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권장하는 사운드트랙. 한국 정발명 "보글보글 스폰지 밥: 좌충우돌 대모험"의 두번째 레밸 테마입니다.)

 

이틀 전인가, 저한테는 엄마가 준 모자가 하나 있었습니다.

흰색 뉴욕 양키스 캡이었을 테고, 아마 NY 로고가 큼직하게 자수로 놓여져 있었을거에요.

저의 엄마 말로는 모자 뒤의 끈이 늘어나는, 그래서 편리했던 모자였다고 하고요.

 

그런데 이틀 전에 교수님이랑 식사를 하고 난 이후, 그 다음날에 모자가 없어졌습니다.

물건 잃어버리는 데 콤플렉스가 심했던 저로서는 완전히 패닉 상태였지요. 뭔가 자주 잃어버리는 내가 싫었는데 또야......ㅜ

 

그렇게 해서, 어제 공강시간을 타서 실종된 하얀색 모자를 찾으러 전날 내내 들려본 장소들을 다 뒤져보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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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날 갔던 곳들을 되세겨보자면 일단 우정원(기숙사 중 하나)의 교직원 식당, 멀티미디어관 강의실, 문구점 두 곳, 맘스터치, 여자기숙사 1층 카페, 예대 건물 과제방, 그리고 거기 위치한 3층 강의실. 제가 기억하는 건 그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먼저 교직원 식당에 들려서 모자 못 봤냐고 담당자 분께 여쭈어 보았고, 실망스럽게도 못 보셨다고 했습니다. 전날에 식탁 치우는 과정에서 모자를 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모자를 찾으러 순서는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같은 우정원 내에 있는 맘스터치도 가 봤고, 거기서도 모자는 못 봤다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아쉬움만 남기는 일이었고, 실망감을 달래러 학교 밖에 있는 도시락 전문점으로 발길을 옮겼지요.

 

마침 제가 밥을 먹으러 간 도시락 전문점, 그러니까 오봉도시락이 학교 밖이라는 점을 착안해, 저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쓰는 동시에 대로 건너편의 문방구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날 제가 철사를 사러 거기로 갔었거든요. 커피를 구해서 시간을 어느 정도 보내고, 서점 안에 위치한 문방구로 갔었습니다. 거기 철사가 철물점에서 파는 거랑 비슷해서 철사를 좀 산 곳인데, 모자는 못 봐다 그러더라고요. 그리고 어제 제가 모자를 쓰고 왔는지 물어보니까 그것도 아니라더라고요. 그래도 덕분에 단서 하나는 구했습니다. 철사를 사러 갔었을 때는 모자를 가져가지 않았었다... 그 다음으로 가본 데는 예대 건물이었지요.

 

예대 건물로 왜 갔었느냐, 전날에 거기서 제가 3D 디자인 수업 과제를 진행했었습니다. 거기다 모자를 가져갔었나 해서 말이지요.

일단은 그 전에 행정실에 분실물이 없나 물어봤는데, 들어온 게 없다는군요. 그래서 연락처랑 잃어버린 물건을 기록하고 나중에 물건이 들어오면 연락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과제방은 싹 뒤져 보았는데도 모자가 없었고, 바로 앞에 있었던 1학년 행정실에도 분실물이 들어온 게 있나 물어봤는데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으로 3층에 있는 강의실로도 가 봤는데, 제 과제는 여전히 남아 았었지만 모자의 흔적은 어떤 곳에도 없더라고요. 같은 층의 산디과 행정실에도 모자는 못 봤데요.

 

말 그대로 실망에 실망을 반복하는 길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학생회관 식당에도 가서 물어보았고, 맨 마지막에는 여자기숙사 내의 문구점과 그 앞의 식당, 남지기숙사 경비실 및 카페까지 가서 물어 보았습니다. 다들 짐작했겠지만, 모자는 거기에도 없었지요......오후 내내가 추리소설같았던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