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3월 중국 선양 한국영사관에 50대 남성이 찾아와 밀항 범죄를 저질러 이곳에 왔다고 자수했다.


이 남성은 서모(55)씨로, 28년 전 서울 강남구 '뉴월드호텔 조폭 살인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폭력조직 영산파의 행동대원이었다.


이 사건은 영산파 조직원 12명이 1994년 서울 강남의 호텔 결혼식에 참석한 다른 조직 폭력배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1991년 자신들의 두목이 살해당한 사건에 대한 보복이었지만 사실을 오인해 엉뚱한 폭력조직원을 상대로 무차별 폭력을 행사해 영산파 조직원 12명 중 10명이 붙잡혔고 무기징역에서 5~1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공범 중 달아난 2명은 사건 이후 자취를 감췄는데 이중 서씨가 지난해 갑자기 중국에서 자수했다.


국내로 압송돼 해경의 수사를 받은 서씨는 중국 밀항 시기를 2016년이라고 주장했다.


서씨 말대로라면, 뉴월드호텔 살인사건 발생 시기인 1994년 기준으로 살인죄 공소시효인 15년이 이미 지나 서씨를 살인죄로 처벌할 수 없다.


결국 불법 밀항 혐의만 적용돼 불구속 상태로 입국해 검찰로 넘겨진 서씨는 자유인이 돼 1년이 넘도록 일반 시민들 틈에서 생활했다.


해경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광주지검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서씨의 밀항 시기부터 조사했다.


서씨와 관련자들의 27년 치 계좌 정보를 확인하고, 공범들의 14년 치 교도소 접견 녹취록 등을 분석해 2005~2007년 중국에서 서씨를 봤다는 다수의 목격자 진술과 공범들의 교도소 접견 발언 등을 증거로 확보했다.


자수 후 1년간 전남의 한 지역에서 살던 서씨를 긴급체포한 검찰은 이렇게 확보한 증거를 서씨 앞에 들이밀었고, 서씨는 밀항 시기를 속인 사실을 자백했다.


조사결과 서씨는 1994년 사건 직후 도주해 숨어 지내다가, 2003년 가을 전북 군산에서 선박을 타고 중국으로 밀항했다.


중국 공안의 눈을 피해 공장 등을 전전하며 도피 생활을 하면서도, 함께 검거되지 않았던 영산파 행동대장 정동섭과도 중국에서 수차례 만나고, 가족까지 중국으로 불러들여 재회하는 등 대범한 도피행각을 이어갔다.


약 20년간 오랜 해외 도피 생활에 지친 서씨는 밀항 시점을 살인사건 공소시효(15년) 완성 이후인 2016년으로 주장하면 살인죄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허위 시나리오를 꾸며 자수했다.


하지만 서씨 밀항 시기가 2003년이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에 해당해 해외 체류 기간 공소시효는 정지된다.


여기에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까지 폐지돼 서씨는 28년 전 저지른 살인죄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검찰은 결국 서씨를 올해 6월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고, 26일 밀항단속법위반죄도 추가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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