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를 먹고 있자니 비록 사케는 아니어도 스이카랑 한 잔 기울이고 싶다.


취해도 쉽사리 제 마음을 다 드러내지 못하는 우리는

오랜만이라면서 눈빛을 주고받지만

어느샌가 슬쩍 바닥을 드러낸 술병들을 세며

우리들은 서로 식어가고 있는 것만 같다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끌어오르던 것은

강렬한 파도에 부숴져 물러가는 물살과 함께

이곳을 벗어나 아득한 저 먼 곳으로 떠내려간다

식어버린 이곳에 나 혼자 남아 생각한다


외로움보다 더 위태로운 것은 없어

하염없이 끝을 향해 달리면서 엉망이 되고

가끔은 취하여 벽과 기둥 따위에 기대지

애처롭고도 익숙했던 그 온기에 기대어 울고 싶은

그런 밤이 있다