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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오늘은 아주 인상적인 일이 많은 하루였죠...

1. 과학골든벨

우리 학교에서는 매년 3학년들 대상으로 과학골든벨을 하고 있어요. 내용은 뭐 보다시피 과학문제로 골든벨을 하는 거죠. 그런데 그거 준비도 원래 3학년이 한다네요? 그래서 저하고, 전교회장하고, 2명 더 해서 과학으로는 학교에서 전혀 꿇리제 않는 4명이 모여 출제를 했어요. 오늘 전까지 약 8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 출제는 다 해 놓은 상태였는데, 이제 그 문제를 친구들에게 그냥 워드에 띄워서 보여줄 순 없으니 PPT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걸 한다고 과학쌤이 우리에게 강제로 3교시부터 쭉 빠질 것을 명령, 우리 4명은 또 다른 4시간을 PPT 만들기에 주력했어요. 그것도 무려 방송실 앞의 스튜디오실에서;; 그 시간 동안 뭐 PPT는 마지막 골든벨 도전 문제를 빼고는 다 만들었고, 남는 시간 동안 아주 재미있게 노래도 듣고 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것이 오늘의 첫 번째 기억에 남는 일.

2. 과학고등학교 결과 발표...

과학고등학교의 최종 합격 여부 발표일이 오늘이죠. 그리고 이걸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저와 함께 1번의 일을 겪은 학생회장, 그리고 제 친구 2명이 있었어요. 안 그래도 3시부터 엄청 가슴 떨려 하더니, 3시 55분이 되자 곧장 과학선생님 다리로 달려가 결과를 보더군요. 저는 이때 우리가 1번의 일을 하면서 만든 난장판을 정리하다가, 한 5분 정도 후에 나갔는데, 이제 학생회장이 결과를 볼 순서더군요. 정보를 모두 입력하고, 조회를 눌렀는데... '합격자 명단에 없다'는 짧은 팝업창 하나가 끝. 혹시 잘못 쳤을까봐 두 차례나 다시 눌러 보고, 같은 결과가 나오자 어디론가 가더군요. 그래서 저는 다시 스튜디오실로 돌아와 컴퓨터를 정리하고 나왔는데... 학생회장이 창틀에 머리를 박고 있더라고요. 모두들 그 친구로부터 약 5m 정도 떨어져 있었고. 일단 컴퓨터를 처리하고, 선생님이 물 한 병만 가져다 달라길래 가져 왔더니 그새 이젠 책상 앞에 주저앉아 현실을 부정하며 펑펑 울고 있더군요... 그 친구가 3년 내내 영재고, 과학고를 준비하던 친구이고, 제가 7월에 영재고를 붙었을 때 가장 먼저 얼싸안았던 친구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절망하는 모습을 보니 저도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제가 평생을 살면서 그 누가 우는 모습을 보아도, 그 어떤 감동적이고 슬픈 영화를 보아도 단 한 번도 눈시울조차 붉어지던 저인데, 지금은 그 처지를 너무나도 잘 아는 상황인지라... 그렇게 학생회장은 장장 30분을 울었습니다. 일단 회장과 가장 가까운 친구 3명, 과학 선생님들, 담임 선생님과 전 담임 선생님, 학년 주임 선생님, 교감선생님, 교장선생님에 부모님까지 와서 회장을 위로해 주었죠. 심지어 그 친구의 전화기 너머 다른 학교의 친구들까지도. 저도 있긴 했지만, 저는 영재고를 합격하여 함부로 말을 걸었다간 더 기분을 나쁘게 만들 여지가 있어 어쩔 줄 모르고 가만히 있기만 했죠. 그리고 학교가 공식적으로 마친지 45분 후, 드디어 회장은 마음을 다잡고 일어섰고, 나머지 모든 사람들도 그제야 인사를 건네고 다시 본래의 일로 돌아갔습니다. 저도 좀 전에야 집에 왔죠.

긴 글이 지루했을 텐데, 죄송합니다. 제가 이렇게 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납니다. 과학골든벨 행사를 위해 이번 일요일에도 만나야 할 듯 한데, 그 전에 대체 이 친구를 어떻게 위로해 줘야 할지... 여러분은 혹시 생각나는 방안이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