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기록 채널

2017년 5월 17일 수요일, 평소대로 식사를 하고 출근했다. 어제처럼 내비게이션을 켜고 DMB를 틀었다.

 

뉴스의 첫 소식에는 듣기도 싫은 정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DMB를 꺼버리고 USB에 담겨있는 음악을 틀었다.

 

회사에 거의 도착해갈 무렵, 문제가 생겼다. 내비게이션이 항상 오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안내하더니 갑자기 꺼져버린 것이다. 난 가까운 거리도 내비게이션에 의존해야 하는 심각한 길치다.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아무리 회사가 가까워도 도착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매우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해준 길로 계속 달려가니 더 좁은 골목길이 나왔다. 무언가 꺼림칙하여 차를 돌리고 싶었지만 골목길이 너무 좁아 큰 도로가 보일 때까지 달릴 수밖에 없었다.

 

큰 도로로 계속 주행했다. 남양주 사람인 나는 양주에 있는 회사에 다닌다. 평소라면 의정부를 지나야 하지만, 도시라고 할만한 것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집 몇 채와 양주에 있는 것들보다 훨씬 높은 산이 좌우로 보일 뿐이었다.

 

앞만 보고 주행하다가 주변에 있는 아무 마을으로 들어갔는데, 갈비집 하나가 눈에 띄었다. '원조 이동 갈비'.

 

저번에 막걸리 사온 적 있는 포천 이동 맞았다.

 

일단 빨리 회사 가는게 급선무니 포천에서 떠나려고 했다. 유턴을 해서 양주로 가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자동차 타이어가 문제였다. 타이어가 뾰족한 물체를 밟아서 펑크가 난 것이다.

 

전화를 하려고 휴대폰을 꺼냈다. 보험사의 전화번호를 잊어버려서 보험사 사이트에 접속하는 순간, 손가락이 미끄러져 광고 배너가 클릭되었다. 갑자기 무언가가 다운로드되기 시작했다. 수상한 낌새가 느껴져 다운로드된 파일을 지우려고 했는데, 인터넷에서 이상한 창이 열리더니 설정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모바일 랜섬웨어가 시스템 파일을 건드려버린 것이다.

 

전화번호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니 매우 심경이 불편했다. 최대한 복구하려고 노력했지만 폰의 상태는 더욱 망가져갈 뿐이었다.

 

결국 폰은 벽돌이 되었다.

 

난 이곳 포천의 지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철도역이 없다는 것만 알 뿐이다.

 

타이어에 펑크가 났는데 보험사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수단인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은 먹통이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자동차를 대체할 교통 수단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포천에 갇혔다.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