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아니라고 본다. 사람들은 종종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행위를 모두 '적극적인 의도의 결과'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실제론 그 반대니까. 상식적으로, 어떤 인간이 제정신을 유지하면서 자살을 함? 그런 인간보다는 정신적으로 내몰려 판단력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자살하는 인간이 훨씬 많지 않음? 그런 사람한테 뭔놈의 책임을 물어 자기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일어난 일인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자살에 책임을 지우고 말고는 자살 감소에 영향이 없거나 미비할거. 그보다는 사람들이 그렇게 '정신병적' 상태에 빠져들어 자살로 내몰리는 원인을 추적하는 게 훨씬 건설적이고 실효성 있는 방법이지.

자살이 왜 잘못인데? 애초에 근거도 없이 자살이 잘못이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하네 ㅋㅋㅋ 개독이냐? 선진국에서 자살이 많은건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리고 자살은 하는게 아니라 되는거다. 자살 관련해서 당사자들 마음은 알지도 못하면서 입 털지마라. 니가 하는 행동이 악플이랑 다를 바가 없는건 아냐? 책임운운하면서 니가 쓴 이 글에 니가 무슨 책임을 질 수 있냐? 입만 산 녀석.

자살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높으신 분들이 억울함을 표현하기 위한 명예 자살도 있겠지만, 대중적으로는 개인적인 정신적 고통이 감내 불가능한 수준이라서 자살을 택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이라 본다.

나는 전자에 대해서는 목숨을 표현수단으로 쓰는 위험한 풍조이고 나에게는 자살했다고 진정성이 와닿지가 않아서 공감하기 어렵다. 후자에 대해서는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해소 수단이나 전망이 전무하고 고통이 너무 큰 경우에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것이라 생각해서 강하게 연민한다. 만사에 대해 느끼는 고통의 크기는 개인마다 다르니 당사자가 의지박약이라 재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살아나서 그 때 별일아니었는데- 라고 하는 사람들은 홧김에 의한 충동적 자살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경우도 감정 통제가 잘 안되는 형질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도 본다. 법리학적으로는 결과만이 아니라 의도도 중요하게 따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당 불가능하거나 통제 불가능해서 자살에 이른 것과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자살로 의견 표명을 하겠다는 크게 다르다고 본다.

내 개인적인 감상은 한국이 자살이 많은 것은 어떤 연유가 됬건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이다. 자살의 직접적인 요인에 대해 느끼는 스트레스가 특별히 컸을 수도 있고, 기본 스트레스 수준이 높다보니 쌓이고 쌓였던게 기폭제가 됬을 수도 있고.

사회적으로 그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되어 적극적으로 개입하려면 원인을 파악해서 해소하려 들 수도 있고, 원글처럼 불이익을 줘서 재고의 여지를 두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임을 지운다고 해도 일본처럼 유가족에게 경제적인 배상을 요구하거나, 무관심, 냉소적 반응, 비판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앞서말한 높으신 분들의 경우 애초에 명예욕 때문에 자살하려드는 것이니 사후평판에도 신경을 쓸 수 있겠지만, 정신적 고통 감내 불가능으로 인한 경우는 살아서도 전혀 제정신이 아닐텐데 죽고나서 일 따위 생각할 겨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같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자살에 대한 책임관이 더 강한 일본도 자살은 세계 정상급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인 통계는 안 들고 왔지만 일단 그런걸로 봤다). 뭔 취지에서건 자살을 줄이려면 사회적으로 자살에 취약하게 만드는 강한 경향 같은걸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면 보완하려 드는 노력 쪽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덤으로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목숨에 대한 자율권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확실한 의사표현이 가능하다면 자발적인 안락사도 전면 허용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 충동적인 자살 희망자들이 좀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대개 사람은 어지간해서는 살고 싶어하고 죽음을 두려워 하기에 정말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짊어진 고뇌가 크고 우리가 해결해 주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 자살이 개인의 가장 근본적 권리까지 침해하면서 국가나 사회가 통제하려 들만한 근거는 살인은 무조건 악하다고 판단해서 보다는 너나 할 것 없이 자살해서 사회가 붕괴되리라는 우려나, 슬프고 무기력함이 전염되는 등의 정신적인 악영향, 사체 처리 등의 구체적인 문제 쪽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