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는 근대 공화주의적 생각에 따라 징병제를 지지하지만 징병제를 지지하는 글을 쓸 생각이 없음을 먼저 말해둔다. 단지 이번에 모병으로 표 빨아먹어 보려는 진보라는 새끼들이 실제로는 얼마나 더러운 특권층으로서의 발상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사는지 너무 적나라하게 느껴져서 매우매우 열이 받았기 때문이고 얘네들이 표 빨아먹어 보자고 하는 얘기가 실상은 헛소리에 더 가깝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어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0771476


여기서 보면 김종대라는 찢어 죽일 놈이 헛소리를 지껄인다.


▶김종대 :

그게 왜 나쁩니까? 가난한 집에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없고, 또 돈이 없어서 알바를 해야만 학업이 가능하고, 아버지가 돈을 못 벌어서 스펙을 쌓을 수 없는 청년이 군대를 통해서 디딤돌을 만들고 내 꿈을 실현할 수 있다면 그게 왜 나쁜 거예요?

▷진행자 :

그래서 결혼도 하고,

▶김종대 :

없는 애, 공부 못하는 애가 군대 간다? 이런 비하 발언이 어디 있어요? 설령 빈곤층이 간다한들, 미국의 할렘가의 한 흑인 청년이 아무런 희망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18살에 군대를 가서 거기에서 대학을 마치고 또 나올 때는 국가가 취업을 지원해 줘서 "나는 자랑스러운 미국 국민"이라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왜 나쁜 거죠?

▷진행자 :

저는 지금 말한 그런 케이스 정확한 바로 그 미국 청년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김종대 :

카투사 근무 하셨구만?

▷진행자 :

네, 제 룸메이트도 그런 케이스였던 게 그 친구가 고등학교 땐가 무슨 마약 운반 하는 일에 연루가 돼서 우리로 치면 빨간 줄이 그어진 거예요. 그런데 몇 년 이상 복무를 하게 되면 좀 험한 곳에서, 미국 입장에서 보면 좀 먼 곳에서 공부를 하게 되면 Clearance하게 지워지니까 본인이 나서서 재도약으로 계기로 삼은 거죠.


(중략)


▶김종대 :

그리고 시민권도 줘요. 그러면 보시자고.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점점 끊어져 가는 한국 사회에서 예컨대 직업 병사 20만 명을 유지한다고 하면 이 청년들에게는 이게 배운 사람, 가진 사람이 있으면 "쟤들은 군대나 가는 애들이야." 이렇게 비하할진 몰라도 제가 보기에는 그분들한테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이고, 이런 어떤 경로를 발견함으로써 내가 대한민국의 주류가 될 수 있는 겁니다. 그렇게 내 꿈을 실현하는 군대를 어떻게 만들어줄 것이냐? 이 논의를 할 때지, '군대 만들면 공부 못하는 애들, 없는 집 애들, 그 자식들 군대 간다.' 이런 식의 접근을 하는 특권적 사고방식이 저는 대단히 이 나라를 병들게 만들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 이야기를 모병제 반대론자들은 다 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유승민 의원 같은, 또는 그렇게 실제 표현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말을 들을 때 가슴에 멍울이 지는 것이 우리가 이 대한민국 군대라는 것은 해외 원정 군대도 아니고 대한민국 국토 안에서 우리와 더불어 싸우는 우리 이웃이자 가족입니다. 여기에 설령 조금 사회의 약간 하층에서 많이 군대를 갔다고 치자고. 그렇게 함으로써 그분들이 학업과 어떤 여러 가지 불리한 것들을 벗어날 수 있는 디딤돌을 하나 놔드리면서 동시에 군대가 내 꿈을 실현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만약에 우리나라가 군대가 필요한 존재, 짐이 아니라 자산이고, 우리나라는 정의의 전쟁을 하는 나라다. 정당한 국가라고 생각하면 엘리트층도 옵니다.



여기서 보면 김종대가 쳐맞고 싶어 환장을 했는지 헛소리를 지껄인다.


