊을 수 없는 첫키스의 맛을 느끼게 해주었다.


첫키스의 맛은, 녀석이 집을 나서기 전 먹었을 소다맛 아이스크림의 향취가 느껴졌고, 입 안을 가득 채우는 혀의 온기는 나의 심박수를 늘리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분위기는 무르익어 녀석의 하늘거리는 셔츠 안쪽으로 손을 밀어넣자, 아주 잠시 살결이 움찔거린 걸 제외하면 큰 무리 없이 내 손길을 맞이했고, 브래지어 너머로 느껴지는 한 손에 꽉 찬 젖망울은 그 시절 같이 욕탕에 들어가 놀던 녀석의 이미지와 크게 상반되는 감상을 주었다.


나도 한창때의 남자아이인지라 도색잡지와 음란 사이트에서 본 테크닉을 실험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들지 않는 건 아니었으나, 그러기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게만 느껴졌다.


"고무, 없어도 돼?"

"이대로 끝내고 싶으면 사러 나가던가."


내 물음에 처음 방에 들어설때와 같이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어보인 녀석은 스스로 바지를 내리며 보란듯이 나를 자극했지만, 귀끝까지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길 수는 없었다.


통과의례와도 같은 자극의 시간이 끝나고 마지막 남은 천쪼가리마저 벗어버렸을 때, 거뭇하게 자라기 시작한 음모와 야트막한 언덕과도 같이 봉긋하게 솟은 하복부는 내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아프게 하면 화낼거다?"


그리 말하며 수줍게 날 올려다보는 녀석에게 난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천장까지 뚫을 기세로 팽팽해진 나의 물건을 앞세운 채로 몸을 겹쳐 십수년 간 감히 침입해 볼 생각도 않던 비경을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야, 아파, 아프다고!"


꽉 닫힌 음문을 비집고 들어가 무언가 찢어지는 감촉이 드는 것도 잠시, 내 아래에 깔려 아픔에 몸부림치는 녀석을 지긋이 누르며 본능에 이끌린 투박한 허리놀림을 반복하던 나는 이내 몸을 최대한 밀착시킨 채 부르르 몸을 떨었다.


순식간에 끝난 그 행위에 굵은 눈물을 떨어뜨리던 녀석의 눈가를 닦아준 나는 피섞인 음문을 바라보며 묘한 정복감이 채워지는걸 느꼈다.


그리고 문득 든 도색잡지의 어느 장면이 오버랩 되어 약지 하나를 추켜세운 채 녀석의 음문을 자극하기 시작했고, 여전히 아프다며 아우성치는 녀석을 지긋이 억누르며 자극을 이어나갔다.


"아읏!"


순간 강하게 허리를 튕기며 투명한 액체를 쏟아낸 녀석은 처음 자극받는 쾌락중추의 작용에 멍하니 날 바라봤고, 그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없게 느껴진 나는 말없이 녀석을 꽉 끌어안았다.


"…역시, 널 보내고 싶지 않아."


그렇게 한동안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것도 잠시, 뇌리를 스치는 한가지 생각에 나는 큰 고민없이 입을 열었고,


"그럼 이제 어떻게 할건데?"


그 되물음에 내가 녀석에게 해줄 말은 이미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내 시간이 끝나는 날까지,"


설령 그 길이 끝없는 고난의 길이라 해도


"널 만나러 달려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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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거 몇편 더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