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거주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한글이 전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며 아름답고 우수한 글자라고 착각하고있는데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



0. 한국어가 과학적이다?


애초에 언어는 과학적일 수가 없다. 언어에 대해서 호감을 나타내는건 별 말 안하겠다. 그런데 언어가 '과학적'이라니 뭔 개소리냐. 언어라는건 고대 선사시대때 만들어진건데 과학은 뭔 얼어죽을 과학. 독일어가 전세계에서 제일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언어라던 어떤 콧수염 기른 독일인을 생각나게 하는 주장이다.



1. 한국어가 디지털 시대에 유리하다?


오히려 불리하다. 이들의 논거는 중국어와 일본어에 비해 한국어가 치는 속도가 더 빨라서 과학적이라는것이다. 세계의 언어는 중국어 일본어밖에 없는게 아니다. 중국어와 일본어는 라틴어로 먼저 발음을 친 다음에 한자 고르는거여서 개답답한데, 이런 방식으로 타자 치는 언어는 이 세상에 중국어 힌디어 일본어 아랍어밖에 없다. 그러므로 앞의 2개 언어가지고 비교해서 한국어가 제일 우수하다고 결론내리는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뿐만 아니라 과학적인 접근방식도 아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가 한국어에 비해 훨씬 디지털 시대에 유리하다. 물론 세계의 주인이신 미국과 EU 양반들이 라틴문자 쓰니까 어쩔수 없다 쳐도 한국어는 일본어보다도 디지털 시대에 맞지 않는다. 딱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그게 글자를 다 겹쳐서 쓴다는것이다. 우리나라 말은 글자를 하나로 모이게 해서 쓴다. '글자'라고 쓰지 'ㄱㅡㄹㅈㅏ'라고는 안쓴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그렇게 쓰는 문자는 한국어 빼면 정말 없다. 힌디어나 히브리어 심지어 에티오피아어도 옆으로 쭉쭉 쓰지 겹쳐서 안쓴다. 세계 공용 문자 시스템이랑 어긋나니까 시스템을 모두 다르게 해야하고 따라서 불리할수밖에 없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영어나 독일어는 글자 하나 하나가 각자 고유한 값을 가진다. 'PLVSVLTRA'에서 'P 'L' 'V'는 한 단어를 만들때 딱히 글자 모양이 안달라진다. 그래서 글자 50개만 만들어도 무한정 조합할수 있다. 폰트 만들어보신분들이면 다 알겠지만 한글은 수천가지 조합을 모조리 다 다시 만들어야한다. 가령 '청진'에서의 'ㅣ'와 '명지'에서의 'ㅣ'의 모양이 다르니까 대충 혼합해서 쓸수가 없다. 그러므로 한글은 전산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중국어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복잡하고 불리하다. 실제로 한글 폰트 만들때에는 '뷇'이나 '뫖'같은 글자도 만들어야되서 거의 지옥에 가깝다. 한글96의 주요 홍보점도 '떳'같은 글자를 쓸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히브리어가 이런 점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우수하다. 


 게다가 한글이 '디지털시대에 유리해서'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고 주장하는것에서부터 모순점이 드러난다. 애초에 '디지털'이라는 개념을 세운것은 미국의 공학자들이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디지털에는 무조건적으로 영어가 유리할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영어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가 되고 만다.



2.  배우기가 쉽다?


 하나만 인정하자면 한글은 사실 배우기 상당히 쉽다. 보통 한글을 배울때는 3~4시간이면 다 익힌다. 라고 하는데 외국인들 한글 배우는거 보니까 그건 개인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린것같다. 한글 배우기 어려워하는 외국인들을 유튜브에서 상당히 많이 봐왔다. 그건 개인의 역량에 따라서 달린 일이기 때문에 한글이 무조건적으로 배우기 쉬운 언어는 아니라는것이다. 물론이지만 한글이 그러한 조건만 빼면 배우기 쉽다는것은 인정하겠다.


