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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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는 사람에게 고백 받았다.

 

"그러니까, 너를..."

 

"좋아한다고, 예전부터 쭉"

 

저는 이 사람이 정말 싫습니다. 예전에 당한 괴롭힘들을 잊을 수 없으니까요.

 

"뭐?"

 

우선은 달려서 도망쳤습니다.

 

"자, 잠깐!"

 

그 뒤로 그가 무어라하는 것 같았지만, 급하게 달려 나간 탓일까 뒷말은 기억 나지 않습니다.

 

그럼...어떻게 갚아 줄까! 

 

먹이사슬의 밑바닥에 있던 내가, 지금 완전 상위에 섰다고, 이건 다시 오지 않을 찬스!

 

생각해보니, 그 녀석의 행동들은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도 싫을 정도로 기분 나빴다고!

 

첫 인상 부터 심술 궃은 녀석이었지, 아마?

 

"어랏, 차"

 

자리에 앉은 녀석의 얼굴을 보고, 가물 거리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어라?

 

"X잖아, 오랜만이네! 초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보는건가, 반갑다!"

 

"누구?"

 

그렇습니다. 그 녀석은 저에 대해 단 하나도 기억하고 있었던게 없었던거라구요!

 

정말 첫 인상부터, 전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다른 것들도 죄다 이런것들 뿐이라구요?

 

휴일에 놀러가자고 했을 때도...

 

"뭐? Z도 온다구? 나도 갈래 갈래!"

 

"기다렸지, 애들아......?"

 

"아, 왔구나?"

 

Z가 나와있는것 까진 좋았습니다. 그의 옆에 Y라는 여자애가 서있는 건 왜일까요?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X는 저를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Z와 Y를 불러낸거라구요.

 

X는 제가 Z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그 후에 4명이서 즐겁게 놀기까지 했습니다.

 

고문이냐구요, 두 사람이 노닥거리는 걸 봐야하다니....X는 정말 심술궃다는 걸 그때 느꼈습니다.

 

그런것도 아니면 설교라는 걸까요?, 이미 시합은 끝났으니 마음을 다잡으라는,

 

뭐, 저런 것들은 그럭저럭 참을 수 있다구요. 가장 화가 나는건......

 

어느날 갑자기 X 녀석이 불러서 나갔더니

 

"헤어졌어"

 

왜 Z가 헤어졌다는 상담을 들어야 하는거냐고오!

 

분명히 Z가 함께 있다곤 하지 않았잖아? 더군다나 헤어졌다니? Z, Y와 헤어진거야?

 

그렇다면 이건 기회일까?, 이런 속마음이 기세로 바뀌어 우울한 말만 쏟아내고 있는 Z에게 소리쳤습니다.

 

"그렇지 않아!"

 

기세에 힘 받은 탓일까, 잔뜩 기합이 들어가 높은 텐션의 목소리가 X와 Z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야 나, Z를 좋아한다구!"

 

해버렸다. 하지만, Z에게 돌아온 대답은.....

 

"미안, 나 아직 Y를 못 잊을거 같아......"

 

네, 보기 좋게 차였습니다.

 

분명 이렇게 될 걸 알고서 절 불렀던 걸꺼에요.

 

희망고문이랄까?

 

그 후엔 Z와는 뭘 해도 엄청나게 어색했고, 어쩔 수 없이 X와 저 둘이서 자주 어울리게 됐는데

 

그게 정착해 '방과후 자습부'라는 이름 붙여서 매일 6시까지 남았고, X의 도움 덕분에 어찌 저찌 지방 대학교 붙기는 했는데

 

"X랑 Y 같은 대학 붙었다네, 그래서 다시 사귄다더라"

 

어째서, 어째서죠? 방과후 자습부는 공부를 위한 것 아니었나요, 굳이 이렇게 다시금 확인 사살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그치만 가장 심술궃었던 건 바로 오늘,

 

 

 

사람이 떠나간 차가운 교실에는 이제 졸업이라는 분위기에 들뜬 온기가 빠져나간 듯 했다.

 

"붙었어"

 

"정말!? 수고했어, 잘됐구나 너 그 대학 엄청 가고 싶어했잖아"

 

"열심히 했네"

 

"고마워"

 

그치만 오늘부로 고교생활도 끝이구나, 무미 건조한 고교 생활이었어....잘가라 내 청춘아!

 

또 우리 둘만 남았잖아?

 

이 녀석이랑 이렇게 남는 것도 오늘로 마지막인가?

 

내가 그런 저런 감상에 젖어 있을 동안, X는 칠판에 다가 무언갈 쓰기 시작했다.

 

"나도 뭔가 적고 갈까?"

 

그렇게 X의 옆에서 뭘 써야할까 고민할때

 

문뜩 그가 무엇을 쓰는지 궁금해 쳐다봤다.

 

'이봐, 한 마디 하고 싶은데'

 

하얀 분필로 큼지막히 써내려간 그의 질문, 나한테 하는거?

 

그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뭐?'라고 써버렸다.

 

'좋아해'

 

에, 뭐라고?

 

또 장난인가? 뭐야, 장난은 그만 두라구, 졸업식마저 장난으로......?

 

그의 빨갛게 상기된 얼굴, 진짜야?!

 

여기까지, 제가 고백받기 전까지의 회상입니다.

 

"잠깐, 왜 눈물이.....바보 멍청이 나쁜놈 끝까지 이렇게 심술궃구나, 어째서 지금 고백한건데, 어째서 이제 곧 헤어진단 말이야 오늘이 마지막 날이란 말이야!"

 

"좋아한다니, 뭐냐구......내일이면 이제 다시 만나지 못하는데"

 

"좀 더, 같이 있고 싶어 좀 더 같이 놀고 싶어......."

 

 

"역시, 그 녀석 다시 안오려나?"

 

X가 시려운 두 손을 비비며 교정을 떠나고 있었다.

 

"그래도, 고백은 해봤으니까"

 

 

 

"이. 이 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