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만 나가면 더 좋아질 것이라 했다. 신태용 감독만 없으면 모든게 해결될 것이라 했다.
하지만 한국축구는 여전히 제자리다. 59년만의 아시안컵에 도전한 한국은 우승은 커녕, 15년만에 4강에도 가지 못했다. 이번에 파울루 벤투 감독 때문이라고 한다. 맞다. 이번 대회 실패는 상당 부분 벤투 감독의 실책에서 비롯됐다. 너무 안일하게 대회를 준비했다. 선수 선발부터 전술까지, 아시아 무대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티가 곳곳에서 보였다. 부상과 경기 외적인 잡음으로 정상적인 운영을 하기 힘들었다고 하지만, 벤투 감독의 말처럼 감독은 그런 것을 다 책임지는 자리다.
하지만 한국축구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이유가 온전히 감독 때문일까.
일본이 29일(한국시각) 사실상의 결승이라 불린 이란과의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 4강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우리가 참혹한 성적표를 받았기에 부러운 결과다. 일본축구는 참 한결같다. 어느 감독이 오든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를 펼친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초반 다소 부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경기력은 꾸준했다. 혼다 게이스케, 가가와 신지, 오카자키 신지 등 기존의 베테랑들이 모두 빠지고 새롭게 세대교체를 단행했음에도 일본의 색깔은 변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기본기가 좋기 때문이다. 일본 선수들은 패스를 할 줄 알고, 볼을 받을 줄 안다.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뛰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컨디션이 좋고, 나쁘건간에, 일본 선수들은 자기의 플레이를 한다.
반면 한국선수들은 어떤가.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도 패스미스를 한다. 노마크에서 올린 크로스는 어이없이 빗나간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전술은 아무 의미가 없다. 감독이 아무리 좋은 전략을 짰다고 해도, 선수들이 이행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 하물며 기본적인 플레이도 못하는 상황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나빴다는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실수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이번 대회에서 선수들이 저지른 실수는 국가대표라고 하기에는 창피한 수준이었다.
당연히 선수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축구 현장을 취재하며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는 선수들의 훈련량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밥만 먹고 축구하는데' 라는 말은 요즘 선수들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최근 선수들은 오전, 오후을 합쳐 3시간 정도 밖에 뛰지 않는다. 여기에 웨이트 정도만 추가된다. 개인 훈련을 하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실력은 훈련량에 비례한다. 세계 최고의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지금까지도 가장 먼저 훈련장에 나와 가장 늦게 떠난다.
크로스는 훈련을 하면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다. 슈팅도 마찬가지다. 월드클래스급 슈팅 능력을 가진 손흥민은 아직도 틈만 나면 개인적으로 슈팅 훈련을 한다. 하물며 능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이를 메울 노력을 등한시 한다. 한 원로 축구인은 "요즘 선수들이 특징이 없다. 예전보다 고른 능력을 가졌지만, 이 선수는 뭐가 좋다, 저 선수는 뭐가 좋다 하는 특징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 특징은 결국 개인적으로 어떻게 연마를 하느냐에 달려있다. 그 부분이 아쉽다"고 안타까워 했다. 선수들도 반성해야 하는 부분이다.
박찬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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