 그런데 더 문제인건 한글만큼이나 알파벳이나 키릴문자도 쉽다는 것이다. 우리야 태어나서부터 한글을 매일 보니까 객관적으로 한글이 배우기 쉽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무의식적으로 한글을 습득하게 되니까 우리가 한글을 다른 문자에 비해 배우기가 쉽다고 <생각>하는것이지 실제로 그런것은 아니다. 한글 예찬론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을 접하면 오히려 라틴어가 한글만큼이나 쉽다. 글자 수가 50여개정도밖에 안되고 그나마도 대소문자 같은거 빼면 30개밖에 안남는다. 한글은 40개이다. 그래서 라틴어가 더 쉬울수도 있는것이다.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영어는 글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경우가 없어서 한글에서의 특별한 경우인 '잃' '많'과 다르게 아주 쉽게 익힐수가 있다. 매우 매우 집중한다면 쓰기로는 초고난이도인 힌디어나 아랍어, 히브리어도 수시간만에 익힐수 있다.


 읽기로 쉽다고 하는것은 밑에서 반박하겠다.



3. 읽기가 쉽다?


 한글은 한글자에 하나의 소리가 표현된다고 한다. 한글에서 '아'는 딱 '아'로만 발음되지만 영어에서는 apple에서 에 aply에서 어 apart에서 아로 다 다르게 발음되기 때문에(영국식 영어와 호주식 영어의 발음은 생각하지 말자) 한글이 정확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그른 한글짜에 하나이 소리가 표현된다고 한다. 한그레서 아는 딱 아로만 바름되지만 영어에서는 에플에서 에 어플라이에서 어 아파트에서 아로 다 다르게 바름되기 때문에 한그리 정학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드리 읻따'


웃기시네, 이게 한글자에 하나씩 소리나는거냐? 국어사전에서 쓰인대로 읽혀지는 말이 몇개나 되는지 확인해봐라. 거의 없다. 앞의 짧은(짤븐)문장에서조차 5개 이상의 단어들이 쓰인대로 읽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독일어나 스페인어가 이런 부분에서는 더 우수하다. Gesselschaft에서의 e와 Essen에서의 e, Reihen에서 e와 Es에서의 e와 Augen에서의 e는 모두 [ㅔ]로 발음된다. eu[오이]나 ei[아이]나 er[어]같은 예외도 있지만 한글처럼 복잡하지는 않다. 게다가 영어를 사례로 드는건 상당한 오류가 있는데, 그 이유는 영어가 유럽계 언어에서 굉장히 독특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영어는 흑사병 전파에 의해 대모음 추이가 일어나서 폴란드어, 프랑스어, 덴마크어와 함게 몇 안되게 발음이 부정확한 언어가 되었다. 나머지 언어는 한국어보다도 발음 변동이 적다. 네덜란드어, 스웨덴어, 헝가리어, 이탈리아어, 크로아티아어, 루마니아어, 우크라이나어 다 마찬가지이다. 


 아니 이렇게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게 니 기억 되살려서 8살때 한글 받아쓰기 한거 생각해보자. 나 너 우리 동물원 코끼리 이런거 썼을때 니는 몇개나 맞았냐. 한국어가 한 글자당 하나씩 발음되면 받아쓰기를 할 필요도 없다. 초등학교때 받아쓰기를 하는것 부터가 한국어의 발음이 부정확하다는것을 증명하는 가장 좋은 근거이다. 그러므로 국립국어원은 어서 교육부에게 달려가서 받아쓰기를 불법으로 지정하라고 하라. 국닙국어원은 정말 기보니 않되어잇는 기관인걷 갔아요. 그로니까 대만민국 궁민드른 구거를 멀리하고 영어나 베우는게 낟슴니다.



4. 모든 언어를 표기할수 있다?


