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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10월 29일, 글리젠율이 최저에 달했던 기간에 쓰여진 글입니다]

 

 

나무라이브 챈러들에게

 

내가 나무라이브를 처음 시작한지 48일인가? 그 정도 된 거 같다.

 

나무라이브, 정말 놀기 좋았던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 다 빠져나가고 하니까, 더 이상 여기 있을 의미가 없다. 나도 이만 여길 떠날까 하면서 마지막 편지를 챈러들에게 올려 본다.

 

일단 나무라이브를 하게 된 계기부터 말해 줄게. 먼저 이 얘기부터 할게. 내가 예전에 철갤에서 고닉(네임드는 아니었음)으로 있었던 적이 좀 있는데, 병신 짓 한 적도 없고 활동도 그렇게 활발히 한 편도 아니고 그냥 조용한 듣보잡 1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영문도 모르게 갤러들한테 욕을 먹고 쫓겨났던 적이 있었어. 그래서 디시는 내가 있을 만한 곳이 아닌 것 같아서 그 뒤론 안 했었어.

 

그러더가 나무라이브가 생긴 걸 봤어. 그런데 위키 갤러리에 들어가 보니까 사람들이 다 나무위키의 취소선 드립 같은 표현들, 그리고 토론자들의 태도를 비판 내지 비난하고 있더라고. 난 리베 시절부터 위키를 했었는데, 취소선 드립이라든가, 볼드체 한 줄 요약이라든가 하는 표현들에 대해선 예전부터 무리없이 써온 거니까 나무위키만의 특색이라고 생각하고 난 별로 문제를 삼지 않았어. 그리고 난 토론에 참여한 적도 별로 없었고. 그래서 토론자들의 태도가 그렇게 안 좋다는 것도 실감하지 못했어. 오히려 나무위키에 특정한 사회 현상에 대한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유형의 문서도 있어서 사회문화 현상을 탐구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전반적으로 나무위키에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편집에 임했었지. 그래서 괜히 이야기에 잘못 끼어들었다간 철갤에서의 꼴이 날 것 같아서 처음엔 분위기만 보고 있었어.

 

그런데 위키 떡밥이 끝나고 나니까 좀 일상적인 이야기로 돌아갔네. 그 때부터 내가 이곳 나무라이브 위키 채널에 발을 붙이게 됐어. 그러면서 여기 챈러들이랑 게시글과 댓글로나마 담소를 떨면서 하루하루를 재밌게 지냈어.

 

여기가 재밌었기에, 난 챈러들이 자조적으로 나무라이브 망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됐어. 이렇게 재밌는 곳에서 우리가 놀고 있는데 어찌 망했다고 하는 건지. 내가 남하 남바 글 올리면서 쓴 구호(Namulive is good community나 Glory to Namulive)들도 다 나무라이브의 이런 모습이 계속 유지됐으면 하는 염원이었어.

 

그런데 어느 순간, 하나둘씩 영구남바를 한다고 하더라. 처음엔 내일 보자는 댓글이 달리는 등 챈러들 사이에서도 드립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그 사람들이 진짜로 안 나타나는 거야. 사람이 없으니까 글도 잘 안 올라오고, 이야기할 사람도 적고. 그러니까 재미가 있을 수가 없어졌지.

 

내가 지금 고3인데, 이제 수능 20일도 안 남았다. 수능 끝나면 대학교 면접이 쭉 있다. 나무라이브 하느라 새벽 2시까지 스마트폰을 보다가 잤는데, 계속 피곤하다. 근데 이제 남라를 자주 들어오지 않아도 되겠다. 좀 더 일찍 잘 수 있겠네. 그럼 수능이랑 면접 준비 이제부터라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래도 남아있는 사람들은 걱정 마라. 다른 사람들처럼 아예 안 들어오진 않을 거니까. 그래도, 시간 단위로 죽치고 있거나 그러진 않을 것 같아.

 

내가 사는 남쪽 고장도 많이 쌀쌀하다. 남쪽이지만 표고가 높고 산이 많은 지역이라 부산 같은 데보다 더 추운 것 같다. 나무라이브에 지금 있는 사람이든, 이미 떠난 사람이든, 옷 따뜻하게 잘 입고 다녀. 그리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이랑 하고 싶던 일이랑 꼭 원하는 대로 해내고, 고3이면 가고 싶은 대학 꼭 합격하고, 모두 그랬으면 좋겠다.

 

이만 이야기를 마친다.

 

모두 행복하기를.

 

2016.10.29 토

호남정맥 최남단, 전라남도 보성에서

별자리텀블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