진행자가 카투사 나왔다고 당시에 한 흑인 병사를 봤다고 하는 소린데 이게 왜 말도 안 되는 개소리인지. 이 새끼가 부모한테 덜 쳐맞아서 할 수 있는 소리인지 얘기해보자.


김종대는 1966년생이고 군복무를 육군 현역으로 했다니까 80년대 후반에 했을 것이다. 늦었어도 90년대 초반에는 끝냈겠지.

'진행자'라고 나오는 사람은 이재익 PD인데 이 양반은 1975년생. 늦어도 90년대 후반에 군생활을 끝냈을 것이다.



아래의 인용문을 읽어보자.


저는 베트남 전쟁과 9.11 테러 사이의 기간에 성장했기 때문에 전쟁이 무엇인지를 직접 체험할 필요가 없었던 운 좋은 세대에 속합니다. 기껏 몇주 계속된 1983년의 그레나다 침공과 1991년의 걸프 전쟁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그러나 제 뒤로 온 세대는 그렇게 운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이 중동으로 파병되었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아직도 그곳에 머물러 있고, 수천 명은 국기로 덮인 관에 실려 고향으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몇만 명이나 되는 병사가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상처(또는 양쪽)를 입고 고향으로 돌아왔고, 그중 일부는 만델라나 메리게이가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느꼈던 것과 같은 괴리감을 자기 고국에 대해 느끼고 있습니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의 정당성이나 필요성에 관한 의견과는 무관하게, 한 세대가 그 전쟁에 의해 각인되고, 그 것에 사로잡힐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 존 스칼지

민음사 환상문학전집 <영원한 전쟁>에 실린 추천사.



김종대는 무엇을 봤고 이재익은 무엇을 봤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이 두 사람은 모두 2001년부터 끊임 없이 지속된 아프간전, 이라크전, 시리아 내전을 겪고 고통받는 군인의 모습을 본 적은 없을 것이다. 이미 존 스칼지가 위의 인용문을 썼던 08년 7월 시점에서도 김종대가 말한 그 잘난 "꿈을 실현하는 군대"에서 김종대가 "불의한 전쟁"이라고 한 이라크 전쟁과 대비되는 "정의로운 전쟁" 아프간 전쟁에 대해서 하버드, 예일 대학 학생들이 자원해서 갔다고 떠들지만 막상 그것을 겪었던 미국인들은 딱히 그렇게 낭만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면 좋다. 모병을 하면 그 잘난 "꿈을 실현하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 참조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실제로도 그런 이상향에 가장 가까울 미국은 어떤지 한번 보자.




영어는 몰라도 상관 없다.

남자애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버지니아 공대에 합격했는데 군대를 가겠다고 만우절 거짓말을 하니까 어머니가 오열하는 모습이다.


허구헌날 매체에서 미군 참전 용사들이 돌아와서 환대 받고 사람들이 Thanks for your service 하니까 다 그러는 줄 아는가본데 그러면 람보가 나오지도 않았지. 현실에선 그렇게 환대 받고 우대 받는 참전용사들은 사고 안 치고 문제 없이 퇴역 때까지 잘 있었던 소수의 이야기지 대다수에겐 해당하지 않는 일이다. 과거에는 미국 전체 노숙자의 26%가 퇴역군인이었다는 충격적인 통계도 있었고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지만 수많은 퇴역군인들이 퇴역 후 안정된 일자리를 갖지 못해 길거리를 떠돌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여기서 더더욱 큰 문제가 되는 사실은 당연하겠지만 미국도 최전선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알보병보다는 기술병과로 몰린다. 군대가 너무너무 좋아 전투병을 지원하는 좀 특이한 몇몇을 제외하면 전투병과, 그중에서도 보병은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의 것이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리고 이들은 전투를 겪으며 심신 모두 피폐해지고, 군대 내에서도 골칫거리가 되어 방출된다. 하지만 제대로 된 기술 하나 없이 전쟁터에서 갑자기 사회로 던져진 이들이 어찌 되는지는 모두가 알지 않는가.


