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포드 전 중 손흥민에게 지시사항을 전하고 있는 포체티노 감독의 모습. 사진=이성모) 

[골닷컴,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이성모 칼럼니스트 = "나는 손흥민의 퍼포먼스보다 그의 헌신(commitment)에 더 행복하다." 

30일(현지시간) 토트넘 홈 웸블리에서 열린 토트넘 대 왓포드의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 모든 팬들이 목격한대로 토트넘은 또 한 번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며 리그 3위 자리를 확고히 했다. 이번 라운드 토트넘을 제외한 리그 선두권 팀들이 모두 승점 3점을 얻지 못했다고 하지만, 다른 팀들의 결과와 관계없이 토트넘의 이번 경기 승리는 의미가 남달랐다. 최근 사흘 사이에 2개의 컵 대회에서 나란히 탈락한 토트넘의 입장에서는 손흥민을 무리하게 선발 출전시키고 풀타임 출전시킨 경기에서마저 패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승점의 문제가 아니라 팀과 선수단 전체의 사기저하와 직결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중요한 경기에서, 사실상 토트넘이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0-1로 끌려갈 때 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라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한국 축구팬 입장에서 자랑스러울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날 그의 모습은 비단 한국 축구팬들 뿐이 아닌 현장의 모든 취재진과 포체티노 감독에게도 특별히 다가왔다. 

이날 양팀의 경기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장으로 이동하려는 나에게 텔레그라프의 맷 로 기자와 몇몇 영국 기자들이 다가와 "손흥민이 며칠 전에(언제) 런던에 돌아왔지?"라고 질문했다. 그들이 그 질문을 한 숨은 이유(혹은 '뉘앙스')는 즉, 손흥민이 돌아온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오늘 경기에서 풀타임 출전을 했고 결국 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기에 그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맷 로 기자에게 손흥민이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FA컵 1일 전, 즉 3일 전에 돌아왔다고 알려줬고 그는 바로 그 부분을 포체티노 감독에게 질문했다. 손흥민이 돌아온지 며칠되지 않았는데 풀타임 출전한 부분, 그리고 그의 그런 모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의 질문의 골자였다. 포체티노 감독이 "처음부터 손흥민을 90분 출전시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는 경기에서 지고 있었고, 리스크를 감수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말한 답변은 그 질문에 이어서 나온 말이었다. 

* 참고로, 기자회견 혹은 인터뷰에서 감독이나 선수가 말하는 모든 코멘트는 그들이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질문(대부분 기자)에 대한 그들의 '답변'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코멘트, 논란적인 말 등은 화자의 말만이 아니라 질문자가 정확히 어떻게 질문을 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 후, 아마도 이 경기에서 손흥민의 모습을 가장 잘 묘사하는 하나의 단어가 포체티노 감독의 입에서 나왔다. '헌신' (Commitment)가 그 단어다. 포체티노 감독은 이날 손흥민의 골 및 활약에 만족한다고 답하면서도 "그의 퍼포먼스보다 헌신에 더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이는 평소 포체티노라는 감독이 얼마나 선수의 '결과물'만이 아닌 '정신적인 부분'과 선수의 태도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명백한 증표이기도 하다. 포체티노 감독의 말 그대로 이날의 손흥민은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을 향하는 체력에 대한 우려를 정신력으로 극복하려는 듯한, 혹은 소속팀을 위한 헌신으로 떨쳐내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초반 10여분까지 그런 손흥민이 볼을 잡을 때마다 토트넘 홈팬들 역시 환호를 보내며 그런 그의 모습에 화답했다. 

경기 중간 중간, 손흥민은 몸이 불편한 듯 스트레칭을 하거나, 경기가 끝난 직후에는 그라운드에 잠시 눕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손흥민이라는 선수가 좀처럼 자신이 지쳤다거나 힘들다는 말을 하거나 내색하지 않는 선수라는 것을 지난 몇년간 현장에서 지켜본 나로서는 이 모든 것이 그동안 본 적 없는 극한의 상황처럼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그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지도하는 포체티노 감독은 그의 그런 모습을 놓치지 않고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포체티노 감독이 이날 손흥민의 '골'보다, '헌신'에 주목했던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