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기록 채널

당신이 현재 플레이하고 있는 게임은 <텍스트 게임>입니다.

 

이 게임의 모든 구성 요소는 텍스트로 이루어지며,

 

키보드의 자판을 누름으로써 게임을 진행하실 수 있습니다.

 

 

 값이 싸면서 재미있어 보이는 게임을 엄마에게 졸라서 샀더니 이런 메시지가 떴다. 아무런 그래픽 요소 없이 오직 검은 화면에 파란 글자만이 나올 뿐이었다. 게임 회사가 낚시를 했는지 아니면 게임이 바꿔치기되었는지는 불분명하나 확실한 것은 게임을 구입할 때의 설명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는 것이다.

 

 "아 ㅅㅂ 내 컴퓨터의 속도에 어울리는 게임은 현란한 그래픽이 막 돌아다니는 게임이란 말야. 이런 허접한 게임은 안할거야."

 

 홧김에 컴퓨터 콘센트를 뽑아버리려고 했지만 부팅이 5~7초 이내에 이루어지는 내 컴퓨터가 망가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생각을 고쳐먹고 게임을 플레이하기로 하였다.

 

 

경고! 이 게임은 당신의 컴퓨터의 explorer.exe를 종료시키고 작업관리자를 열 수 없게 만들 것입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이 게임을 클리어하는 순간 컴퓨터의 검은 화면은 원래의 Windows 로고가 그려진 푸른색 바탕화면으로 다시 바뀔 것입니다.

 

게임을 진행하시려면 Space Bar를 눌러 주세요.

 

 

 이 충격적인 소식에 나는 10분, 아니 30분동안 게임의 시작 여부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고민을 하던 중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숙제있잖니, 얼른 숙제해라!"

 

 아, 중간고사 마지막 날 바로 다음 날에 숙제라니... 구두쇠인 엄마에게 수만 원을 호가하는 게임을 잘못 샀다는 걸 알릴 수는 없어 얼른 숙제할 책을 가지고 방에 들어가 방문을 닫았다.

 

 "앗!"

 

 숙제를 하던 중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나의 모든 숙제가 적혀있는 공책님이 친히 키보드의 스페이스 바를 눌러 주신 것이다.

 

 게임은 그대로 시작되었다. explorer.exe는 그 즉시 종료되었고 다른 여러 중요 프로세스들도 종료된 것 같았다. 오직 검은 화면만이 보이던 중, 파란 글자가 나타났다.

 

1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