현재 미국은 극심한 전투병력의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그 때문에 특수부대의 피로도가 극도로 높아진 상태다. 위의 김종대와의 이야기에서 이재익이 봤다던 빨간줄 긋고 군대 왔던 흑인 병사는 21세기에는 다음의 테크트리를 타는 경우가 훨씬 흔할 것이다.


1. 범죄를 저지르곤 잡혀서 "군대 갈래? 깜빵 갈래?" 해서 군대를 간다

2. 배운 것도 없고 죽어도 아쉬울 거 없는 놈이니 알보병이 된다.

3. 전투병력이 하도 모자란 상태이니 좀 짬 쌓이면 분쟁지역으로 파견 된다.

4. Tour of Duty를 채우면 귀향하지만 그나마도 전투병력이 모자라니 3번을 다시.

5. 사람 죽는 꼬라지를 셀 수 없이 보고 직접 사람을 죽여봤으니 몸이 멀쩡해도 정신이 멀쩡할 리가 없다. 여기서 대충 두 가지다.


6-1. 성조기 덮힌 관짝에 실려서 미국으로 돌아간다.

6-2. 다치고 병신이 되어서 제대한다.

6-3.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본인도 알지만 나가서 할 일도 없으니 어거지로 참다가 결국 사고를 치고 불명예 제대한다.


6-1이면 그냥 인생 종치고 끝나지. 6-2, 6-3에 걸려서 길거리를 떠돌고 사람들한테서 박대 받는 퇴역병 출신 노숙자들은 갈수록 늘어나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그 만큼 군대의 위상은 더더욱 추락하여 사회의 쓰레기장으로 전락한다.


이런 미군의 모습이 "꿈을 실현하는 군대"로 보인다면 할 말이 없다.


차라리 보수 정치인이 모병으로 실업자를 구제한다는 발상을 했다면 이해했을 수도 있다.(그것의 옳고 그름은 둘째 치고) 하지만 진보랍시고 간판 차고 앉았다면 "가난한 이들만 전쟁터로 내몰리는 사회"를 비판하기는 커녕 오히려 찬양하며 촉구하는 꼬라지를 본다면 이건 단순히 모병을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를 넘어 이 나라의 진보란 새끼들이 얼마나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특권계층인지 치가 떨린다


나는 마이클 센델이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논했듯 모병제와 징병제의 문제점을 짚으려는 게 아니다. 단지 현실에서 모병제로 돌아가는 나라들은 중국 같은 일부를 제외하고선 사실상 사회의 쓰레기장으로 전락하고 있고 그런 쓰레기장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이 전쟁터로 일방적으로 내몰려 죽거나 단물 빠지면 버려지는 게 모병제 국가들의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을 모른다면 병신이니 뱃지를 떼야 하고, 알면서 이런다면 정의당 새끼들은 말로는 진보, 평등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앵간한 보수주의자도 기가 막힐 정도의 지독한 계급주의적 사상을 갖고 있다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정의당이 이 모양이니 더 병신들인 민주당은 오죽 할까.


솔직히 지금 모병제가 갑자기 튀어나오고 공약으로 써먹겠다는 것에서 그 저의마저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트럼프가 방위비 협상을 하며 미국의 전쟁에 한국군이 보조군으로 딸려 나오기를 바랐던 것 같은데 그 보조군으로 딸려가 미국을 위해 죽는 사람이 무작위로 고른 징집병이 아니라 모집병이라면 정부의 부담은 훨씬 내려갈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꿈을 이뤄준다고 떠드는 군대를 가서 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임무를 도맡다가 남의 나라를 위해 죽는 것이 꿈을 이루는 거란 말인가? 이미 10년 전에 수많은 미국인들이 모집한 병사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죽음에 무감각할 수 있어 전쟁이 일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는데 그 잘난 꿈 본인의 자식들이 이루는 것으로 보여줬으면 좋겠다.


못할 거면 그냥 그 아가리에 죽창 꽂고 뒈지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