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회관

2016/08/20

오전 9시 1분

 

"어서오세요, 나무라이브 프로젝트에!"

 

그러나 놀라울 만큼, 그 누구도 긍정적인 표정을 짓지 않았다. 나와 같이 온 사람들 전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umanle는 약간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크흠! 뭐, 어쨌든, 나무라이브는 나무위키와 연동해서 운영할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요. 거의 모든 것이 완성되었지만, 아직 관리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신들이 여기에 있는 것이죠!"

 

다들 시원찮은 표정이었다. 그들은 umanle에게 질문을 쏟았다.

 

"나무위키 게시판이 있는데 굳이 나무라이브가 필요한가요?"

 

"관리자는 선거로 뽑는 것이 더 공정하지 않나요?"

 

"초대장은 우리에게만 왔나요?"

 

"여기 식당 있나요?"

 

하지만 나는 나무라이브에 대한 것보다는, umanle에 대한 것이 더 궁금했다. 타고 온 리무진, 지상 91층에 지하 91층의 빌딩... 로고는 나무위키의 것으로 달려 있었으니 나무위키를 관리하는 건물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영리 위키에 이런 고층 빌딩이 필요한가? 서버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궁금함을 참을 수 없던 나는 질문했다.

 

"저기, 나무위키를 관리하는데 이런 고층 빌딩이 필요한가요? 아니면 나무라이브를 크게 만들 계획이 있으신 것인가요?"

 

umanle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대답해줬다.

 

"아.. 아! 이 빌딩 말이죠! 네, 맞습니다! 나무라이브를 디시인사이드보다 더욱 큰 커뮤니티로 만들기 위해 빌딩을 세운 것입니다! 나무위키의 회원은 굉장히 많으니 아마 많은 사람들이 유입될 것입니다!"

 

"182층까지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자, 자! 질문은 나중에 받도록 하죠. 먼저 일을 하러 오셨잖아요?"

 

맞다. 나는 일을 하러 왔지. 궁금함에 잊어버렸다. 순간 상사 눈에 찍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안해졌다. 어쩔 수 없이 질문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umanle의 설명을 듣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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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20

오후 4시

 

아르바이트라기보다는 회사원 같은 느낌이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일들에 나는 바쁘게 일했다. 그러다가 4시가 되고, 쉬는 시간이 찾아왔다.

 

1시간이라는 긴 휴식시간을 주길래 별자리 텀블러에 담긴 녹차를 마시며 회사 밖을 산책하기로 했다. 나는 1층으로 올라왔고, 밖으로 나갔다.

 

다시 한 번 밖에서 빌딩을 쳐다봤다. 높다. 저 높은 건물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더위에 지쳐 무심코 카페로 들어갔다. 녹차가 있었지만, 뻘쭘해지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마카롱 3개를 사서 나왔다. 

 

회사 건물 1층 밖에 있는 휴식 공간에 앉아 위키를 탐색하다가, 1시간이 전부 지났길래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더운 밖에 있다가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아래로 내려오니 시원해졌다. 하지만 깊은 지하라서 답답한 느낌도 들었다.

 

들어오면서 근처 사람들의 컴퓨터를 슬쩍 쳐다봤다. 프로그래머도 있었고, 디자이너도 있었고, 감시자 몰래 데비앙아트에서 일러스트를 찾는 사람도 있었다. 딱히 특별한 것은 없어서 다시 자리로 가서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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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8시

 

죽어라 일하고, 퇴근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건물 밖으로 나갈 일은 없었다. 건물 안에 호텔도 있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호텔은 지하가 아니었다. 33층에서 35층까지가 호텔이었다. 나는 34층의 B-333 방에 머물게 되었다.

 

방 안에는 책상, 책장, 옷장, 침대가 있었다. 화장실도 있었다. 식사는 33층에서 할 수 있었다. 나는 짐을 푼 다음 33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하고 올라왔다.

 

샤워를 하고 나서 내 개인 노트북을 꺼냈다. 책상 아래에는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있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쉬는 시간에 하다가 만 위키 탐색을 했다. 하지만 계속 하다 보니 질려버렸고, 나는 침대에 몸을 던졌다.

 

옆에 충전 중이던 휴대폰을 보니 가족 생각이 났다. 가족에게 전화할까 생각해봤지만, 역시 나를 차갑게 보는 시선을 잊지 못해 전화는 나중에 하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방의 불을 끄고 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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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의 기록은 릴레이 소설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