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한충식 대한체조협회 전무이사, 이필영 대한체조협회 부회장, 이영훈 대한체조협회장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이후 무려 32년만의 남녀 동반 금메달에 대한체조협회가 활짝 웃었다.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에게 2배의 포상금을 약속했다. 

 

23일 오후(한국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 엑스포(JIEXPO)에서 열린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남자 마루에서 김한솔(23·서울시청), 여자 도마에서 여서정(16·경기체고)이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카르타 체조장에 두 번의 애국가가 연달아 울려퍼졌다. 

 

 

지난 7월 제32대 대한체조협회장으로 취임한 이영훈 대한체조협회장(포스코건설 대표이사)의 첫 국제대회다. 이 회장은 이날 김한솔과 여서정의 결승 일정에 맞춰 자카르타에 도착했다. '회장님'의 입성과 함께 남녀 동반 금메달 낭보가 전해졌다. '복장' 이 회장이 취임 첫 대회에서 한국 체조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열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도마의 신' 양학선이 한국체조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이후 6년만에 체조인들이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김한솔, 남자 마루 금메달 사진=연합뉴스

AG 도마 금메달 여서정, 아버지의 길을 따라 사진=연합뉴스

 

금메달을 따기까지 체조인들의 마음고생은 깊었다. 특히 여자체조는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서선앵, 서연희의 금메달 이후 무려 32년만에 정상에 다시 서는 감격을 누렸다. 지난 30여 년간 잘나가는 남자체조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가운데 뼈를 깎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던 여자 체조인들의 기쁨은 상상이상이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 당시 여자대표팀 코치로 금메달을 일궜던 이필영 대한체조협회 부회장은 32년만에 다시 만난, 여서정의 금메달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남자체조 역시 금메달의 여정이 쉽지 않았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주장' 양학선의 부상 악재속에 노골드를 기록했다. 양학선이 없는 자카르타에서 '후배' 김한솔이 단체전 실수, 금메달 부담, 큰무대 징크스 등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결승에서 '무결점 연기'를 선보이며 기어이 금메달을 되찾아왔다. 엷은 선수층, 척박한 환경 속에 치열한 훈련과 강한 집념으로 빚어낸 금메달이라 더욱 값졌다. 

 

포스코가 후원하는 대한체조협회는 32년만의 남녀 동반 금메달에 환호했다. 생전 체조와 스포츠를 유독 사랑했던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1985년 대한체조협회 회장사를 맡은 이후 포스코 패밀리는 33년째 '기초종목' 체조를 묵묵히 후원해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2004년 체조단을 창단해 과학적인 훈련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도모해왔다. 2006년부터는 체조협회지원금을 연간 7억원으로 늘려 선수들이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교육재단은 전국 초·중학교 체조대회를 통해 유망주를 발굴하고, 포철서초, 포철중, 포철고 남녀 체조부에서 김수면, 이장형, 박지영, 유한솔 등 국가대표 에이스들을 양성했다. 

 

대한체조협회는 자카르타 현장 체조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금메달 포상금을 2배로 상향 책정했다. 체조협회는 세계선수권 금메달에 2000만원,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해왔다. 2012년 양학선의 첫 올림픽 금메달에는 1억원의 특별포상금이 지급됐었다. 

 

24일 종목별 결승 2일째 경기를 앞두고 체조협회의 통큰 포상금 결정은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다. 금빛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한솔은 24일 주종목 도마에서 2관왕을 목표 삼았다. 여서정도 같은날 마루, 평균대에서 멀티메달에 도전한다. 

자카르타=전영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