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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달, 여러 주 동안 모인 용돈이 목표치에 다다랐다.

중고 게임기와 게임을 사기 위해 정했던 목표로, 그동안 월급이나 용돈에서 조금씩 떼어다 모은 돈이다.

그동안 모은 돈을 가지고, 나는 중고 게임기를 사러 전자상가로 향했고, 거기서 살 만한 게임들도 둘러보았다.

 

전자상가에 다다라 게임기 종류를 볼 때, 나는 플레이스테이션 2 중고를 사려고 했다. 게임도 많고, 게임기 본체도 저렴해서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게임기는 쉽게 살 수 있었는데, 문제는 게임기를 사면 게임 CD를 고를 돈이 많지 않았다. 나는 적어도 3가지 정도를 사서 조카랑 같이 플레이하려고 했지만, 내가 살 만한 옵션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보였다. 그나마 물량을 추리고 추려낸 끝에 찾은 게임은 스폰지밥 게임 하나, 그리고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하나. 나는 진열대를 들여다보며 게임을 어떻게 살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매장 주인이 이렇게 말했기에 일찍 끝내고 가져갈 수 있었다.

 

"중고 게임기를 사면 CD 2장에 1장 더 줄게! 마침 매장에 새 제품 들여놓는 기념으로 행사하고 있거든." 

이와 같은 주인장의 제안 덕분에, 나는 의도치 않게 게임 CD 3장을 구할 수 있었고, 신바람을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집에 돌아와서 게임기를 청소하고, 저녁거리를 확인하고, 게임기를 연결하고, 매뉴얼을 살피고...이러는 동안 시간이 꽤 지났다. 어짜피 주말에 회사로 갈 일은 없긴 하지만,  적어도 본격적으로 해 보기 전에는 CD 구동 테스트라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카랑 같이 게임하다가 게임기 구동이 멈추는 장면을 상상하자면, 그 조카와 내가 지을 얼굴과 행동도 아주 훤히 보일테니까. 그래서 나는 추가로 얻은 CD 한 장을 게임기 안에 집어넣고, 게임기의 전원을 켠 채로 긴장줄을 탔다.

 

가장 먼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로고가 나오고, 개발사 로고가 나오고, 오프닝이 나오고, "Gran Turismo 4"라는 타이틀과 시작하라는 메세지가 나왔다. 게임 구동 하나는 제대로 된 듯했다. 그리고 게임기 패드의 상태를 확인해보기 위해 게임을 한 판 해 보았고, 버튼부터 진동 기능까지 모든 상태를 확인하고서 안심할 수 있었다. 이때가 새벽 1시였는데, 내일 조카가 놀러 올 테니 빨리 자고 일어나서 옷차림, 머리 차림, 샤워, 화장까지 다 해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었다. 게임 한 판이 끝나자마자 나는 곧바로 게임기 전원을 끄고, 소파 위에 피곤한 몸을 눕힌 채로 잠이 들었다. 소파가 이렇게까지 편안하게 느껴진 것은, 야근할 날 밤 말고는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나는 내가 누워 있던 바닥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는 걸 느꼈다. 뭔가 딱딱하고, 거칠고, 아스팔트 같은 느낌이었다. 확실한 건, 집 안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