 질문 하나 해보자. 영어 'Teeth'에서 th는 어떻게 발음하지? 한글 표기로는 '티뜨'이다. 실제로는 ㄸ과 ㅆ의 사이이다. 더 좋은 사례는 독일어의 'Schön'이다. 오 움라우트(O위에 점 2개 찍혀있는거)는 어떻게 읽는가? 국립 국어원에 따르면 '외'라고 한다. 실제 발음은 'ㅔ', 'ㅓ', 'ㅗ'가 합쳐진 발음이다. 아니면 'Wahl'의 예를 들어보자. ahl은 '알'이지만 또 다르게 들어보면 '아흘'도 된다. 실제 발음은 알과 아흘의 사이이다. 또다른것으로 Panzer가 있다. Z는 'ㅊ'과 'ㅈ'과 'ㅉ' 사이이다. 그래서 '판쩌' '판처' '판저' 다 표기가 맞다. 이렇게 읽기가 비교적 수월한 언어인 영어, 독일어에서도 수많은 표기 불가 언어가 있는데 읽는게 지옥인 히브리어나 프랑스어, 포르투갈어는 어떻게 표기하려고 그러냐. 당연한 소리이지만 한글이 독일어나 영어에 비해 훨씬 외래어 표기가 편하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말은 그 억양과 세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모든 언어를 표기한다는것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발음기호로도 모든 소리를 흉내낼수 없다. 많은 소리를 만들수 있다는것은 장점은 장점이나 실용적이지는 못하기 때문에 딱히 장점은 아니다. 모든 언어를 표기할수 있다는것이 한글 우수성의 근거라면 세계 최고의 언어는 발음기호가 되어야한다.


 


5. 기타 의견들


-한글은 음절단위로 모아써서 유리하다


음절단위로 모아쓰는것은 한글의 장점이지 인터넷 시대때 유리한 점이 아니다. 모아쓰면 글자 모양이 모조리 달라져서 전산화하는데 엄청나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오죽하면 2000년대 초반에 한글을 늘여쓰기로 바꿀까로 고민까지 했겠다. 한국어를 표기하는데에는 음절 단위로 쓰는것이 더 편리하지만 그것이 디지털 시대에 유리하지는 않다.



-한글은 철학적이다


글자가 철학적인건 알겠는데 그게 우수한 이유는 못된다. 글자는 기본적으로 쓰기 편해야지(그렇다고 해서 한글이 쓰기 어려운 문자라는 소리는 아님) 철학이니 뭐니 따지는게 아니다. 천지인 본따서 어쩌라는거냐. 철학적인거로만 따지면 산스크리트어가 세계 최강이겠네?



-한글은 신체부위를 본따서 과학적이다


인정. 문제 없는데 문제가 되는건 이것 때문에 발음하기 쉽다고 말하는 멍청이들이다. 우리가 의사도 아닌데 어떻게 글자를 보고 발음 기관을 생각해서 말하겠냐. 자기 모순이 되는 주장인게 그러면 상형문자가 이 세상에서 제일 우수한 문자가 되야한다. 이집트 문자 고대 중국문자는 형체 본땄으니까 의미 파악 쉽고 그래서 상형문자가 킹왕짱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


독일어는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 독일 문자는 예술과도 같으며 독일인의 긍지가 살아 숨쉬는 글자이다.


<아돌프 히틀러, 나의 투쟁 中>




7. 결론


 한글이 없었으면 진짜 한국 사회는 끔찍했을거다. 한자를 다 배워서 쓸 생각을 하니까 상상만 해도 참혹하다. 한글이 우수하다는것에서 흠을 잡을 생각은 없다.


 다만에 민족학계에서 주장하는 한글이 우수한 이유라는게 다 잘못되었다는것이다. 한글은 다른 문자에 비해 특별히 우수하지 않으며, 위대하지도 않으며, 세계에서 가장 실용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어학자들이 한글은 꼭 우수해야하며 꼭 위대해야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강박증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한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게 되며, 결과적으로 오히려 한글이 더욱 연구 될수 있는 환경을 없애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한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한다. 한글은 한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것도 아니며 딱히 위대하지도 않고 세계에서 가장 우수하다는것은 완벽하게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한다. 그것부터 시작해야 한글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가 이뤄질수 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